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게에.... 아니지, 자유 게시판에 맞춤법, 바른 우리말 사용법 얘기 나올 때,
종종 도마 위에 오르던 표현 중에 부사 '너무' 있잖아요.
(저는 입말과 인터넷 언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내용이 문제가 안 된다면
어지간한 줄임말, (의도한) 오타, 글말과 입말의 특성을 섞은 표현 등 허용하고 또 많이 쓰는데요,
그 문제는 입장이 다른 사람과 접점을 못 찾겠더군요. 그러니 82에서만 조심하는 걸로 ㅎㅎ
그렇다고 외래어 '남용'이 문제 없다거나 대화 상대방의 경험, 언어 취향, 인지도를 무시하고
내 맘대로 써도 된다는 건 아닙니다. 토박이말을 알맞게 많이 쓰는 게 좋죠 ^^;
다만 언어 사용의 다양한 맥락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는 면이 부족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은 들고요)
'너무'는 화자의 판단 기준을 초과해 대상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강조하는 정도 부사니까
이에 상응하여 술어 역시 부정적인 어감에 맞게 써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국민학교 시험에서 나온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좋아, 너무 예뻐, 너무 신나, 이런 표현을 포기할 수가 없더군요.
입에 쫙쫙 붙고, '매우'로 바꾸면 원래의 느낌이 반감된 것 같달까요.
아마도 정도 부사 '너무'는 본래의 문법적 의미와 언중들의 자연 언어와 가장 괴리가 큰 단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너무' 기분이 좋은데, 이게 비문이라고?
'너무' 맛있는데, 안 된다니 ㅠㅠ
'너무' 고마운데,
'고맙더라도 비문은 자제하세요!' 라니 ㅠㅠ 뭔가 억울한 기분마저...
그렇다면 화용론 관점에서 화자의 긍정적인 강조를 나타내는 뜻으로 허용될 수는 없을까?
허용/비허용의 관점이 아니라 이미 그렇게 쓰고 있는 표현을 묶어서 새롭게 분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문헌을 찾아 보니, 이 문제를 다룬 논문이 '몇 개' 있었습니다.
(임규홍, '국어 정도 부사 '너무'의 화용론적 의미)
모두 선행 연구가 많지 않다로 시작합니다....
학술논문답게 이 표현의 오용여부를 정당화는 윤리적 판별이 아니라,
이미 자연 언어에서 두루 쓰이는 '너무'의 긍정 강조 용법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이었어요.
긍정 강조 기능으로서 '너무'가 이미 오래전부터 쓰였더군요.
18, 19세기 작품, 20세기 초반 소설 등등. 사람들의 감성과 표현법에 보편성이 있는 걸까요? ㅎ
이 용법의 특징은
(여기서부터는 언급한 논문의 요약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국어 어법 지식이 짧아서 이해한 대로만요 ㅠ)
1) 다른 품사와 달리 부사는 '의미의 유연성, 주관성'이 남다른 편이다.
예 : '좀'은 수량의 적음을 말하는 것이나, '너 술 좀 하냐?' 처럼 양상을 의미
정말, 이래선 안 돼. 에서 '정말'은 뒷문장을 강조 그러므로 '너무'의 부정적인 의미가 고정되지 않고 대화 상황에 따라서 화자의 주관적인 평가를 담고 있다.
2) 긍정 의미 '너무'는 주관적인 감정 동사만을 꾸미는 경향이 있다.
키가 너무 크다, 차가 너무 빠르다가 긍정적인 용법으로 쓰이는 경우는 거의 없죠.
긍정 용법에서 보다시피 주로 화자의 감정적, 심리적 상태를 표현함
3) 부정 강조 부사 '너무'는 감정의 극단적 표현으로 전이된 수사 표현이다.
==> 물론 이런 전이가 왜, 어떤 맥락에서 일어났으며 이 표현을 남용하는 언중들의 심리적 특질을
사회적으로 분석해볼 수 있겠죠.
사람들의 표현 방식이 점점 극화되고 있다면 이런 정서에는 분명 문제도 있을 수 있고요...
그런데 이렇게만 단정짓기 뭐한 게 '~하고 싶어 미치겠다, 죽겠다' 등 과장법을 이미 많이 쓰고 있으니...
그러므로 직관적인 판단을 체계적으로 논의하는 게 만만하지는 않을 듯...
저자가 이 부분을 간단히 언급하긴 하나 깊이가 있진 않고요.
요컨대 정도 '부사' 너무는 성분 부사 기능과 화자의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는 동시에
주관적 감정 동사에 대해 화자의 기준을 넘어선 극단적 감정을 충족하는 과장법으로도 쓰인다.
가 요지였습니다.
해지는 저녁에 마시는 맥주 너무 시원한데요~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