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모든 잘못을 다 용서할테니..

고구마싹 조회수 : 1,094
작성일 : 2013-06-25 23:04:46

십여년전에, 우리 집은 작은 중국집을 했었어요.

손님들을 위해서 제일 페이지가 많은 신문을 한부 구독했었는데, 평소에도 원래 책을 좋아해서  저녁마다, 테이블에 앉아서 신문을 봤었어요.

제가 재미있게 읽었던 건 독자들의 광장, 평론가들이 쓴 소설서평, 전반적인 사회문제를 다룬, 사설..

그러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듯한 작은 광고를 하나 보았어요.

"**엄마, 모든 잘못을 다 용서할테니, 이제 집으로 돌아와요. 지나간 일들은 세월속에 묻을것을 약속할께요."

아주 작은 광고였어요.

아마 글자수도 계산한 광고였을텐데, 얼마나 다급하고 힘든일이었으면 저렇게 짧은 문장속에 집나간 아내를 기다리는 마음이 절절한걸까, 무슨 잘못을 한걸까.. 하는 생각이 미혼이고 시야가 좁고 눈치도별로 없는 저같은 사람에게도 들더라구요.

혹여나 아주 오랫동안 유행했던 유머처럼 내 팬티 훔쳐입은것에 대해 뭐라하지않을테니 돌아오라는 내용은 있지 않았나 하고 다시한번 읽어보는동안에도 결국은 눈물바람으로, 보따리를 챙겨들고 집을 떠나 버스에 올라타서 바람처럼  가버린 누군가의 아내를,또 밤톨같은 아이들의 엄마였을 그 누군가를 한참 생각해봤어요.

그리고 ..

그 광고가 어찌나 뇌리에 박혔던지, 저는 그후로도 그 문장이 가끔 한번씩 생각나더라구요.

또 세월이 흘러 저도 누군가의 아내이자, 아이엄마가 된 지금의 이 길목에서 또 어쩌다 가끔씩 생각이 나요.

그 잘못은 무엇이었을까.?

그 여자는 그 광고를 보았을까"

보고 집에 갔을까?

 

82님들도 혹시 저처럼 그런 가슴저린 광고를 신문에서 보신적 있으세요?

그런데, 그 잘못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가끔씩 궁금해져서 제 머릿속은 그야말로 오래전 길을 떠날때의 소설책 제목처럼 다시 그 세월의 뒤안길로 돌아가서 저혼자 어쩔줄 모르고 서있게 되네요.

 

IP : 110.35.xxx.135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6.25 11:10 PM (112.148.xxx.220)

    신문에 예전에 그런 개인사 광고들 많지 않았었나요?

    뭐..용호야 모든 걸 용서한다...로 시작하는...

  • 2. 원글
    '13.6.25 11:15 PM (110.35.xxx.135)

    저는 그이전에도 그이후에도 그런 광고를 본적이 없어요^^
    그당시의 저는 결혼도 안했고, 남자친구도 없었고, 정말 회사와 집밖에 모르던 사람이었거든요.
    철저하게 집과 회사밖에 또 다른 뭔가가 있다는것을 모르는 근시안적인 사람이었어요.
    그런제가 어떤 잘못을 했길래, 아이들을 두고, 남편을 두고, 그 모든 것을 두고 버스에 올라타서 그 모든것을 뒤로한채 사라져야 헀을까 하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었어요.

  • 3. 신문광고
    '13.6.25 11:24 PM (183.102.xxx.20)

    재미있었어요.
    원글님이 말씀하신 그런 광고들도 있었지요.
    집 나간 가족들을 찾는 광고들.
    작은 회사에서 낸 구인광고들도 글자 몇 개 정도 바꾼 차별화로
    그 짧은 글에 이미지를 실어주었구요.

    조그만 유행가 노래집 뒤에도 고민상담 같은 게 있었고
    글쓴이의 이름은 고민녀 ㅋ

    광고를 낸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기다림이 익숙한 시절이었고
    정보와 익명의 소통이 부족한 시절이라서 그 짧은 글들이 주는 메시지가 오히려 더 강렬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정보와 소통이 흘러 넘칠 지경이라
    오히려 갇힌 느낌입니다.

    원글님이 말씀하신 내용과는 상관없이
    저는 "그 시절을 아십니까.".. 주절주절했어요^^

  • 4. 주로 춤바람 나 도망간 아내를
    '13.6.25 11:48 PM (118.209.xxx.181)

    돌아오라고 찾는 굉고였죠.
    근데 당시 남자들의 자존심에
    아이들의 목소리를 빌어서...

    사회상이 보이는 광고.

  • 5. ㅎㅎㅎ
    '13.6.26 12:52 AM (67.87.xxx.210)

    집나간 ㅇㅇ야, 어서 돌아와라. 뺀티끈 즐여놨다....
    한창 유행이였어요, 페러디하면서 놀았네요 ㅎㅎ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69150 e-book써보신분..? 5 엠디 2013/07/01 810
269149 늦게 인연만나 결혼하신분~ 1 ㅠㅠ 2013/07/01 2,471
269148 인터넷게시판 댓글보면 사람들이 넘 질투심 폭발하는거 같아요. 14 대체와 2013/07/01 2,357
269147 '돌봐준다'라는 좋은 우리말이 있는데 왜 '케어한다'라고 하죠?.. 39 . 2013/07/01 3,652
269146 고3 중계동 조승건 학원 ,,, 2013/07/01 1,097
269145 초4학년 사회가.. 복병이네요. 22 사회를알자 2013/07/01 2,788
269144 1가구 2주택 매매시 세금 3 세금 2013/07/01 1,918
269143 오후 종합뉴스 .. 국민티비 2013/07/01 364
269142 박범계 "녹취록 내용,거의 내란에 가까운것" 3 ... 2013/07/01 1,242
269141 영화 남자사용설명서를 보니 배우 오정세의 재발견이에요^^ 7 영화배우 2013/07/01 2,488
269140 교수들 잇단 시국선언 “민주주의 능욕 박근혜 백배사죄해야” 1 샬랄라 2013/07/01 913
269139 결혼전 장점이 결혼 후 단점 2 2013/07/01 1,951
269138 퇴로 열어주는 문재인, 걷어차는 새누리 안보무능력 2013/07/01 630
269137 식기세척기안 세척망에 녹이 슬었는데요.. 2 문의 2013/07/01 577
269136 하지정맥류 수술하신분... 7 좋은날 2013/07/01 2,887
269135 빈혈 증상에 대해 좀 여쭙고 싶습니다, 2 ........ 2013/07/01 1,159
269134 도와주세요. 아이가 계속 열이나고 아픈데..원인을 모르겠어요 20 낯선아침 2013/07/01 5,123
269133 장례식장 알바 해보신분 계신가요? 3 .. 2013/07/01 3,517
269132 베이비시터나 산모 도우미 4 ........ 2013/07/01 1,232
269131 수학고민입니다요. 5 저도 2013/07/01 1,103
269130 홈쇼핑 김치중 맛있게 드신것 추천해 주셔요 11 김치 2013/07/01 2,589
269129 콘도같은 집 만들기~질문합니다. 3 정리하기 2013/07/01 2,132
269128 공포의 얼굴가리개...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봐요 77 가리개 2013/07/01 13,674
269127 거짓으로 카톡을 위조해서 다른 사람에게 4 명예훼손 죄.. 2013/07/01 1,859
269126 감자찐게 너무 맛있어요 5 ... 2013/07/01 2,0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