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쁜 구두는 있어봐야 일년에 몇번 안신기 때문에 사지 않는데,
가끔 결혼식같이 정장을 입어야 할일이 있어서 정장구두가 필요는 해서 한켤레 정도 구비해두는 정도예요.
여름이 되니 발등을 다 덮는 그 신발이 후덥지근해서 여름용 정장구두를 하나 마련해야겠다 생각 중이었는데
지난 주말에 백화점에서 이월상품 균일가 세일하는데 괜찮아 보이는 것이 하나 있더라구요.
굽도 6 cm정도 되는데도 구두에 익숙치 않은 제 발에도 어디 하나 불편한데가 없어서
그 신발 신고 뛰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딱 안성맞춤인거예요. 그런데다 가격도 싼데 예쁘기까지...
근데 있죠, 구두는 예쁘고 편한데, 이 구두를 신은 제 발은 안 예뻐 보이더라구요.
발목이 굵어보여 둔중해보이더라구요.
거의 20~30분쯤 만지작 만지작거리다 결국 못사고 말았어요.
대신 모양은 그만큼 예쁘진 않지만, 발이 날렵해보이는, 그래도 나름 세련된 신발로 샀어요.
마음에 꼭 드는게 아니라 아쉽긴 한데, 어차피 1년에 두세번도 안 신는 비상용 신발이니까 하고 말았어요.
그런데, 그 예쁜 신발이 자꾸 눈앞에 아른아른하고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 거예요.
그걸 살걸 그랬나, 바꿀까....
발목이 안 예뻐보이면 긴바지 입으면 되잖아! 아침에 이 생각이 머릿속을 휙 지나가는 거예요.
그 생각이 들자마자 오전 내내 전전긍긍...
주말에 있던 그 매장이 아직 있을리 없잖아, 다 치워버렸겠지.
매장이 남아있다고 해도 신발 다 빠졌을거야. 사이즈도 다 빠졌을거라구.
그게 목요일인 오늘까지 남아있을리 없잖아....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이게 당연하죠. 백화점에서 이월상품 균일가 행사를 일주일씩 하고 그런거 아니잖아요.
그런데 점심시간이 땡 되자마자 냅따 튀어갔어요.
그 백화점은 직장에서 차로 5분거리라 점심시간에 휘딱 가서 사와야지, 오로지 그 생각이었죠.
가격이 워낙 싸서 보통 정장구두 세일해서 1켤레 살 가격이면 그 매장에서 3켤레도 살 수 있을만큼 저렴하니까
한켤레쯤 더 사는거, 너무 사치하는 거 아니잖아, 하면서 오로지 그 구두를 위한 변명만 머릿속을 꽉 채웠어요.
근데 말이죠. 그 매장도 없어지고 다른 행사를 하고 있구요. 본 매장에도 그 구두는 없었어요.
너무 당연한데,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얼마나 허탈했는지...
점심시간을 이렇게 날리고 햄버거 하나 사갖고 돌아오는데, 어찌나 제가 우습던지요.
그깟 구두가 뭐라고...
어차피 어울리는 옷도 없어서 몇번 신지도 못할 구두구요, 그렇게 차려입고 갈데도 없어요.
그런데도 그걸 못사서 그렇게 안달을 하다니...
제가 너무 한심하고 웃긴거 있죠.
이제 그 구두, 잊을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