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휴가여행은 계획도 없이
번갯불에 콩 구어먹는게 전공이자 특기인 남편의 갑작스런 제의로 이루어졌는데
정말...별 일이 다 일어난... 뭐라할까...
님들이 다 읽으시고 난 후에 제목 좀 정해주세요.
18일 일요일 아침 7시에 작은 딸애가 배낭여행에서 돌아왔습니다.
5시에 일어나서 7시반에 인천공항에 마중을 나갔죠.
남편은 그 때부터 애들 데리고 곧장 여행을 가고 싶어 했어요.
마침 큰 딸애 다니는 사무실이 월화를 쉰다네요.
그런데 작은애가 12시간 추운 비행기 타고 오면서 탈이 나서
그냥 집에 와서 죽 끓여먹였어요.
하루 쉬고...아이는 아직도 시차적응을 못하고 있는데
아침 8시에 아빠가 큰 소리로
‘지금부터 씻고 짐 챙기고 9시에 강원도 정선으로 출발한다~~~’이러는거에요.
저와 큰애는 괜찮은데 작은 애는 완전 비몽사몽...
하여간 그 명령에 이끌려...간단히 밥먹고 치우고 씻고 짐 챙기고
정비소에 가서 간단히 장거리 점검받고 11시에 떠났어요.
운전은 제가 합니다.
이 차는 13년 전에 제가 직장 다닐 때 산 14년차 자동차입니다.
휴가시즌은 살짝 지났는데...영동고속도로 공사를 하느라 무지 막혀서
5시 다 되어서 정선에 도착했어요.
일단 5일장 가서 메밀전병, 메밀전 사먹으며 구경하며 쇼핑하며...
그 때부터 안내 팜플렛 보면서 방 구하기...
옥산장을 비롯한 몇 몇 팬션은 이미 방이 없고...여러 곳에 전화한 끝에
아우라지에 있는 강변팬션을 8만원에 쓰기로 하고
한우 조금, 상추 고추 사서 구워 먹었어요.
집에서 누룽지 한봉지 가져가서 끓여 먹으니 좋더라구요.
다음날 아침도 누룽지로...ㅎㅎ
작은 애는 차에서는 완전 널부러져 있다가 어스름 저녁에 깨서는 밤에 잠을 못자고
새벽녘에 잠들어 아침에는 못일어나고...ㅠㅠ
비몽사몽 힘들어하는 작은 애를 깨워서
예약도 안한 레이바이크를 타러 고고싱~~
가는 길이 아름답더군요...드라이브 하기에 좋구요.
사람들이 정말 많았는데...1시표는 매진...2시 50분 표를 사라고...
그런데 12시 50분쯤 요행히도 취소표가 생겨서 1시에 탑승 성공했지요.
이것도 초등 애들 개학했으니 가능한 일...ㅎㅎ 따라하지 마세요.
날씨가 쨍쨍한 대낮이라 더울까봐 걱정했는데
출발하니 시원하고...터널은 완전 시원...경치도 완전 시원...좋았어요.
다시 정선읍으로 가서 늦은 점심으로 곤드레밥 먹고...
국향이란 곳인데 1인당 13,000원 가량인데 상은 잘 차려 주더군요.
남은 시간에 병방치에 가서 스카이 워크 밟아보고
한반도 지형 보고 서울로 떠나자고 했어요.
그런데 스카이워크 가는 길이 너무 너무 가파른겁니다.
원래는 아래 주차장에 차를 놓고 무료셔틀이 다니는데
피크가 지나 관광객이 줄어드니 차를 가지고 올라가게 하더라구요.
내 차가 수동이라...1단 2단을 번갈아가며 운전하는데
거의 다 올라가서 주차장이 저기 보이는데
급경사지에서 갑자기 차가 펑! 하면서 하얀 연기가 펄펄...그리고 시동 뚝!
애들은 놀라서 뛰어내리고
남편은 브레이크 밟으라고 소리치고
애들은 엄마 내려! 엄마 내려!를 외치며 울고...
정말 눈 앞이 깜깜해지며...무슨 일이 일어난건지...정신이 없더라구요.
일단 잘 세우고 보험회사에 전화해서 견인하고 정비소에 보냈어요...휴~~
정비소에서 전화가 오길...라디에이터가 터졌고
오늘은 부품 때문에 수리가 안 된답니다.
