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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제 어린이날 딱 5시간 조카랑 놀고 실신했어요.

엄마들을 존경해요 조회수 : 2,443
작성일 : 2013-05-06 11:00:05

제가 평소에는 외국에 있고 간만에 5월에 한국에 와서 어린이날이라고 날씨도 좋고 해서

저 혼자 7살 짜리 조카를 데리고 점심-피자먹고 어린이 공연을 보러가기로 자원했어요 ( 내가 왜 그런 무모한 자원을 했는지...ㅠㅠ)

평소에는 거의 못보고 살던 조카가 고모인 저를 제일 좋아해요 ( 외국에서 맨날 선물많이 보내주니까...ㅡㅡ;;)

그래서 둘만 나가서 놀고 오고 저녁에는 온가족이 외식하기로 한건데

조카는 무척 순하고 말도 잘 듣고 말도 예쁘게 하는 편이라 힘들지 않을 줄 알았어요.

피자집 가서부터 온 사람한테 말걸고 ( 아저씨 음식이 어쩜 이렇게 맛있어요? 어떻게 그렇게 요리를 잘해요? 아줌마 옷이 너무 예뻐요 어디서 사셨어요? ....)

피자를 굳이 칼로 썰어 포크로 먹어야 겠다길래 일일이 다 썰어주고요.

차타고 공연장 가는 동안 내내 보이는 모~~~든것에 대해 질문하고요.

고모는 왜 선그라쓰를 껴?

저 차는 왜 뒤에 스티커를 붙였어?

등등  10분거리 공연장까지 질문을 200개는 한것 같아요.

여기까지만해도 그나마 웃으며 잘 대답했어요.

공연장 도착해서 -예술의 전당 그 넓은 공간 밖에서  가로로 세로로  다 뛰어다니는 겁니다. 애들이 바글바글 하고 분수에 가까이 가서  바람에 실려 오는 물벼락 다 맞으며 장난하고 옷 적시길래 그거 다 닦아주면, 또 가서 물 맞고 오고  씩 웃고 또 뛰어가고.....무한 반복...ㅠㅠ

그러다 공연장 들어가니

애들을 위한 공연이라 애들이 엄청 많았는데 공연시작하자마자 애들 재미 없다고, 나가고 싶다고 여기저기서  거의 절규와 울음을 터뜨리는데...정말 정신이 없더라구요.

제 조카도 앉았다 일어났다 누웠다 온몸을 이리 저리 꼬고 난리가 났어요. 

겨우겨우 달래서 중간 쉬는 시간에 나와서는 이거 저거 보이는 음식은 다 먹고 싶다고 ( 사달라고는 안 해요. 그저 먹고 싶다고 할 뿐....) 은근히 떠봅니다.

어린이날 특수라 평소에 없던 코너가 막 생겨 있고  음식들이 얼마나 비싸던지

공연 2부는 결국 들어가지 않겠다고 하길래 밖에서 앉아있는데 사람 많은 데서 이리저리 얼마나 뛰어다니는지 애 잃어버릴까봐 같이 뛰어다니느라 정말 힘들더라구요. ( 자기가 챙겨서 가져와야 했던 온갖쓸데없는 짐들은 제가 다 들고 다니고..ㅠㅠ)

차에서는 또 멀미하고 ( 차에서 토할까봐 맘이 조마조마...ㅠㅠ)

5시간 꼴랑 밖에서 조카랑 둘이서만 보낸시간이 얼마나 길던지..계속 시계만 보고 또 보고 그랬네요.

집에 와서 다른 식구들에게 인수인계 하고 제 방에 와서 여태까지 잤습니다.

저는 평소에 약간 불면증이 있는줄 알았는데 아니군요. 피곤하면 이렇게 잘 수도 있는거군요.

덕분에 피부는 좋아졌네요.ㅎㅎㅎ

세상의 모든 엄마들 너무 존경해요.

전 아이를 갖지 말아야 할까 생각이 드는 정말 힘든 5시간이었어요.

말도 잘 듣고 떼부리거나 하는 조카도 아닌데도 그 수준에 맞춰서 대화하고 애 안전에 신경쓰고 다른사람 피해안보게 주의주고 먹을거 챙기고 하는게 ....상상초월 힘들더라구요.

