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초 증발, 절대 안될 일’ 발언에 대해 6일 “물론입니다. 사초원본 봤다는 자들, 불러 족치면 됩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트위터에서 “안 봤는데 봤다고 거짓말했는지, 보고 없앴는지를”이라며 이같이 촉구했다. 또 한 교수는 “그리고 진짜 절대 안될 일은 국정원의 선거개입공작!”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증발에 대해 “국기를 흔들고 역사를 지우는 일로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말했다.
대화록을 본 사람과 관련해 신경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올해 2월 5일 퇴임 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봤다고 했다”며 “정문헌, 김무성, 서상기 의원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대화록 열람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한 바 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7월 30일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이 대화록을 낭독한 유세현장에는 박근혜 후보도 함께 있었다”며 “들어보기만 해도 이것이 국가기밀 누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박근혜 후보는 나중에라도 대화록과 관련된 상황을 참모들에게 물어보았지 않겠는가? 이것은 합리적인 의심이다”라고 지적했다.
▲ 박근혜 대통령(좌)과 이명박 전 대통령(우) ⓒ 청와대이와함께 박 대통령이 여야가 국정원 국정조사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대화록 증발’을 언급하자, 야당에서는 NLL 정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이 나왔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박 대통령의 지적에 대해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오늘 갑자기 이 같은 발언을 한 의도가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다시 ‘사초증발’을 정쟁화해서, 국정원의 국정조사 관련 박 대통령의 입장표명 요구를 물타기 하려는 시도는 아닌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준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의구심을 보였다.
이어 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사초증발을 언급하기 이전에 국기문란 사건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는 법”이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박원석 국정원개혁특위위원장은 논평에서 “국정원국정조사 기간연장과 원세훈, 김판대 증인불석에 대한 여야 합의가 논의되는 시점에서 참으로 악의적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NLL정쟁 유발 발언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말처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은 ‘역사를 지우는 일’이고 국정원의 대선개입은 민주주의를 도둑질하는 일”이라고 지적한 뒤 “굳이 사초실종만 언급하며 있어서는 안 될 사건이라 말하는 반쪽짜리 역사인식을 가진 박 대통령에게 민주주의 역사인식까지 갖으시길 당부한다”고 비난했다.
이지안 부대변인도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시기가 부적절하고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사초 증발의 원인과 경과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마치 야권에 귀책사유가 있는 듯한 뉘앙스도 문제”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