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기가 싫었나봐요.
생선만 잔뜩 먹고 국이 없다고 국물? 국물? 하면서 숟가락으로 식판의 국 부분을 박박 긁더니
밥 다 먹었다고 "끝~" "그만~" 하면서 안 먹겠다는 거예요.
제가 한입만 더 먹자고 하니까 나중엔 양손을 마구 흔들면서 정색하고 "끝!!!" 그러다가
제가 아유 한입만 더 먹자 먹자 했더니
갑자기 뭐가 생각났다는 듯 유레카 표정을 하고
"여기 치워주세요~" 해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딱 제 말투, 톤으로 여기 치워주세요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제가 식당에서 밥 다 먹으면 무조건 빨리 치워주는걸 선호해서 여기 치워달라고 자주 그러거든요.
정말 제 말을 다 따라하는 것이, 저희 남편이 저한테 오늘 하루 어땠어? 회사 잘 다녀왔어? 하면
매일 저는 별일 없으면 "그냥 그랬어. 똑같지 뭐" 이러고 힘든 날이었으면 "아 몰라!!" 그러는데
그제는 누구야 어린이집 어땠어? 선생님이랑 재밌게 놀았어?? 했더니
마치 저처럼 "음... 그냥 그냥 그랬어" 하는 거예요.
이거도 넘 웃기고 한달 전까지만 해도 바나나 발음을 못해서 아나나 아나나 하다가 못알아들으면 통곡을 하던 녀석이 갑자기 제 흉내를 내고 다니니까
아 정말 느무느무느무 귀여워요.
근데 말조심 해야겠네요 ㄷㄷㄷㄷㄷㄷ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