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6시무렵, 저녁밥을 해야 하는데...하면서 tv를 보다가 저절로 잠이 들었나봐요.
원래 초저녁에 그렇게 잠을 자지않았는데 임신 7개월로 접어들면서 아침에 아이 학교 보내고 청소하고 반찬만들고 빨래하고 쓰레기버리고, 잠깐 밖에 나가서 필요한 거 사러 갔다오고 우체국 다녀오는 그 사소한 일상이 점점 버거워지나봐요.
틀어오는 저녁 뉴스가 일정한 톤의 목소리로 들려오고 한가로운 저녁은 아무일도 없이 그렇게 저물어가는 그런 시간들이 저는 제일 좋은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빨래를 다 개켜놓고 좀 누워있다가 결국 코까지 골면서 깊이 잠들었어요.
정말 단잠이었어요.
그런데 마침 전화벨이 울려서 잠이 훌딱 다 깨어버리고 받아보니,
보육교사자격증을 따고서도 일자리를 구하지못한 저를 (가슴아플정도로) 무지막지하게 부려먹었던 두살연하의 어린이집원장님이셨어요.
"선생님!"
칼칼하면서도, 좀 드센 억양의 그 원장님 목소리.
일부러 모르는척하고,
"여보세요오오~~?"
하고 받으니
"선생님!"
또 한차례 저를 부릅니다.
안들리는척
"여보세요오오??"
다시 물어보니,
"죄송합니다."
하면서 전화가 뚝 끊어져요.
그 원에서 시급 4000원의 임금보다 더 못한 계산에 그것도 공휴일, 일요일,토욜은 다 빼고 계산해주시고 월급날도 이주나 늘 늦게 주시고 처우개선비,환경개선비등등의 명목비들은 절 정식교사로 올려놓고도 다 원장님이 갖고 가시고,
필요한 교구도 안사주시고, 먹을것도 자기들만 야금야금 유리창안에서 다 모여먹고, 신고식이라고 들고간 빵이나 과일들까지 다 순식간에 먹으면서 내겐 한번도 주지도 않았던 그 원장.
게다가 우리 언니가 하는 작은 국수집에는 제가 부당한 월급과 , 교구도 안사주고 다 만들어오라고 해서 재료비도 많이 들었는데도 경력에 플라스되는거니 좋은거라고 달래고, 아기들 자면 계단청소 시키고 주방일 시키고.
결국 안좋게 퇴사하고 나갔는데도 그 이후로 언니네 집에 와선 제이름 팔고 외상도 거듭해가고.
그런 원장님밑에서 마지막으로 일하고 나가던날,
사람은 어디서 만날지모르니 우리 원에 놀러오라고 하더라구요.
자꾸 그런 말씀을 하시길래 제가 한마디 그랬죠.
"인생도처유청산이라고, 떠나가는 사람의 등뒤에 대고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고맙죠."
그랬더니, 다들 입만 벌리고 신발신는 저만 쳐다보더라구요.
그곳에 있을때 그원장님네 애들 그림숙제 글짓기숙제까지 다 해달라고 하시니, 참 ..
다시 전화가 또 와서 이번엔 안받았어요.
그랬더니 두번다시 전화가 안왔어요.
무슨일로 온걸까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