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일된 딸과
두살 어린 애기엄마와 10평 원룸에서 살고 있는 게이(게시판 이용자)다.
작년 2012년 4월
같은 직장에서 만나 연애를 시작했고
연애한지 60일 정도 되었을까
삼신할머니의 축복을 받아
6월에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엔 둘다 당황스러웠지만
나의 첫마디는
'사랑해, 우리 애기 낳자 .. 결혼하자' 였다.
여자쪽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하는 놈들도 있겠지만
제일 먼저 무서워 하는 여자친구를 안정시켜주고 싶었다.
평소 '난 임신하면 애기 지울꺼야'
라고 말하던 여자친구 였지만
막상 한 생명에 몸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수술같은건 너무 무서웠고
애기 낳자고 해준 내가 너무 고마웠다고 했다.
내 부모님은 너희만 좋다면 결혼해라 하셨지만
문제는
여자친구쪽 부모님이었다.
임신사실을 말씀드리기 위해 처음 마련한 자리,
여자친구의 어머니.. 이제는 장모님..
이미 눈치를 채고 계셨다
갑자기 식사 대접하겠다고 부르는게
예삿일은 아니었을거라 짐작하셨나 보다
그렇게 ..
상황을 설명하고
애기를 낳겠다고 했을때
장모님은 눈물을 보이셨다
그때 여자친구 나이 24살 이었다
결국 허락아닌 허락으로
뱃속의 아이와
우린 10평 남짓한 방에서 월세로 시작했다.
서로 모아놓은 돈도 없었고
양쪽 부모님께 손 벌릴만큼 여유 있지도 않고
그럴 상황도 아니었기에
결혼식은 미루기로 했다.
애기 엄마에게 가장 미안한 한가지다.
가장 이쁜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게
여자의 결혼일텐데..
축의금으로 결혼식 비용정도는 퉁 칠수 있다고 하는데
당장 그 비용을 만들기도 쉽지 않았다.
출산예정은 2월,
그 전까지 출산 준비할 것도 많고
그때가 되면 원룸에서 계속 살 수도 없을거라 생각했기에
결국 결혼을 미뤘다.
그런데도
아쉬워 하는 내색 하나없이
결혼식때 애기가 걷고 말도 잘할 때
같이 입장하면 좋을거 같다고 해주고 ..
살짝 눈치채버려
어설퍼진 프로포즈와
평범한 혼인신고 후에도
이제 진짜 우리 부부냐며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팔짱을 끼우던
내 사랑에게
너무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리고 ..
눈이 많이 오던 2월의 4일 새벽,
아기가 건강히 태어났고
우린 한 아이의 부모가 되었다.
그 후
좀더 큰 원룸으로 전,월세를 알아보던중
전세 대출보다는 매매대출의 조건이 좋았고
작년 부턴가 해서 첫주택 구입시 취득세도 면제된다고 해서
20평짜리 아파트를
오늘 잔금까지 치루고 왔다.
비록 빚으로 산 집이고
앞으로 갚을 이자만 해도 만만치 않지만
항상 내 편이고
언제봐도 이쁜 마누라와
사랑스러운 우리 딸과 함께라면
하나도 안 힘들거 같다.
자랑도 아니고
푸념도 아니지만
그래도
게이들에게 잘 살라는 한마디씩만 듣고싶다
--원글에는 사진 인증들 있고요.
베스트중에서 최고 베스트로 수천건 추천 받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