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시각장애견을 돌보면서...애틋함

패랭이꽃 조회수 : 2,431
작성일 : 2013-08-17 04:59:47
여기서 말씀 드리는 것은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아니라 시각을 잃은 개를 지칭합니다.
즉 개가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는게 아니라 거꾸로 시각을 잃은 개를 제가 안내하고 있습죠.
뭐 꼭 개만 사람을 안내하라는 법은 없고 거꾸로 사람이 개를 안내할 수도 있죠.

참으로 인정하기 싫은 사실이지만 두 눈이 멀쩡하던 나의 사랑하던 pet이 그만 장애견이 되고 말았네요.
그의 나이는 이제 곧 6살이 되어갑니다. 젊디 젊은 나이에 장애를 입게 된 그를 볼 때
제 가슴은 무너져 내리고 찢어집니다. 한 번 영구손상된 건 다시 회복이 안되는지...
작년에 제 개가 홍역을 심하게 앓고 눈을 긁더니 결국 시력을 거의 80% 이상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그 기간이 겨우 2주도 안된 사이에 일어난 것입니다.
초기에 제대로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어느 병원에서도 제대로 진단을 못하는 바람에
맞지 않는 처방을 내렸고 결국 각막이 천공되고 손상되어서 이전과 같은 맑은 눈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냥 하얗게 백태가 낀 눈으로 더듬더듬 걸어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산책을 좋아합니다.
공원에 데려가면 전처럼 큰 개들과 싸움을 벌이는 호연지기는 사라졌고
제가 이름을 불러야만 어디 있는지 알아채고 다가옵니다.
그는 아무래도 약간 투명한 막 너머로 세상을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인의 발걸음 소리, 차소리는 귀신같이 알아채고 주인의 냄새를 좋아합니다.
그가 장애견이 되었으므로 저희는 혹시 저희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 개를 끝까지
끌어안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눈 멀은 나이든 개를 어느 누가 저희처럼 돌볼까'' 싶은게
저희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사실 개가 눈이 멀게 된 계기가 저희가 장사에 바쁘고 일에 바빠
제대로 관찰을 못하고 돌보지 못한 이유가 크다고 생각되기에 죄책감으로 인해
자주 닭고기를 삶아주고 차돌박이도 구워주곤 합니다. 누구는 저희가 개를 "Spoil''하고 있다고 염려합니다.

아주 작은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거나 하지 않고 그저 듬직한 검정 진돗개이지만
늘 묵묵하고 자기 자리 지키며 분위기 파악도 잘하는 그 개를 생각하면 그냥 제 몸의 일부로
평생 데리고 살아야 할 듯 합니다. 저 또한 병으로 청력의 많은 부분이 손실 되었기에
이 개의 시각상실에 대해 일정부분 감정이입이 되기도 합니다.
그와 함께 한 세월이 5년 반이 지났으니 저희의 젊은 날을 함께 지낸 개로써 모든 여정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는 저희들의 좋은 반려동물이자 친구입니다.
IP : 200.82.xxx.247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3.8.17 5:24 AM (39.118.xxx.210)

    뭉클합니다

  • 2. 패랭이꽃
    '13.8.17 5:45 AM (200.82.xxx.247)

    똘이엄마님,
    14년간 개를 키우셨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는 한 강아지를 10년 이상 키우신 분들은 달리 보인답니다.
    특히 대형견, 진돗개나 말라뮤트, 리트리버 등을 10년 이상 키운 분들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이제 마지막 가는 길인가 본데 곁에서 잘 지켜주세요. 쉽지 않으시겟지만 의연하게 대처하셔서
    마지막 길을 보내주세요. 생명은 나면서 성장하고 늙고 소멸하는게 당연한거 아니겠어요?
    무지개 다리를 건너 더 이상 아프지 않고 눈도 잘 보이고 암도 없는 곳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빌어주세요.
    그게 그 강아지가 바라는 바람일거예요. 힘내세요.

