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좁은 남자와 살고 있다는 게 가끔 너무 짜증납니다.
그래서 그냥 이 곳에 속풀이 해봅니다.
최근 2주일사이에 남편이 큰소리로 버럭~했던 일들입니다.
1. 남편은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야구를 보는 중.
딸아이가 부루마블하자고 10분째 조르고 있음.
(저는 그때 다른 방에서 문 닫고 책읽고 있었어요.
밖에서 아이가 징징대는 소리는 들려왔지만, 무슨 일인지도 몰랐고,
아빠가 있으니 해결해주겠지~하고 모른척 했습니다.)
남편이 조금있다가 큰 소리로 "OO엄마 뭐하니??"(약간 짜증스럽게,다 듣고 있으면서 왜 모른척 하냐는 말투)하길래
나가봤더니, 다짜고짜 아이한테 "엄마가 해줄거야, 엄마랑 해"합니다.
남편이 애들이랑 놀아준다며 마트에서 샀던 부루마블.
전 부루마블 해본적도 없어서 할 줄도 모르고, 하기도 싫고,
마루에 펼쳐놓고 야구보면서 하면 될 것을, 왜 굳이 나를 부르는지
이해가 안갔습니다. (야구팬들은 이해하실수도 있겠네요-_-)
그래서 남편보고 야구보면서 하라고 말했고,
아이에게 "엄마는 할줄 모르는데?"말했더니
아이가 왜 아무도 안놀아주냐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시간을 보아하니 딱 졸릴 시간이라, 잠투정이겠거니하며 아이를 안고 토닥토닥하고 있는데
갑자기 부루마블을 어디서 갖고와서는 바닥에 내던지며 성질을 버럭 냅니다.
"아, 답답해 죽겠네 진짜. 할 줄 모른다는 게 말이돼?"
그러면서 제 면전에다 설명서를 펄럭이며 "설명서는 왜 있겠냐?"합니다.
그러면서 계속 큰소리로 궁시렁 궁시렁대며 해줍니다.
전 벙찝니다.
이게 화낼 일인지 아닌지...해서요.
2. 새벽2시에 들어온 남편.
술취해들어오면 자는 식구들 행여나 깰까 조심조심 조용히 들어오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남자, 평소 특징이 술먹고 들어오면 오히려 문도 쾅 닫고 발소리도 크고,
냉장고 물 꺼낼때도 얼마나 쨍그랑쨍그랑 소리를 내는지, 이런 모습이 전 평소에 불만이었습니다.
(물론 술 먹고 일부러 그런건 아닙니다. 본인이 소리가 큰 걸 인식을 못해서 그렇겠지요.)
그 날 남편이 밖에서 번호키를 눌렀는데 문이 오작동이 나고 삐뽀삐뽀하며 안열리길래
제가 안에서 열어줬어요. (문이 조금 어긋나있어서, 밖에서 열때는 안으로 밀듯이 꾹 눌러줘야, 문이 잘 열려요.
전 며칠전부터 문이 좀 어긋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남편은 모르고 있었나봐요.)
들어오자마자 다짜고짜 큰 소리로 "이거 문이 왜이래?"합니다.
아...글로는 설명이 안되는데 얼마나 큰 소리였는지, 그리고 그 말투가 얼마나 듣기 싫은 말투였는지...
(날 나무라는 듯한 말투였어요.)
전, 이 사람이 새벽에 들어오면서 큰 소리를 낸다는 그 자체에 이미 짜증이 났고.
입에다 손가락을 대고 "좀 조용히 말해"했어요.(제 입에다 대고 '쉿~조용'하는 포즈)
그랬더니 아랑곳하지 않고 또 계속 큰소리로 "너 나가서 문 열고 들어와봐. 되나 안되나"합니다.
제가 "고장난거 아니야, 낼 아침에 하자"했더니
"야 너 바보 아니냐, 이거 낼 아침에 안열리면 밖에 나갔다가 어떻게 들어오려고?
지금 빨리 해보라니까"하며 큰소리로 짜증을 내대요.
"그래서? 고장난거면? 지금 이 시간에 사람 부를까? 어차피 내일 아침까지 기다려야되는데 왜그래?"
그랬더니 절 위아래로 흘겨보며 '걱정돼서 그러는 사람한테 넌 무엇때문에 화를 내느냐',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냐...'하며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아,,,정말...... 저한테 이럽니다.
아..짜증나, 글로 쓰면서도 짜증나네요.
제가 뭘 잘못했죠?
새벽에 번호키 누르는 소리가 거슬릴까봐(전 개인적으로 거슬려요) 안 나갔다온건데.
혼자 무슨 대낮인줄 아는건지...
3. 저녁에 치킨에 쏘맥을 거나하게 먹은 남편이 기분이 좋았는지,
밖이 깜깜한데 아이들 데리고 산책을 나간다 합니다.
막내가 블루베리가 먹고싶다하니 당장 아빠가 사주겠다며, 나가자고...
전 그들이 나갔다 올 동안 곧 다 될 빨래 널고 치킨 먹은거 치우고 설겆이하고 빨래개고,
아이들 들어오면 씻겨서 재워야겠다...생각하고 있는데,
자꾸만 저보고 같이 나가잡니다.
전 몇 번 싫다고 했고, 할 일도 있다고 했더니
갑자기 또 버럭~ "야 내가 1년에 몇 번이나 나가자고 하냐? 뭘 얼마나 대단한 일 한다고
안나가냐,이그 이그 이그~"
전 그 소리에 화가 나서 "그냥 나갔다 오면 되지 왜 나한테 화를 내?" 했구요.
전 기분이 이미 상한 상태.
"아 됐어 말하지마"하고 쿵쿵거리며 애들 데리고 나갑디다.
나가더니 과일이며 아이스크림 싸구려 장난감,...좋은 아빠 코스프레(?)하며 잔뜩 사가지고 왔네요.
수박 잘라주고, 아이들한테 "씻고 자야되니까 빨리 먹어~"했더니,
나 들으라는 듯이 "얘들아, 괜찮아 먹고싶은대로 천~천~히 먹어."
그러고 저한테 왜 애들 먹고있는데 재촉하냐고 승질~
밤 9시 30분이면 자는 애들을 다 저녁때 데리고 나갔다 들어와서는
그 말 한마디 했다고, 저 이상한 엄마 만들고 승질~
그리고 한다는 말이, "내 다시는 같이 나가잔 말 안한다"
헐~ 나한테 화내서 기분이 상한건데, 같이 나가자고 해서 기분이 상한줄 아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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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가지 상황 모두 극히 사소한 일이란 거 아는데,
제가 뭘 잘못했길래 이 사람이 큰소리를 내고 화를 내는지 모르겠어요.
첫번째 상황에서 제가 아이와 설명서 읽어가며 부루마블 해주고,
두번째 상황에서 그냥 아무말 없이 나갔다 문 따고 들어왔으면 되었고,
세번째 상황에서 기분 맞춰주며 나갔다 왔다면,...
네, 물론 아~무 문제 없었겠죠.
그런데 제가 궁금한 건, 그렇게 안한게 큰 소리로 화를 낼 일이었냐는 거죠.
우리집 이 남자, 왜 나이들수록 유~해지지 못하고 더 화를 내는건지...궁금해지네요.
왜 자기 기분나쁜건 이렇게 다~표시하고 사는지 원. 전 꾹꾹 참는구만.
원래 남자들은 사소한걸로 화를 잘 내나요?
우리 남편만 이러나요?
10년이나 같이 살았는데도 잘 모르겠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