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다섯살이고, 여느 다서살 아이들처럼 말도 안듣고 장난치고 해찰하고 그렇죠.
그런데 이 할머니가 너무 신경질적이에요. 양미간에 아예 늘 내천자가 그려져 있어요.
예컨대 이런 경우들요,
미술수업이라 끝나면 선생님이 간단히 브리핑을 해 줘요.
아이가 토끼를 그리고 토끼 귀를 발 아래 그렸어요.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 귀를 숨겼다구요.
선생님이 말씀하시자마자 이 할머니가 애를 막 다그쳐요, 왜 이렇게 그렸어? 이게 토끼야? 너 토끼 몰라?
수업 끝난 후에 애들을 씻기는데 이 아이가 낮은 세면대에 발을 안내려놓으니 또 애를 잡으시네요.
내가 너 때문에 힘들어죽겠어, 또 이렇게 말 안들을거야? 할머니 힘들어 죽을까?
물감 묻은걸 지우는데 주변을 막 둘러보시더니 선생님들 식사 후에 설거지용으로 쓰는 수세미로 애를 벅벅.
애가 아파서 막 우니까 시끄럽다고 또 철썩, 하도 우니까 선생님이 내다보시고 잘 말씀드려 겨우 수세미 뺏었어요.
이건 오늘 하루 일이구요, 같이 들은지 몇달 됐는데 매주 이러세요.
애도 또 같이 할머니한테 바락바락 대들고 한번 울음 터지면 귀청 찢어지게 울고.
오죽하면 저희 애가 미술가기 싫대서, 왜 그러냐 했더니 그 친구랑 할머니랑 싸우는 소리 듣기 싫다고..
게시판에서나 베이비시터가 애를 막 대한다느니 엄마한테 말해주고 싶다느니 하는 이야기 들었지
제 주변에서 이렇게 보기는 또 처음이라.. 그것도 진짜 외할머니신데요.
마음이 참 안좋더라구요, 제가 뭐 도와줄 것도 없고 그냥 지켜보다가 애가 할머니한테 너무 혼나기 전에
먼저 데려가서 씻겨주거나 간식거리 건네주며 애가 할머니랑 좀 떨어져있게 하거나 그런 정도에요.
자려고 누웠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아까 낮에 서럽게 울던 그 아이 목소리가 계속 맴돌아서 더 뒤척이네요.
다음 주에 또 만날텐데 마치 제가 혼날 것 처럼 기분이 좀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