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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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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이 된 어릴 적 친구와 나

나거티브 조회수 : 5,238
작성일 : 2013-04-20 14:55:23
비도 오고 심심해서 써봅니다. 

얼마 전에 어렸을 때 친구가 상당히 부유한 남자와 결혼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었습니다.
한 때는 꽤 친했는데 사춘기 시절에 제가 말 그대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던 차에 생활범위가 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던 것 같아요.
특별히 부딪힌 적은 없는데 그 친구나 저나 어리기는 마찬가지라 친구도 저를 배려하지 못했고, 저도 제게는 부러운 일일지언정 그 친구에게는 달갑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그 후로도 승승장구하신 아버지 덕에 선으로 부잣집에 시집가 '사모님' 소리를 듣는 친구 소식이 무작정 반갑지는 않더군요.
당장 구멍난 생활비에 머리를 뜯어봐도 답이 없는 처지에서 단순히 부럽기도 했고,
공부 열심히 하고 좋은 직업 구해 돈 잘벌고 잘사는 지인들에게 느끼는 '성공해서 좋겠다~'는 느낌보다
역시 부모 덕에 잘 풀렸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그 집에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미치니, 누릴 수 있는 것 만큼 포기할 것도 많았을테고
제 성격이나 성향으로 봤을 때 부모님과 의절하네마네 했겠더군요. 
그 친구 형제 중에는 부모님 뜻 거역해 드라마 한 편 제대로 찍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그 부모님 참 좋은 분이라고 기억하는데 자식 일 완고하신 것 의외지만 어느 정도 이해합니다.)
누구누구의 딸, 이제는 누구누구의 아내이고 며느리라는 이유로 남들의 주목을 받고, 어찌어찌 살아야할 것 같은 틀로 짜여진 바깥으로  움직이기가 힘든 삶에 제가 맞춰 살 수는 없었을 것 같아요. 
그 친구 소식도 그 부모님의 사회적 위치 때문에 다른 어른에게 전해들은 것이라 그 친구가 만족한 삶을 사는지 아닌지도 알 길이 없지만, 지금 당장 제가 그 자리에 간다고 버티고 살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구요.

허름한 차림에 별로 성공하지도 못한 제가 반짝반짝 윤기나는 친구들을 마주쳤을 때 반가우면 반가운 만큼만 웃으면서 대할 수 있는 제 마음의 여유와 용기가 무럭무럭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의외의 모습에 친구들이 마음 한구석 짠해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살아야겠지요.

요즘 일이 잘 안풀리고 제 한계를 느껴 오랫만에 조용히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어떻게 살아야하나 고민하다가 주절주절 써봅니다. 





IP : 112.165.xxx.159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나만의방식과가치
    '13.4.20 2:59 PM (115.143.xxx.93)

    을 찾아야 할것 같아요.

    친구면 그나마 낫지,
    피붙이가 그러면 정말 비교되고 피할수도 없고 그렇거든요

    내가 가진 장점과,
    나만의 방식과 가치에 대해 생각하니
    예전처럼 그렇게 불편하지 않아요.

  • 2. ....
    '13.4.20 3:29 PM (110.14.xxx.164)

    솔직히 결혼후에 너무 차이나는 친구와는 멀어지게 되더군요
    밥을 먹어도 쇼핑을해도 애 교육도 사는곳도 서로 너무 다르니까요 공통 분모가 별로 없는거죠
    그냥 어느정도 비슷한 친구끼리 어울리게 되요

  • 3. 도나
    '13.4.20 3:31 PM (210.219.xxx.180)

    좋은 환경에서 자라 잘된 친구들 보면 부럽기도 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느정도의 아픔과 다소의 불행한 처지가 그리 슬프지만은 않은 기분도 들어요.
    모든것이 만족스런 생활이 꼭 좋은것만은 아닐거 같고
    약간의 부족함이 차라리 더많은 삶의 가치를 알게 해주는 듯 해요.

  • 4. ...
    '13.4.20 3:33 PM (180.231.xxx.44)

    결국 여우의 신포도잖아요. 저도 되는 일없고 빚에 허덕이고 있지만 원글님나 몇몇 댓글들처럼 그런식으로 못나게 살고 싶지는 않아요. 부모덕분에 좋은 유전자 물려받아 공부 잘 하는 사람, 외모가 특출난 사람, 운동신경이 뛰어난 사람등과 마찬가지로 부자 부모 만난 것도 또 다른 부모덕이죠. 돈이 최고 가치이면서도 부를 경시하는 이중적인 태도는 참 재미있어요. 차라리 부러운 건 부럽다라고 인정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대단하고 정신적으로 건강해보여요 그게 말처럼 결코 쉬운게 아니거든요.

  • 5. 나거티브
    '13.4.20 4:36 PM (112.165.xxx.159)

    으윽... 조회수가...

    댓글을 보고 제 마음에 부러움이나 비교하는 마음이 남아있나 생각해보게 되네요.

    저도 부모님이 제시하시는 안전한 길을 갔으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지금보다는 나았을테지만,
    제 고집으로 이러저러한 삶의 경로를 밟아가고 있습니다.

    그저 오랫만에 고향으로 돌아오니 어릴 적에는 꼬물꼬물 같이 놀았는데 잘 된 친구, 잘 안풀린 친구 이런 저런 소식을 전해듣게 되네요. 십년이십년 소식 잘 모르던 친구들 소식을 들으면 어색하고 이상합니다.

    저는 부모님이 부자였다고 해도 일반적으로 부모님들이 권하는 일들을 하고 싶지 않았던 성향상 딱히 더 잘 되었을리도 없고, 철만 더 늦게 들어 부모님 돈으로 되지도 않는 일에 계속 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큰 사람인 걸 압니다.

    남다르게 부모덕을 봤어도 제 그릇이 감당할 수 없는 삶이라는 것도 있다 싶었습니다.
    제 삶을 만들어 온 제 자신이고 거기서 잃은 것들과 얻은 것들도 다 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다만 지나간 어느 시점에 어떤 선택을 한 건 어리석은 일이었구나 싶은 건 있지요. 돈이나 명예는 아니지만 남들보다 나은 몇가지 자질을 부모님에게 받았기 때문에 불만도 없지만, 부모님 탓을 하기에는 바보 같을 나이기도 합니다.

    내 마음대로 바꿀수 있는 것이 있다면 통장에 입금되는 월급 액수와 건강 정도? 이 정도는 제 노력을 성취할 가능성도 남은 일이고 누굴 부러워한다고 해도 부끄러울 일은 아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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