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딸둘을 가진 30대 중반 직장맘 입니다.
같은 회사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고
정말 모범적인 시부모님과, 자식에게 헌신적인 친부모님이 있지요.
시부모님은 정말 좋으십니다. 경상도 분이시라서 별말씀은 없으시지만
항상 각종 해산물이며 쌀들을 택배로 부쳐주시며. 자식에게 원하는 것 없이 퍼주시기만 하시는 부모님이시지요,
항상 저를 먼저챙기시고, 결혼해서 6년동안 저한테 싫은 소리 한번 없으시고
명절때도 요리를 거의 해본적이 없어요. 항상 시어머니가 다 준비하고, 쉬라고만 하시지요.
첫아이 낳았을때는 1년간 정말 성심성의껏 키워주셨구요.
친부모님 역시, 자식만 보고 사신 분들이시죠.
없는 살림에 자싯 셋다,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보내고, 그러느라고 본인들 노후준비는 하나도 하지 못하신...
역시나 친정엄마와의 사이는 애증의 사이인지.
만날때마다 서로 짠하고 애달프면서도, 때로는 서로에게 독설을 퍼붓고,
다시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화해하곤 하지요.
그런데 요새 시어머니와 친정엄마를 보면서 부쩍 생각이 많아지네요.
60평생 회사원의 아내로 곱게 사신 시어머니는 .. 친구도 많고 모임도 많고
좋은옷도 많고, 명품백도 많고, 속썩이는 자식들 하나 없이, 아주 우아하게 사십니다.
반면. 평생 돈 못버는 아빠 옆에서 산전수전 고생 다하며 엄청난 교육열을 돈없이 몸으로 실천하며
(엄마가 엄청 애들을 닥달하며 키우셨지요) 애들을 위해 올인한 친정엄마는
가진 것도 없고, 명품이 뭔지도 모르고, 어느덧 장성한 자식들에게 노후에 대한 걱정거리가 되어 버리셧네요.
시어머니는 오실때마다, 아이들 옷을 백화점에서 사오십니다.
딸들은 이쁘게 커야한다며, 남의 옷 얻어다 입히는 제가 못마땅 하신지
백화점 원피스 같은걸 3~4벌씩 사주십니다.
물론 고맙지요.
하시만 애들 옷 한벌 사오지 않는 친정엄마.
지난 주말 제가 잠시 애들을 맞긴 사이에. 근처 마트에 가서.
큰아이의 꽃무늬 팬티 6장을 사다 주셨네요.
친정엄마가 친정으로 돌아가고, 애들 옷장을 보고 있느라니.
괜시리 눈물이 납니다.
백화점에서 산 브랜드 원피스 여러벌과.
중저가 브랜드의 조그만 꽃무늬 팬티 여섯장.
우리 시어머니와 친정엄마의 처지 같기도 하고.
자식한테 못퍼줘서 안달이 났던 엄마인데.. 자식욕심과 자존심만은 하늘을 찔렀는데.
그래서 노후도 불안해진 것인데..
브랜드 원피스 `3~4벌이 아니라, 수십벌은 사줘야 직성이 풀릴 엄마인데..
팬티 여섯장 사면서 속상했을 마음을 생각하니
눈물이 납니다.
간만에 집으로 가는 친정엄맘에게. 생활비 생각안하고 두둑히 용돈을 챙겨드렸습니다.
아..자식에게 모든걸 헌신한 엄마가 노년이 힘들니..너무 안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