  • 3. ㅇㅇ
    '13.8.17 6:29 AM (71.197.xxx.123)

    애견인이시고 큰 개 키우시는 거 알고 있었는데,, 이런 속상한 일이 일어났군요.
    더 많이 스포일하고 끌어안아 주시길 바래요.
    강아지가 눈이 안보이니 곁의 식구들이 한결 멀리 있는 듯한 느낌이 들 것 같아 짠해요.
    힘내시구요.

  • 4. ocean7
    '13.8.17 6:55 AM (50.135.xxx.248)

    이런 가슴아픈일이...
    정말 순식간에 일어났네요 ㅠㅠ

    원글님은 어찌다 청력을 잃으셨는지요
    반려견과 함께 건강하시기만을 빌어봅니다
    힘내시고 앞으론 항상 즐거운 일만 있으시길요

  • 5. 보티블루
    '13.8.17 7:01 AM (180.64.xxx.211)

    내 동생네 개도 홍역에 걸리더니 죽음과 사투하고 살아났어요.
    그러고도 아주 아주 오래 살았답니다.
    개는 명태가 만병통치약이래요. 그거 삶아서 줘보세요. 지금이라도 혹시 아나요.
    눈은 안보이지만 님에게 사랑받을 사랑 줄 기회를 개가 선물한 것이니
    많이 충분히 사랑해주시길...

  • 6. 보티블루
    '13.8.17 7:24 AM (180.64.xxx.211)

    윗님 래브라도는 소통하는 반려견이네요.
    큰 개나 작은개나 사람의 감정을 읽는다는게 정말 신기해요.

    친구입니다. 말없이 들어주는 좋은 친구^^

  • 7. 레고
    '13.8.17 8:23 AM (211.197.xxx.115) - 삭제된댓글

    패랭이꽃님 글 읽고 가슴이 뭉클해요.
    저는 두살 레브라도와 다섯살 토이푸들을 키우고
    바로옆에 사는 친정 엄마는 열살 말티즈를 키워요.
    래브라도 빼곤 다들 건강상 문제가 있던 애들이에요.
    특히 푸들은 데려오던 날 내장이 다 터져있어서
    병원으로 갔더니 (?)교환 해준다는걸 싫다고 수술해달라해서
    기르고 있는데 이유없이 피오줌도 누고 털이 거의 나지 않고 하더니
    오년이 지난 지금은 푸들의 모습을 어느정도 갖췄어요.
    여기저기 병원에 다닌 결과 그냥 약한 아이라고 하더라구요.
    주인 잘 못 만났으면 어쩌면 죽었을 아이라고 우리끼린 이야기해요.

    소형견과 달리 대형견은 그 느낌이 또 달라요.
    래브라도 녀석은 사십키로에 육박하는 랩중에서도 큰 랩인편인데
    지 몸을 모르고 토끼처럼 좋다고 뛰면서 안기면 휘청휘청하고요
    그런 녀석이 폐렴에 걸려 병원다니고 그럴때 정말 사람이 아픈거처럼 느껴지더라구요.
    가끔 내 개들을 보면서 이녀석들을 보내냐할 날이 언젠가 올텐데
    내가 그 슬픔을 어찌 감당할까하는 걱정이 들어요

    위에 래브라도 기른다는 분 반가워요. 열세살이 되었으면 정말 사람이겠는데요.
    래브라도가 정말 똑똑하고 감정 표현도 많이 하는 것같아요

  • 8. 댓글달려고
    '13.8.17 9:19 AM (121.165.xxx.156)

    놀이 하나 알려드릴께요 크리넥스사각휴지에 닭가슴살육포나 좋아하는간식을 쪼금 넣어 뭉칩니다 이것을
    5개정도 만들고 이것을 개코에 대어 냄새를 맡게합니다 그리고 앉아 , 기다려 한다음 집안 구석구석에 숨김다음
    "찾아" 라고 하면 그냄새를 찾아서 간식을 먹는 놀이에요 처음에는 찾기쉬운곳부터 시작하는게 좋겠지요 초집중을
    하기때문에 좀많이 하면 녹초가 됩니다 잠도 깊이 잘자구요

