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6년차입니다.
금슬좋고 결혼해서 한번도 싸우지 않은 잉꼬부부라고 여지껏 자뻑하고 살아왔어요.
서로 잘 맞춰줘야 가능한 일이지만 저는 정말 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6년동안 남편에게 잔소리는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고
백수로 놀때도 돈없어 쫄지말라고 500만원 쌈짓돈 주머니에 넣어주고
퇴근하고 장봐서 들어와 거실에서 미드 보다 잠든 남편 뒤통수 때리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꾹 참고 저녁밥을 해먹였네요.
남편이 노는데 왜? 여전히 집안일은 내 차지인지? 남편은 꼴랑 청소기 한번 밀면서 집안일 하고 있는것처럼 말하는지?
구직활동은 어찌 되고 있는지? 라는 생각을 입밖에 낸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왠만하면 남편입장에서 이해하려했고 아니다 싶어도 무조건 난 당신편이야라고 다독이고
늘 남편을 칭찬하고 추켜세우며 대신 싸나운 소리 한번 하지 않는 그런 아내였습니다.
물론 남편도 지금은 든든한 가장으로서 잘하고 있습니다.
여튼 그랬던 우리가 오늘 결혼해서 처음으로 대판 싸웠고 남편은 저보고 오해하고 있대요.
남편이 핸드폰게임을 통해 중국계미국인 아가씨를 알게 됐는데
남편에게 가끔 안부쪽지(핸드폰게임내 쪽지기능)를 보내더군요.
남편은 어리고 귀여운 외국인아가씨가 쪽지 주는게 싫지 않았는지 대꾸를 해줬구요
남편이 이거봐이거봐 하면서 보여주며 자랑한 적도 있어서 에그 저 철없는 사람 ㅋㅋ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왜냐면 Have a nice weekend~ 이런 수준의 대화였거든요.
그리고 어제 밤에 남편이 좀 시무룩해서 티비보다가 잠이 들었길래
별생각없이 그 게임내 작물을 수확해주러 남편폰으로 그 게임에 들어가 쭉 지금까지 나눈 내용을 보아하니
여자애는 스무살로 뉴욕에 혼자 살며 한류에 관심이 많은 프로그래머래요
(남편은 30대후반입니다)
지금 한국에 여행왔고 제주에 있는데 곧 서울도 갈거라고...
남편이 누구랑 같이 왔냐고 물었고 이 아가씬 혼자 왔다네요.
서울오면 술 한잔 하자고 쪽지를 보냈는데 이 아가씨가 거절함...
카톡아디 알려주며 친추하고 필요한게 있으면 얘기하라는 쪽지에 또 이 아가씨가 바빠서 안한다며 단호히 거절함...
하.... 내 남편이지만.... ㅂㅅ도 이런 상ㅂㅅ이...
평소에도 매를 부르는 힘이 넘친다고 매력넘치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워줬는데
제가 보통 선구안이 아닌가봅니다 -_-
결혼전에도 이런 이력이 한 번 있었는데 눈에 콩깍지 씌인 제가 매달리는 이 남자를 뿌리치지 못한것
이제와 후회해봤자 소용없지만 후회됩니다 ㅠㅠ
솔직히 나이도 띠동갑 한참 넘는 아저씨가 술한잔 하자고 하면 누가 만나겠어요.
아... 어제밤 시무룩했던게 어린 아가씨한테 까여서 그랬던거구나...
난 이런 ㅂㅅ이 더울까봐 선풍기도 틀어주고 배아프면 어쩌냐며 높이 솟은 둥그런 배위로 돌돌 말려진 티셔츠도 조심스레 내려줬네 아오....
2시간쯤 어두운 거실에 앉아 마음을 정리해봤는데 도무지 정리가 안되더군요.
난생처음 남편에게 쌍욕을 섞어 문자 보냈습니다.
'어린애한테 왜 그렇게 껄떡대니 싫다는데도 왜 계속 들이대
머? 술? 카톡? 지랄하네
이혼도장 찍고 해라 ㅆㅂ'
(욕 죄송합니다 선배님들 ㅠㅠ 근데 그때는 마음속에 폭풍우가 몰아쳤어요 ㅠㅠ)
라고 문자를 남기고 결혼해서 처음으로 다른방에서 잤습니다.
이 일에 대해서 남편은 제가 오해를 하고 있다 합니다.
본인이 이 아가씨와 친하게 지내려는 이유는
자기는 미국인친구가 있었으면 했고
영어공부도 되는거 같았고
또 혼자 한국 왔는데 얼마나 불안하고 심심하겠냐 그래서 카톡 알려준거다
술은 직장인이 퇴근시간 끝나면 할 일이 술밖에 없어서 술 사려한거다.
문자를 다시 보니 내가 봐도 충분히 오해할 소지가 있지만 나는 정말 순수한 의도로 호의를 베푼거다.
전 저 말을 듣고
주위 사람들에게 이 아가씨랑 했던 문자 고대로 보여주고 반응 함 확인해봐라
당신 말대로 순수하게 웰컴투코리아의 착한 시민가이드로 보이는지 물어봐라.
그리고 당신이 순수한 의도였다면
어째서 나 그리고 저 아가씨 둘 다 너의 의도를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는 화내고 저 아가씨는 단호히 거절하는것이냐
결국 남편은 대화 끝까지 그건 미안한데 이건 절대 그런 뜻 아니라며 저보고 오해하는거라는 얘기만 무한 리피트...
제가 오바하는건가요?
결국 바람이라고 할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니 그냥 모르는척 해야 했던걸까요?
저 정도의 일로 문제를 크게 만든건 현명치 못한 일이었을까요?
혼란스럽습니다 ㅠㅠ
요약하자면
제가 보는 상황은
남편이 게임내 아는 어린 아가씨한테 껄떡댐 -> 아가씨한테 단호히 까임 -> 그 와중에 내가 상황알고 왜 다른여자한테 껄떡대냐며 화냄.
남편이 보는 상황은
미쿡인친구가 갖고 싶어요~ 술도 조언도 해주는 내가 너의 Korean oppa가 될게~ -> Nop! -> 마누라가 머릿속에서 사랑과전쟁찍고 죄없는 자기를 몰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