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특별히 없는거 같아요.
대학 붙은 순간도 승진했던 때도 아기 낳았을때도 그냥 그랬어요.
첫 남친이 생겼을때? 생각지도 않게 전교 일등 했을때? 이 두가지 상황의 행복감은 아주 컸어요. 2-3일간 구름위를 걷는 기분.
그런데 그 다음부터는 별로 없어요.
프로포즈 받았을때도 덤덤했고 처음으로 일억을 모았을때도 컵에 물이 반밖에 차지않았다 심정이었고 아기가 처음으로 말을 했을때도 음 때돼서 말하는거구나 싶었고
심지어 처음 취직했을때는 엄청난 부담감이 몰려왔고 결혼식은 최악이었고 임신한 걸 알았을때는 막막했어요.
저희 남편은 이 얘기를 듣더니 자기는 좀 깨알같이 행복한 타입이라면서
결혼해야지 결정했을때도 매우 행복, 웨딩사진 찍을때도 매우 행복, 이거저거 보러다닐때도 행복, 신혼여행 가서도 너무 천국같고 좋았고 첫 부모님 생신, 첫 기념일 챙기기, 첫 산소 방문 이런게 다 기억에 남고 너무너무 좋았대요.
저희 남편을 보면 진짜 좀 그래요. 아기가 처음 걸었어! 아기가 첫 단어를 말했어! 아기가 처음으로 뭘했어! 이 모든게 샤방샤방 행복한 사람.
반면 저는 말을 하는구나, 그런데 발음이 괜찮은건가, 이제 말을 시작했으니 좀 더 책을 많이 읽어주고 아기 앞에서 문장으로 말하고 우리 모두 노력해야겠구나...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을테니까... 참 그런데 치과를 한번 데리고 가봐야 되는거 아닌가... 양치를 매일 시켜야 하는데 안 시킨 날도 있으니 치과를 가야지. 불소도포 이런거도 시키고... 그런데 이 동네 소아치과가 괜찮을까. 보통 얼마나 자주 치과를 가야하지? 하면서 온전히 좋아좋아가 되지 않고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과 대비노력 같은 생각들을 주로 해요.
이런 성격을 좀 고쳐야 하는데...
정말 생각해보면 스무살 이후 특별히 아아 행복하다 생각한 적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