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250인이 시국선언하며 그랬지요. 이번 국정원 사태는 지난 3.15 부정선거에 준한다고.
"국정원 사건이 또하나의 '성공한 쿠데타'가 돼선 안 된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82614&utm_sourc...
참으로 뼈아프고 통탄스러운 일이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국민주권유린, 국기문란 사건의 시작과 전개 과정, 그것과 연관하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사건 등을 묶어서 들여다보면 한마디로 요지경 속이다. 그 속에 오만 잡것이 다 들어 있다. 불법·거짓·비겁·유치·천박·꼼수·졸렬 따위 낱말들을 걸친 구더기들이 바글거리는 것 같다. 그러고도 부끄러운 줄을 모르니 너무 뻔뻔스럽다. 아예 수치심을 상실한 부류들이다.
자신의 안위를 생각해서라도 이명박은 죽기 살기로 같은 울타리 안의 박근혜를 도와야 할 필요를 느꼈을 터이다. 위기감이 드는 것과 비례하여 박근혜의 당선을 위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했을 터다. 그것을 위해 그는 일찌감치 선견지명(?)으로 '언론장악'이라는 것을 해놓았다.
이명박이 가장 믿는 구석은 자신이 이룩해놓은 언론장악이다. 조중동이야 원래부터 한통속이니까 신경 쓸 것 없고, 방송매체들만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아무 문제도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는 굳게 믿었을 것이다.
언론장악에 대한 믿음, 대중조작의 유용성은 사실상 그들 집단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었다. 그 보물을 쥐고 있는 한 그들은 두려울 게 없었다. 국회도 다수 의석을 확보했겠다, 경찰과 검찰 등 권력기관들은 얼마든지 통제가 가능하겠다, 그저 언론장악의 효과만 잘 유지된다면 문제될 게 없는 것이었다.
그들은 심판과 단죄의 경험을 갖지 못했다. 아니, 우리나라 자체가 심판과 단죄의 역사를 만들지 못했다. 36년 동안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고 치욕의 식민통치를 겪었으면서도 해방 이후 우리는 민족배반자들을 심판하지 못했다. 해방 이후에도 친일세력이 계속 득세하는 이상한 나라를 만들었다. 거기서부터 민족정기를 바로 세울 수가 없었다. 그것은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 전반에 나쁜 영향을 끼쳐왔다.
5·16군사쿠데타 이후 18년 동안 이어진 박정희 철권통치는 양심과 정의를 굴절시키고 왜곡시키는 악습의 뿌리를 사회 전반에 깊이 드리우고 말았다. 오도된 가치관이 국민의 의식 속에 깊이 침윤되어 민족정기는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되었다. 5·16군사쿠데타와 박정희의 18년 철권통치가 남긴 가장 나쁜 폐습은 국민의 사고방식을 제약하고 제한하여 단순과 순치 속으로 몰아넣은 점이다.
그런 습성에서 국정원의 국민주권유린과 국기문란도 나오고, 서울경찰청장 김용판의 수사방해 은폐 시도도 나오고, 국가 비밀문서를 까발려 물 타기를 하려는 꼼수도 나온다. 비겁함과 유치함과 천박함과 졸렬함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그런 분별력을 잃은 욕심 속에서 지역패권주의도 나오고, 종북 타령도 나온다. 그리하여 오늘 급기야 국가기관을 일개 정파의 노리개로 전락시킨 행위도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이런 풍토에서 오로지 정권을 잡기 위해 국가정보원을 일개 정파의 정보원으로 전락시켜 국민주권을 유린하고 국기를 문란한 어둠의 세력은 저 '성공한 쿠데타'로부터 영감을 얻었거나, 고스란히 습성을 물려받았을 것이다.
5·16도, 12·12도, 5·17도 일단은 성공한 쿠데타였다. 역사적으로 결코 성공일 수 없는 것이지만, 쿠데타 세력은 성공한 쿠데타 덕에 큰 권력을 누리고, 주구장창 이어지는 기득권을 확보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 사회에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명언(?)을 낳게 했다. 그 명언은 지금도 최대한 유효하다. 그리하여 그들은 애초부터 '성공한 쿠데타'를 염두에 두었을지도 모른다. 성공한다면, 다시 말해 정권을 잡는다면 아무 문제도 없을 것으로 속단한 것만 같다. 그런 추정들 때문에 국정원의 국기문란 사건을 더욱 또 다른 유형의 쿠데타로 규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국민은 눈에 불을 켜야 한다. 국정원의 국민주권유린, 국기문란 사건을 결단코 '성공한 쿠데타'로 만들어주어서는 안 된다. 쿠데타는 어떤 유형의 것이든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교훈을 오늘 확립해야 한다.
그래서 국회의 국정조사는 매우 중요하고, 현재로서는 유일한 희망이다. 검찰도, 법원도 오도와 왜곡의 첩첩산중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믿을 구석이 없다. 그러니 국회의 국정조사는 너무도 긴요하다. 45일이라는 기간이 너무 짧고, '성공한 쿠데타'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얼마나 어떻게 방해공작을 할지 모르지만(아니, 훤히 예상을 하지만), 그럴수록 난관을 극복해가며 반드시 성과를 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임 대통령 이명박은 물론이고 현 대통령 박근혜도 불러서 심문을 해야 한다.
헌정을 유린한 쿠데타적 성격이 강한 국정원의 국민주권유린, 국기문란 사건이 결코 '성공한 쿠데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당 의원들의 분발과 전력투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