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존경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특히 나이를 먹어갈 수록 그리고 인간을 알아갈수록 다 거기서 거기고
타고난게 다행히 고상떨수 있을 정도로 환경이 되면 고상하게 때로는 행동도 남들로부터 존경받을만하게
안과 밖이 남이 보던 안보던 사랑과 예가 내면화된 사람이 극히 일부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외는 다 환경의 지배를 받고 거기서 거기다 생각했거든요.
근데 오늘 집으로 오는 간병하는 아주머니 보면서 참 대단하다 싶고 존경스럽다 싶네요.
엄마가 지금 집에서 투병중인데 지금 대소변 받아 내고 있어요.
이런 일은 처음이라 사실 비위가 너무 많이 상합니다.
냄새도 냄새고 의식이 오락가락 하고 자기 몸 가누지 못하는 사람 이리 저리 돌려서 닦고
기저귀 채우고 하는 일이 그 순간만큼은 너무 힘들거든요.
근데 그 아주머니는 변이 묻어도 그걸 하는 거예요. 얼굴도 안 찡그리고 하는데 참
놀랍고 자식인 나도 이리 힘든데 아무리 돈 버는 일이라지만 나보다도 젊은데도 그냥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근데 몸을 이리저리 뒤척일때마다 변이나 오줌이 나오는 말하자면 환자의 의사나
의지와 상관 없이 항문이 열리고 하는 거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 되겠죠?
같은 지방에 사는 며느리 둘 있어도 하나는 자기도 달팽이관이 이상이 있어서 링거 맞고
있다고 어머니 병원서 더 할 거 없다고 집으로 가라해서 온지 일주일이 넘도록 한 번 와 본 적도
없고 또 한 며느리 역시 직장 다니는데 내가 왜 큰며느리보다 더 일하랴 싶어서 일주일에
딱 한 번 집 청소 해주러 지난 토요일 왔다 간 게 다라니 왜냐면 동생이 자기 친정에 가서 일해준거 보다
자기가 이 집에 일 한 게 더 많다고 안 간다 했다 하고
도대체 이런 아들들한테 재산 다 물려준 아버지가 야속하네요.
아무리 그래도 한 때 같은 집에서 살았고 철천지 원수가 아닌 다음에야
죽음 앞에서는 아무리 미운 사람한테도 일말의 측은한 마음이 드는게 인간일텐데
남도 어떤지 한 번 들여다 보는 판에 아들들 다 일하러 가고 늙은 아버지 혼자 거동도 못하는
엄마 일으키고 간병하는데 그게 환자를 뒤에서 지탱하면 밥은 못 먹이고 해서 누가
한 사람 더 있어야 되고 그래야 옆에 있는 사람도 잠시라도 쉬고 밥도 먹고 할텐데
노인이 혼자 무슨 밥은 밥솥에 지어도 반찬이며 집안 정리까지 하며 어떻게 간병하라고
저렇게 나몰라라 하고 있으니 아들 하나는 일 마치고라도 늦게 와서 거즈로 입안도 닦고
기저귀도 갈고 하는데 하나는 아예 지 마누라에 대해서 무슨 링거를 24시간 맡고 있냐고
했다가 뭐라 한다고 아주 잡아 먹을 듯 하니 어머니 돌아가시면 나한테 친정이란 없고 아마
여기도 발걸음 하지 않을 것 같다는 마음 한켠에 싸 해지는 서늘한 감정이 듭니다.
옆에 누가 없다 싶으면 계속 신음소리로 부르고 밤새 5분 간격으로 신음소리 내는데 저도 사흘째
옆에서 자니 깊게도 못자고 계속 누가 있다는 거 알려 주면서 자느라 힘들기도 하지만
뼈밖에 안 남은 앙상하게 마른 몸보면 너무 안타깝고 몸 상태가 하루하루가 다르고
이젠 밥도 못 먹고 물도 겨우 겨우 넘겨서 약도 부셔셔 물에 타 넘기게 하니 이런 상태로 얼마나 갈 수
있을지 멀리서 내려 온 나도 내일은 올라가야 하는데 그러면 금요일날은 오전은 아버지 혼자서 요양보호사
오는 시간 말고는 간병해야 하는데 여러 가지로 생각들이 많아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