점검도 받고 왔는데 무슨 일인지...하기사 13년 넘은 고물차가 무리를 했지...
이렇게 된 거 뭐...하루 더 놀자...
큰 애가 사무실에 전화해서 하루 더 휴가 받고...
스카이 워크에 올라서서 내려다보니...정말 까마득하고 멋있는데
어떻게 이런 곳에 이렇게 만들었을까...정말 신기하더군요.
그런데 입장료가 5천원...5-10분 볼거리에 많이 비싸보이네요.
옆에서는 짚 웨이가 한반도 지형을 향해 내려가는 데
한 번 타보고 싶더만...그것도 1인당 4만원 총 16만원이 너무 비싸서 포기.
무료 셔틀버스 타고 내려와서 숙소를 잡아야 하는데
차가 없으니 택시타고 정선 5일장 옆에 동호호텔로 갔는데
아이구...안내 팜플렛에는 호텔이라더니 가보니 완전 오래 된 모텔입니다.
그래도 방이 얼마나 큰지 완전히 운동장 같은 방을 8만원에 썼어요.
저녁은 또 정선5일장에서 이것저것 먹었는데
그 중에서 콩국수가 정말 진하고 구수하고...아직 시골이구나를 느끼게 해줍니다.
7시가 되니 시장도 문을 닫고 길거리가 완전히 조용~~
9시가 되니 서울의 새벽 1-2시 같은 적막감...
강가에 산책하러 가니 너무 깜깜하고 아무도 없어서 무서워서 그냥 왔어요.
밤 10시에 양재천길 같은 곳은 운동하는 사람 많은데...그냥 웃고 돌아왔네요.
참고로...
정선은 2일, 7일, 장이 열리는 날만 가야할까 봐요.
시티투어도 공연도 무슨 행사는 다 장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희는 19-21일 사이에 갔더니 아무것도 못보고 손해 본 느낌입니다.
다음날 정비소에 전화를 하니...2시에 부품이 도착한답니다.
또 뭐하고 노나...
관광안내 센터에 가서 물었더니 화암동굴을 가랍니다.
버스로 가는 길과 버스시간 안내받고 동굴로 갔어요.
가는 길이 경치가 정말 좋습니다.
화암동굴은 경사가 심하다고 해서 저는 무릎 때문에 안간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남편이 자기도 막걸리 한 잔하며 기다린다고...
그래서 막걸리 한 병과 감자떡 사가지고 옆에 흐리는 강 같은 개울로 내려가다가
울 남편과 내가 삐끗해서 같이 넘어졌지 뭡니까...
저는 조금만 넘어졌는데 남편은 다리가 쫘악 긁혀 피 나고...ㅠㅠ
와...이게 뭔지...아직도 사건 사고가 끝나지 않은건지...
애들이 동굴에서 나와서 우리를 보더니...아빠 다쳤다고 큰애가 막 웁니다...
우여곡절 끝에 정선으로 나와서 약국도 들르고
자동차를 찾고 서울로 올라오기로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정말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었는데 이만하길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고속도로 달리다가 사고가 났으면 어쩔 뻔 했는지...
그래도 놀기 좋아하는 우리는 아직 4시니까 더 놀 곳이 없나 보다가
나오는 길이니...장평 IC를 통해 평창에 가기로 했습니다.
이효석 문학관에 갔는데
세상에나...여기저기 가봤지만 그렇게 예쁜 문학관은 처음 봅니다.
관광안내소 뒤로 코스모스 핀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데
2천원 입장료가 있었지만...정말 아깝지 않고 감탄을 자아내게 아름다웠어요.
성서방네 처녀와 허생원이 사랑을 나누던 물레방아도 있고
음식점 이름까지 동이네집...이집 이름에 보는데 왜 가슴이 아려오는지...
아직도 작은 애는 내내 졸리다가 이제 일어나고...
그런 아이 끌고 자동차 사고에 다치기까지...휴~~
정선 5일장, 레일바이크, 스카이 워크, 화암동굴, 평창 이효석 문학관...
이만하면 정선여행 잘한건가요?
정말 좌충우돌 천신만고 우여곡절 다 겪은 우리의 휴가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