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늘 동네 신발가게에서 이만원, 삼만원 하는 스포츠샌달을 사서 신었었어요
제가 하루종일 신고 일을 하다보니
잘하면 일년 반, 못하면 두달만에 신발이 망가졌어요
사투리로 빠개진다고 할만큼 신발이 수선불가능하게 파손이 되어요..
그래서 오늘은 큰맘먹고 메이커 사야겠다 싶어서 버스타고 멀리 있는 2마트를 갔어요.
평소엔 동네신발가게가 꽤 큰편이라 거기가서 대충 가격맞고 발에 맞고 디자인 적당히 맘에들면
더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기때문에 그냥 구입하고 왔었어요
근데 2마트는 여러브랜드가 주루룩 붙어 있잖아요?
제가 낮엔 가게 하느라 바빠서 오전에 갔는데
사러갈땐 기분좋아서 룰루랄라 갔다가
오전이라서... 장사하는 분들은 "첫 마수" 에 좀 민감하시잖아요..
그래서 그냥 부담없이 구경하러 못들어가겠는거예요..
여기 갔다가 옆매장 갔다가 하는것도 눈치보이고... 헐...
저는 제가 그렇게 눈치많이 보는 사람인줄 몰랐어요
나이... 애 둘딸린 사십대예요..
웬지 구경하러 들어가면 구입해야 할것 같은 중압감이 밀려왔어요
첫번째 들어간 매장에선 가격이 너무 쎄서 미련없이 나왔는데
두번째 들어간 매장은 가격도 그럭저럭 예산과 비슷했고
취향도 맞는것 같았어요.
그리고 판매하는 분이 적극적으로 이것저것 꺼내서 보여주시고
사이즈 없는건 가지러도 몇번 다녀오시고
불량품 잘못 꺼내와서 또가시는등.. 몇번이나 근처 물건 두는곳에 다녀오셨었어요.
진열상품 볼때하고 막상 신어볼때하고 다르잖아요...
샌들사러 갔었는데
어떤건 너무 갑갑하고
어떤건 너무 발가락이 쑥 나오고
어떤건 발바닥이 미끄럽고..
저도 하나 사서 오래신으려고 하다보니
자꾸 이것저것 고민하고 재게 되고
정말 맘에 들어서 사이즈 골랐던 신발이 망설이느라
앉아서 잠시 신고 있었는데 발이 더워졌어요..
다른것들을 고르다 보니 점점 가격대도 올라가는데
그럴바예야 아까 첫번째 집에서 보고 비싸서 되돌아 나온걸 다시 가서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런 /데
맘에 드는거 없다고 털고 나오지를 못하겠는거예요..
서너번 물건 가지러 왔다갔다 하셨었는게
실컷 구경해놓고 안사고 그냥 나오면 욕먹을짓 같아서
그 매장 물건중에 그나마 가격맞고 디자인 최악 아닌걸로 사왔어요
쇼핑해놓고 가슴 답답한 이유는....
첫번째 집에서 봤던.... 맘에 들었지만 비싸서 못사온 신발이 눈에 밟히구요... (십만원, 팔만원)
두번째 집에서 기껏 골라온 신발도 오만원 넘는거라 포기한 물건과 가격차이는 몇만원 안나는데
만족도 차이가 너무 커서 속상하구요..
오만원 짜리 신발도 비싸다고 놀랠 남편 생각하니 속상하구요
(남편은 싸구려사서 한철 새신 신는거 좋아해요)
현관에 벗어놓으면 비싼거 샀다고 놀래자빠지고 잔소리하실 시어른 생각하니 더더더더 속상해요
(시어른 한테는 시장에서 샀다 하고 3만원 이라고 거짓말 하려고 했는데
마트 계산대 앞에서 시댁숙모님과 마주쳤었어요 허허허허허허
새털같이 많은날.. 하필 오늘 숙모님도 마트에 오셨답니까.... 허허허허허허 .. ㅠ.ㅠ)
내돈주고 내가 물건사면서 판매하는분 눈치를 보다니...
제가 너무 찌질하게 느껴져서 마음이 더 무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