IP : 175.253.xxx.130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5.6 11:05 AM (1.243.xxx.7)

    에이...7살이면 다 컸네요. 수월하기가....5세 미만 아이 둘 데리고 외출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런데 또 어떻게 하게 됩니다. 힘은 드는데 요령도 생기거든요. 매일 아이 보다 보면 오랜만에 보는 고모만큼 집중적으로 열과 성을 다해서 놀아주진 못해요. 수고하셨습니다. ㅎㅎㅎㅎ

  • 2. 나나나
    '13.5.6 11:06 AM (121.166.xxx.26)

    앗! 저도 예술의 전당 갔다 왔어요. 저는 토요일이지만요^^ 제가 갈때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다행이였답니다 ㅠㅠ 그런데 엄마들은 그렇게 정성스럽게(?) 보지는 않아요;;;; 200개의 질문에 모두 답하지도 않구요;;;; 적어도 저는 그렇답니다 ㅜㅜ 자, 이게 그만 조용히 해 보자~;;;;; 요 따구의 말이나 하구요;;;
    저희 애도 많은 친척 중에 선물 많이 주는 이모를 가장 좋아하죠 =_= 그 이모 이름만 기억하구요^^;;; 수고하셨습니다~ 아마 익숙하지 않은데다, 잘 봐줘야 한다는 생각에 더 힘드셨을 것 같아요^^

  • 3. ㅎㅎㅎ
    '13.5.6 11:06 AM (220.78.xxx.94)

    그런데 애 키우면 그 정도는 뭐..
    애 키우는 것도 요령이라서요..
    엄마들은 신생아 때부터 키우잖아요.. 그 때부터 단련된거죠..
    고생하셨네요..
    제 시누이도 제 아이를 물고빨고 예뻐서 어쩔줄 모르지만.. 둘이 시간 가지고 싶대서 둘이 내 보냈더니 다크서클이 발목까지 내려왔더라구요..

  • 4. ㅋㅋ
    '13.5.6 11:12 AM (210.216.xxx.165) - 삭제된댓글

    글이 넘 재밌어요. 저희 시누이도 저희집에 와서 조카랑 놀아주다 돌아갈땐 다크써클 생긴다는....^^

  • 5. 후후
    '13.5.6 11:14 AM (39.115.xxx.57)

    조카니까 계속 놀아주신거고 실상 부모들은 그리 안놀아줘요.
    적절히 조절하면서 놀아줘야지 하루 종일 그리 안해요.

  • 6. 흐미
    '13.5.6 11:14 AM (1.243.xxx.84)

    ㅋㅋㅋ 저도 조카랑 놀다보면 뻗는데 ㅋㅋ 보면 우리 언니는 조카의 말에 일일이 우리처럼 대답해 주지 않고 그만 물어보라고 하던가 제재를 해요. 뛰어다녀도 일부러 넘어져서 다쳐야 안뛴다고 남들 피해안가게끔만 뛰어다니게 하고 짐들도 조카들 필요없는데 꼭 들고 오고싶어하는 거 언니는 제재해요 우린 맘약해서 못하지만..ㅋㅋ 자기 애 낳으면 혼내도 되고 제재해도 되니까 좀 더 다루기가 수월하겠죠?(?) ㅠㅠ

  • 7. 그 광경이
    '13.5.6 11:26 AM (122.40.xxx.41)

    눈에 그려지네요.
    그러게요.. 그때 그시절 어떻게 버텼는지..
    아득합니다.

    그래도 다들 그렇게 자라 멋진 청소년 되는거 보면 참 신기한 일이죠

  • 8. 고생하셨네요.
    '13.5.6 12:13 PM (115.140.xxx.99)

    글 참 재밌게 쓰셨네요. ㅎㅎ

    조카녀석 가로로 세로로 뛰댕기는 모습이 막 그려지는데요 ^.^

    음,, 지금 대딩 고딩 울아들들도 그맘때 전후로 하루질문 200개 했습죠 ㅎㅎ
    애들 재우고나면 제입이 너덜너덜해진 기분이.. 그때가 그립 ㅠ.ㅠ

    님 아이낳으면 참 잘 키우실거같다는..

  • 9. BRBB
    '13.5.6 1:02 PM (119.71.xxx.115)

    진짜 애들은 뭔 에너지가 그렇게 나오는지 ㅠ
    조카에게 좋은 추억 만들어주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어요^^

  • 10.
    '13.5.6 1:16 PM (119.71.xxx.65)

    애보는게 힘들지만 요령이 없어서 더 그랬을거에요. 위에서도 쓰셨다시피 부모들은 그렇게 전심을다해 놀아주진않고요 ㅎㅎ 몇년간 애본 노히우가 있으니 좀더 요령이 있지요.
    거기다 애들도 사람 봐가며 행동해요. 부모랑 있을때보다 더 질문하고 더 뛰어다니고 했을수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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