안녕하십니까. 안철수입니다.
지난 4월 노원병 재보궐 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지 만 4개월이 지났습니다.
선거날까지 매섭던 바람이 어느새 그치고, 계절이 바뀌어 무더운 여름입니다.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저는 국민의 삶을 바꾸고 대한민국을 바꾸는 입법기관에서, 본회의에 성실히 출석했고 법안에 소신껏 투표했습니다. 그리고 저를 선택해주신 상계동 주민 여러분 그리고 멀리서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의 마음들을 소중하지만 무겁게 간직하고 지냈습니다.
지난 25일은 제가 등원한지 만 4개월이 되는 날이기도 했고, 박근혜 대통령 취임 6개월째이기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취임 반년을 채운 정부의 공과를 평가해달라고 하시던데요.
공이라면, 외교 및 대북관계의 문제를 잘 풀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라고 한다면, 인사 문제를 들 수 있겠습니다.
윤창중대변인 인사로부터 최근 감사원장 사임에 이르기까지 인사 문제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임명된 사람의 문제뿐만 아니라 채워야할 자리, 특히 공기업 사장을 포함한 공공기관 인사가 잘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또한 복지와 세금에 대한 정부의 소통도 아쉽습니다. 지금은 복지와 세금에 대한 국가의 큰 틀을 만드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따라서 솔직하게 국민들과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국민들께서 조세정의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고, 국가 재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에 대해서 만족하지 못하고 계시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국세청 개혁을 통해서 조세정의를 확립하고, 세금의 쓰임새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를 보다 투명하게 보여드리는 노력으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정부에서 먼저 노력해서 확보된 재원은 복지를 위해서 쓰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현재의 저부담 저복지 국가에서 앞으로 중부담 중복지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세금 문제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부담 저복지 국가에서 저부담 중복지 국가로 이행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입니다.
저의 성과와 한계도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등원한 후 지난 120여일, 돌아보면 최선을 다한 만큼 성과도 있었고, 한계도 느꼈습니다.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대표적인 일이 국정원 관련 정상대화록 원본 공개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이었습니다.
저는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국익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국정원이 자의적인 판단으로 회의록을 공개했지만, 국회가 정식절차를 밟아 정상대화록을 공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나쁜 전례가 되어 외교에 오랫동안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문제의 본질이 흐려지기 때문입니다. 국가정보기관이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입니다. 따라서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고 노무현대통령의 NLL 관련 발언 공방으로 문제의 본질이 이동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양당의 강제당론으로 본회의를 통과하는 것을 아픈 마음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등원한 후 현안에 대한 입장과 소신을 밝히고, 실제 표결을 통해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고, 국정원 개혁 세미나를 통해 개혁의 구체적인 방향을 설명하고 공론화하는 성과가 있었지만, 거대 양당의 강제당론이 국익에 위배되고 국민들의 마음과는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구조 하에서는 막지 못하는 한계도 동시에 느껴야 했습니다.
입법활동에도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법안 한줄 한 줄은 국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신중하되 소신을 다하겠습니다.
제가 준비하는 1호 법안은 금융실명제의 빈틈을 채우고, 경제정의와 조세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차명거래, 자금세탁 근절과 관련된 것입니다. 민생을 챙기고, 사회의 공정성을 바로잡는 정치의 역할 잘 해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게 기대하시는 역할 잊지 않겠습니다.
여러분들께서 열어주신 길 똑바로 걸어가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지켜봐주시고, 성원해주십시오.
가끔 좋은 일 알려드리고, 좋은 자리에 모시고 싶어 메일을 드렸습니다.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편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3년 8월 31일 안철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