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
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
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
시야
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
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
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쟤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있데
어린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 라디
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
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정민경
열여덟 살 고3 소녀의 시에는 5월의 아픔과 비극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5·18 민중항쟁 서울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가 최근 주최한 '5·18 민중항쟁 기념 서울 청소년 백일장'에서 시 부문 대상을 차지한 정민경(18·경기여고 3년·사진) 양은 여수에서 태어나 7살 때까지 광주에서 자랐다.
지난 1995년 근무지를 옮긴 부모를 따라 서울로 이사 갔다.
"친척들에게 들은 이야기, 광주에서 자란 경험이 오월의 아픔을 느끼게 한 것 같습니다. 걸쭉한 사투리는 할머니에게 배운 것이고…"
대상작인 '그날'은 자신의 자전거에 올라탄 학생이 진압군에게 붙잡혀 끌려가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도움을 청하는 학생을 진압군에게 내주고, 평생을 후회와 슬픔으로 살아야 했던 '나'에 대한 고해성사(告解聖事)인 것이다. 심사를 맡은 정희성 민족문화작가회의 이사장은 "처음 접하는 순간 몸이 떨렸다. 항쟁을 직접 경험한 사람도 이렇게 쓸 수 없다"며 극찬했다.
정양은 "소외된 이들의 '그날'을 알리는 게 꿈"이라며 "수능이 끝나면 5·18 묘지도 가보고 피해자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