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 있었던 일입니다. 남친이 약속시간보다 50분이나 일찍 오는 바람에 제대로 차려입지도 못하고 헐레벌떡 뛰어갔어요. 집앞 놀이터에서 고양이랑 놀고 있는다고 했거든요. 저랑 자주 밥을 줘서 고양이들이 우리 둘이 가면 알아보고 부비적 거리고 그럽니다
아무튼 막 뛰어갔는데 저도 얼굴만 아는 할머니가 (동네 할머닌데, 좀 심술궂은 분이세요) 막 씩씩거리면서 있고 남친은 되게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거예요. 나중에 남친한테 들으니깐 하는말이.
놀이터에서 혼자 놀고 있는데 할머니가 집앞에 주차된 차를 보고 막 욕을 하다가 (어떤 ***놈이 주차를 이따위로 해놔냐 뭐 이런...) 차 앞에 번호가 있었나봐요. 거기로 전화를 하더래요. 그러더니 사정 설명도 안하고 다짜고짜 욕을 하면서 왜 주차를 이딴식으로 하냐고 ......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봤는데
할머니 : 아니 주차를 이렇게 하면 &#@^ (욕 포함)
상대방(할머니 대답으로 미루어보아 저희가 추측한 것) : 제 차가 어디에 있다고요?
할머니 : 어디긴 어디야 ^%*$%*$*
상대방(할머니 대답으로 미루어보아 저희가 추측한 것) : 일단 죄송한데...제 차가 거기에 왜 있죠?
할머니 : 죄송이고 나발이고 여기에 차를 두면 어쩌자고 어디긴 어디야 $#&$#&%$&
이 대화를 계속 몇번째 똑같이 반복하더래요
남친이 보고 있다가 답답해졌고 뭔가 그 전화받은 분도 이상하다 싶어서 할머니께 가까이 다가가서
남친 : 저 할머니, 전화 제대로 하신것 맞으세요? 이 차 앞 번호로 하신것 맞으세요?
라고 물었대요
그랬더니 할머니가 당황하는 표정은 커녕 남친을 빤~히 몇초간 보다가 차에 써있는 번호랑 핸드폰을 내려서 건 번호랑 비교해보더래요. 남친도 옆에서 봤는데 번호가 달랐구요.........
그래서 남친은 전화 상대방한테 미안하다고 하고 끊을 줄 알았대요...상대방이 여보세요 하는게 들리더래요..
그런데 너무 당연하게 할머니가 그냥 보란듯 손바닥으로 폰을 툭 끊어버리고는 (접히는 폴더폰) 남친을 슥 재수없게 째려보더니 괜히 본인이 잘못해놓고 씩씩거리면서 번호가 어쩌구 저쩌구 하는거였어요
남친이야 안부려도 될 오지랖 부려 그렇다 치고...-_-
그분은 일요일 아침부터 무슨 비자발적 개똥을 밟은건지... 상식적으로 본인이 전화 잘못 걸어서 그런 일을 벌였으면 미안하다 한마디는 해야할텐데 그냥 툭 끊어버리는 매너란;;
그런데 이번 일 뿐만 아니라 보통 뭐 실수하시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절대 사과를 안하시더라구요. 젊은 사람들이라고해서 실수하면 무조건 사과하고 그런건 아닌데 그래도 청,장년층에 비해서 비율이 현저하게 낮아요. 굳이 사과 안해도 되는 나이라고 생각하시는건지, 젊은 것(?)들이 다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시는건지...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