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힘드신 분들 많으시죠?
얼마 전부터 왜 이리 안 좋은 맘이 맘속에 가득한지.........살고 싶지 않단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그냥 한가하고 무료하다 느꼈던 시절들은 지나고 보니 무척이나 행복한 시절이었더군요.
종교는 없지만 여기서 얼마 전 불교대학 추천해주신 분 덕분에 관련 내용도 좀 찾아보고
생전 집 밖으로 안나가고 폐인처럼 살다 (온라인으로 택배 시킴 먹고 사는 덴 지장 없으니)
우울한 기분에 좋다니 오랜만에 걷기도 해봤는데 봄 햇살이 새삼 좋게 느껴지더군요.
하늘이 내게 어찌 살라고 이리 맘고생을 줄기차게 시키실까? 그런 생각까지 했는데
오늘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왜 나는 나를 힘들게 한 사람들만 원망하고 내가 처한 환경 속에 장점을 찾아보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하고요.
왜 그리 우울한 기억을 움켜쥔 채 신세 한탄만 하고 산건지....새삼 한심하더라고요.
맘을 다잡아도 해결 안 되는 부분은 여전히 있지만
그래도 맘이 훨씬 더 홀가분하네요. 사실 얼마 전까진 정신과 상담도 고려해 봤는데
친정엄마 수 십 년 간 정신과 약 드셔도 전혀 해결 안 되는 모습 봐오면서
나는 저리 살지 말아야겠단 생각 했거든요.
어릴 때 인상 깊었던 기억이, 어느날 엄마가 무슨 속상한 일인지 방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당신 이름을 부르며 불쌍해서 어떡하냐고 울부짖던 모습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본인이 다른 데서 화나는 일이 있으면 잔인하게 딸인 제게 그 화풀이를 풀곤 하셨죠.
그 강도는 무엇을 상상하시든 그 상상을 뛰어넘을 겁니다.
식칼을 휘둘러서 그게 팔뚝에 스쳐 터졌는데 장판이 그 뚝뚝 흘러내리는 피로 물들였더랬죠.
사실 힘든 세상사 만만한 딸이 화풀이 대상이 됐던 것까진 이해해드릴 수 있습니다. 진심으로요.
하지만 사과는 하셨어야 하지 않나 싶네요. 그렇게 악다구니를 써가면 피 안 닦는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를게 아니라요.
그때 당시 제가 초등학생이었는데 교우관계도 원만하고 학교생활도 제법 잘했는데
뭔 죽을죄를 졌다고 식칼로 팔뚝까지 베었어야 했는지.
설사 그런 일을 했더라도 내가 사는 게 힘들어서 잠깐 정신이 나갔었나 보다. 미안하다 요 얘기만 해줬어도
부모 자식 간인데 용서 못 할게 뭐 있습니까? 그냥 없던 일로 생각했을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어쨌든, 친정엄마가 식칼로 손톱을 깎아주신 적이 몇 번 있는데 (상상이 가시나요? 식칼로 손톱 깍아주는 엄마..)
그때마다 몸이 부들부들 떨리더군요.
사실 위에 사례는 제가 가진 아픔의 1%도 안 되지만 (그냥 사소한 걸 예로 들었습니다.)
문제는 현실이 조금이라도 힘들어지면 간신히 눌러놨던 저 어릴 적 기억들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온단 사실입니다.
사실 결혼 후 제가 겪는 맘고생이나 속상함, 주위를 둘러보면 더 힘든 사람들도 많은데 말입니다.
작은 게 터져도 묻어뒀던 과거가 튀어나오면서 제 맘속이 갈기갈기 찢어져 버리곤 하거든요.
그게 바로 마음을 아무리 다 잡아도 해결 안 되는 부분이었고 제가 늘 힘들어하는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제가 이 얘기를 드리는 이유는
설마 저리 심하신 분들은 없으시겠지만 작게라도 만만하다고
자식한테 화풀이하고 사시는 분은 없으셨으면 하는 바램 때문입니다.
사랑도 받아 본 사람이 베풀 줄 안다고, 이리 얘기하는 저도 그게 잘 안돼서 여러 번 제 아이를 속상하게 했습니다.
하잖은 거라 할런지 몰라도 제 자신이 용서가 안될 때는 어린 자식 앞에서 무릎도 꿇어봤구요.
나로 인해 혹여 작은 상처라도 받아 그걸로 오래오래 그 아이의 맘을 괴롭히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요.
또한 충분히 긍정적으로 살아 갈수 있는 인생에 사소한 어려움에도
금세 좌절하고 절망하는 저처럼 살아가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 때문에요.
슬프게도 친정엄마는 여전하십니다.
절대 사과란 바랄 수도 없고 심지어 기억력은 여전히 좋으심에도 과거에 저지른, 당신이 생각해도
부끄러웠던 행동들은 통째로 죄다 부정하시지요.
저는 이제 그 부분에서 맘을 비우려고 합니다. 아니 그러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앞으로 남은 제 인생의 행복을 위해서요.^^
PS.저희 외할머니께서 지금 같은 서울 아래 사시는데 (1918년생이니 올해 연세가 90이 넘으셨습니다.)
도대체 어디 사시는지 알려달라고 (십 년 전부터 물어보는데 안 가르쳐주시네요)
돌아가시기 전에 한번 뵙고 싶다고 여쭤봤다가
식칼로 제 목을 찔러 죽여버린다고 고래고래 악다구니를 쓰셨는데( 그 전화 음성이 환청처럼 아직도 생생하네요.)
역시나 저희 친정어머님은 식칼을 너무 너무 사랑하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새삼~^^ (이젠 그저 웃으려구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