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하소연입니다. 읽기 싫은 분들은 패쓰하시라고 미리 말씀드립니다.
절 좋아한다고 결혼하자는 남자가 있습니다. 만난 지 한 달도 안 되었는데 이런 말을 하더군요.
저는 그래서 그 남자에게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니 알 시간이 필요하다. 만난 지 얼마 안 되어서 이런 말을 듣는 것은 매우 부담스럽다. 그러니 백일 정도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지켜보겠다.'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만난 지 90일 정도가 되었는데, 저는 분명히 그 남자에게 말했거든요. '먼저 좋은 친구로 잘 지낼 수 있어야 사귈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사귀는 단계가 아니라 친구 처음 사귈 때부터 알아가는 방식으로 하자.' 이렇게 말하고 서로 합의했어요.
일주나 이주에 한 번 만나서 서로 공부(준비하는 게 있어요. 전 먼저 합격한 상태라 그 사람에게 도움주는 편) 하고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어요. 차값이나 밥값은 칼같이 나눠 냅니다. 사귀는 사람도 아닌데 얻어 먹는 게 불편하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이 남자가 저에게 공부나 다른 무엇에 대해 질문할 때 질문의 요지를 말 안하고 그냥 주변상황만을 이야기해요. 저는 그 주변상황을 1분 이상 들어야만 해요. 그래서 제가 견디다 못해서 '그렇게 질문하면 상대방이 대답하기 어려우니 먼저 질문의 요지를 명확하게 정리해서 질문한 뒤에 내가 그 질문에 대해서 모르는 게 있다면 질문을 할테니 우선 질문부터 정리해서 물어봐달라'고 말했습니다.그런데 여전히 중언부언, 오락가락...질문을 제대로 하질 못해요. 몇 번씩이나 그러니 제가 짜증이 납니다. 상대방이 고친다고는 했는데 실제로 못 고치는건지 안 고치는건지 결과는 항상 같고요.
또 하나는 차를 타고 이동할 때, 이 남자가 길눈이 정말 어두워요. 네비게이션을 켜고도 길을 잘 못 찾습니다. 저는 제가 운전하게 되면 적어도 가기 하루 전에 가게 될 곳의 길을 지도보고 다 외워둬요. 식당이나 주유소 혹은 볼거리가 있는 곳이면 조사해놓고 외워두거든요. 그런데 이 남자는 길조차 못 찾아요. 저도 조수석에 앉게 되니 몇 번은 길안내를 해줬는데 하다보니 너무 답답한거에요. 게다가 어떤 날은 눈에서 하드렌즈가 돌아다녀서 도저히 앞을 볼 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저한테 길을 물어봅니다. ㅠ.ㅠ
그리고 이 남자가 무슨 일만 생기면 저한테 전화해서 어떻게 해야되냐고 물어봐요. 몇 번은 해답을 제시해줬는데 그 횟수가 열 번을 넘어가니 정말 너무 답답해요. 왠만하면 자기가 판단해서 일처리를 할 것이지 왜 저한테 번번히 물어보나 싶은 거예요. 제가 이제는 자기가 좀 판단해서 결정해라. 라고 해도 물어봅니다.
절 속이거나 나쁜 짓을 할 사람은 아니에요. 직장이나 하는 일도 그렇고. 그런데 같이 다니다보면 너무 답답한거에요. 저랑 좀 안 맞는거 같기도 하고 이런 점은 고쳐주었으면 좋겠다라고 해도 대답만 잘할뿐 실제로 고치지도 못해요. 동성친구 같은 경우에 서로 이런 점 좀 신경써주면 좋겠다라고 말하면 고쳐줬거든요. 서로 남에게 폐끼치는거 싫어해서요. 그런데 이성이 이렇게 나오니까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너무 황당한거에요. 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폐가 됨을 인지했는데 안 고치다니. 그것도 저를 좋아하고 결혼하고 싶다면서.
혹시 이런 성격이 남자가 자신의 이러한 점을 고친 분 보신 적 있으신 분들 있나요? 있나면 리플 달아주세요. 전 지금 내일 당장이라도 그만 만나자고 말해버릴까, 아니면 백일 동안은 지켜보겠다고 했으니 백일은 채워서 연락을 해야할까 고민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