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의 가정불화 끝에 ,자식들 성인 된 후에 이혼하신 저희 시부모님...
그러고 잘 사시면 모르겠는데, 두 분 모두 이혼 후 가산 탕진하고 아들(제 남편)에게 의지하는 형편이네요..
시어머니는 도박병이 있으신데다가 걸핏하면 삐지거나 외롭다고 아들에게 하소연... 명절이면 시어머니 시아버지 할 것 없이 다 자기집에 차례 지내러 먼저 오라고 명절 며칠 전부터 신경전...
저희 결혼할 때 한 푼도 못 보태주신 건 물론이고, 걸핏하면 아프시답니다. 나이 60전후밖에 안되셨는데 벌써부터 그러시네요.. 두 분 다 아직까지는 일하고 계시지만, 두 분 모두 몸쓰는 일을 하시는지라 오래는 못 갈 듯 합니다.
저는 시댁이 두 군데인 사람 같네요. 그것도 골치 아픈 시댁요.... 용돈을 드려도 남들보다 두 배씩 나가고, 명절때 방문하여 차례 지낼 곳도 남들 두 배가 되니 말이에요.
남편은 정이 많은 사람이라, 자기 부모를 곁에 두고 모시고 살고 싶어 합니다. 두 분 혼자되고 외로우시면 돌발행동 할 수도 있으니 보살펴야 한대요. 저는 모시는 건 못한다고 했어요. 제 의지가 확고하니만큼 본인도 강요는 못하더군요..
시어머니가 제 남편에게 거짓말로 수 천만원 빌려가서 도박에 탕진하고 잠적했을 때, 남편도 어머니가 너무 미워서 근 1년간을 연 끊고 살았다더군요. 그러나 어머님쪽 친척들이 제 남편에게 연락을 해오고 어머님을 거두어야 한다고 하는 통에 결국 다시 연을 잇기 시작했고, 현재까지는 도박 안하고 잘 지내시네요.
그러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기분입니다.. 도박병은 못 고친다면서요...
더구나 앞으로 아프시면 그 병원비는 다 우리 몫일텐데, 방탕한 세월 보내느라 아들 결혼에 1원도 못보태고 노후준비도 전혀 안 되신 두 분 생각하면 한숨만 나옵니다.. 요즘 집값이 얼마며, 아이들 교육비가 얼만데.........
남편 하나 바라보고 시집 온 저...
본인 삶의 목표는 아내인 저의 행복이라며 두 눈 반짝이며 말하는 남편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요며칠 간, 시댁과 얽힌 저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눈물만 주룩주룩 나네요. 인생 100세 시대라는데, 앞으로 평생 시댁 문제를 감싸 안고 살아갈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고 그저 울고만 싶어요.
부모 챙기다가 내 자식은 뒷전이 되는 상황이 올 것도 두렵고, 자기 부모가 어떤 막된 짓을 해도 끊어내지 못 할 것 같은 남편도 못미덥고 야속하고요.. 또 본인 아니었으면 부모님이며 동생이며 모두 막장 인생 살다가 죽었을거라며, 본인이 가족에게 희생한 것을 무슨 훈장인 양 여기고 저에게 칭찬받으려고 드는 모습이 야속했어요. 그 희생, 이제 좀 그만 하면 안되겠냐고 묻고 싶었지만, 참았어요.
시부모가 돌발행동 할 시에 절연하기를 바라는 저도 제 자신이 이래도 되나 싶고 혼란스러워서 눈물만 나요.내가 이런 사람은 아닌 줄 알았는데..
어젯밤에 잠 못 들고 눈물만 흘리다가, 오늘도 남편 퇴근 했을 때 우울한 얼굴과 표정으로 대했더니 영문 모르는 제 남편은 그냥 먼저 들어가 자네요.. 자기한테 왜 냉랭하냐며 묻는데, 차마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제 심정을 알까요?
남편도 이 상황이 물론 싫겠지만,... 이 고난길에 저를 동행자로 부른 그 심정에 일말의 미안함은 있을른지 모르겠네요..
이런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못하고 여기에나 털어놓습니다.. 혹시 비슷한 고충 있으신 분들은 어떻게 헤쳐 나가셨는지 말씀도 좀 듣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