  • 9. 눈물이
    '13.8.17 10:36 AM (221.149.xxx.57)

    나서 로그인했어요...얼마전 블로그에서 봤는데 대만에서 일어난 일이에요. 훈련된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주인이 학대하더라구요. 시내한가운데에서 목줄을 휙 (숨이막힐때까지)잡아당기고 때리기도 했나... 훈련받은 애들이니 끽 소리 하지않아요. 얼마나 눈물이 났는지... 다행이 이 시각장애인은 안내견 뺏겼데요. 대형견 끝까지 돌봐주시는분들은 정말 대단하세요. 위에 놀이 추천해주신 분 저도 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다 찾고나면 집안에 눈이 내리진않아요? 크리넥스통 다 뜯어놓느라? ㅎㅎ

  • 10. 순이엄마
    '13.8.17 8:02 PM (125.183.xxx.51)

    슬퍼서 못 읽겠네요. 이래서 개를 못 키워요. 저는 두렵덜구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87615 입맛이 없네요 2 기차니즘 2013/08/20 633
287614 아파트 경리어떨까요? 전업주부인데요. 10 진주목걸이 2013/08/20 4,914
287613 인도가 금융 위기라는데 인도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어떤 영향을 .. 2 걱정되요 2013/08/20 1,633
287612 김치부침개 만들었어요! 블라불라 2013/08/20 762
287611 조명철 의원이 공개한 미행 동영상…조작 밝혀져 8 우리는 2013/08/20 1,322
287610 저 갑자기 남자복이 터졌나 봐요-_- 6 ... 2013/08/20 3,206
287609 LED전구로 교체하신분 계세요? 삼파장전구랑 비교해 전기세 엄청.. 11 LED 2013/08/20 20,512
287608 어떻게 하면 기분 빵 시원해질까요 5 그라시아 2013/08/20 872
287607 대구 지금비. 5 단비.. 2013/08/20 1,120
287606 수원교구 시국미사 다녀왔어요 11 다녀왔어요 2013/08/20 2,692
287605 베개솜 어느정도 사용하고 나면버리시나오 4 미소 2013/08/20 2,340
287604 짝, 돌싱특집에서 만나 결혼해서 아기까지 낳은 여자분요... 4 ... 2013/08/20 4,798
287603 강남에 영어학원 추천부탁드려요~~ ... 2013/08/20 606
287602 버스 기사들이 인사 안하는걸로 했음 좋겠어요. 대신 노약자 착석.. 4 버스 2013/08/20 2,086
287601 정시에도 내신이 들어가나요? 7 ᆞᆞ 2013/08/20 1,764
287600 해외에서 인강 궁금해요 국어인강 2013/08/20 550
287599 여자는 40대 초중반에 결혼하는거 힘든가요? 16 고민녀 2013/08/20 4,259
287598 피부가 타고난다고 느끼는게요 2 dksk 2013/08/20 2,342
287597 저는 누구보다 세속적인 걸 추구하며 사는 사람인데 속물스러운 건.. 43 왜 때문이죠.. 2013/08/20 11,709
287596 딸아이가 인터넷게임하다 만난 남자애한테 관심을 갖는 것 같아요 콩닥콩닥 2013/08/20 911
287595 장례식 복장 문의드릴게요. 6 가을 2013/08/20 1,525
287594 집안일은 진정 표가 안나는군요.... 5 2013/08/20 1,880
287593 권은희가 뭐 그리 대단해? 17 이런 2013/08/20 2,388
287592 간단한 번역 부탁해도 될까요? 5 영어 2013/08/20 548
287591 아파트 통로 입구 쪽 주차장 바닥에 아침부터 고추 널어 말리는... 3 추수하는여름.. 2013/08/20 1,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