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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너무 사랑을 많이 주며 키우는 것도 부작용이 있네요.

엄마 조회수 : 2,477
작성일 : 2013-03-20 11:50:05

맹목적인 사랑... 이런건 아니예요.

4살 아들인데... 훈육이 잘 되서 떼쓰거나 이런거 거의 없고 나이답지 않게 자제심 많고 그렇거든요.

 

훈육할 땐 강하고 짧게 훈육하고... 규칙적인 생활...

항상 아이의 시선 놓치지 않고... 눈 마주치면 웃어주고..

상냥하고 차근차근 얘기하고... 그래서 아이도 어디가나 예쁘게 말한다는 얘기를 들어요.

둘째 임신으로 몸이 힘들어서 잘 놀아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상호작용 해주려고 하고...

스킨쉽은... 일상이 스킨쉽이예요.

스쳐 지나가면서 머리 한 번 쓰다듬어주고, 눈 마주치면 뽀뽀해주고, 손 닿는 곳에 있으면 안고 쓰다듬는게 하루에 셀 수도 없어요.

아이도 '엄마, 사랑해요'가 입에 붙었답니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자식 자랑 하는것처럼 보이시죠...

그런데 요즘 아들을 생각하면 마음에 먹구름이 잔뜩 낀 것 같습니다.

애를 보고있으면 너무 걱정스러워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다보니 또래와의 갈등상황에서 대처하는 걸 힘들어해요.

소심하고 이런건 아니예요. 낮선 상황이나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별로 없거든요.

그런데 친구들이랑 놀다가 친구가 민다, 때린다, 장난감을 뺏는다, 소리를 지른다... 이런 상황에서 아주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요.

어제도 놀이터에서 짖궃은 형아를 만나게 되었는데...

원통형 미끄럼틀 안에서(그러니까 어른들의 시선이 차단되는 곳에서) 그 형아가 우리 애한테 위협적인 행동을 했나봐요.

정황상 경사진 미끄럼틀 안에서 애를 민것 같은데...

우리 애가 아주 겁을 먹고 '밀지마~ 밀지마~' 하고 울음섞인 목소리로 호소하는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라구요.

 

저는 덩치가 작고 그랬어도 삼촌들 틈에서 자라서인지 어디가서 맞고 오진 않았는데...

우리 아들은 어린이집에서도 자기보다 작은 아이들한테 맞고오기 일쑤구요...

아이한테 '친구가 때리면 뭐라고 해야돼?' 라고 물어보면 '미안해~' 이러고 히히 웃어요.

저는 너도 때리고 '니가 먼저 때렸잖아!!' 라고 말하라고 가르쳤거든요. 올바른 방법이 아닌건 알지만...

요즘같이 미친 세상에 맞고 가만히 있으면 영악한 아이들의 먹이감되기 딱 좋은것 같아서...

적어도 정당방위는 할 수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요....

그런데 아무~~~리 가르쳐도 친구가 때리면 '미안해~' 해야된대요. ㅠㅠ 미치겠어요.

 

횡설수설이 길었네요. ㅠㅠ

고민을 털어놓고 싶은데 뭐부터 어떻게 말해야될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아이가 사랑이 충만한 환경에서 구김살 없이 크길 바랬는데... 세상에 육아의 왕도는 정말이지 없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이런 험한 세상에서는 적당히 호통도 치고, 매도 들고, 신경질도 내가며 애를 키우는게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 어제 놀이터에서의 일에 충격받고 어제밤에 펀치백 주문했구요...

주말에 남편 시켜서 신문지로 칼도 만들게 할거예요... ㅠㅠ

제 육아법이 아들을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마음 약한 아이로 키운것 같아 정말 마음이 복잡하네요... ㅠㅠ

 

 

IP : 218.237.xxx.121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ㄹㄹㄹ
    '13.3.20 11:56 AM (58.226.xxx.146)

    제 아이도 사랑 받고 자라고, 낯선 환경이나 사람에게도 사교적으로 먼저 다가가는데,
    친구들하고 갈등 상황 있을 때 자기 나름대로 다가가더라고요.
    저보다 훨씬 사회성 좋은 사람이라 제가 가르치거나 보여주지 못한 면들을 타고난 자기 성향대로 풀어내며 살고 있어요.
    사랑 많이 주는건 좋은거에요. 그것마저 바꾸지는 마세요.
    친구가 괴롭히거나 협박할 때 보이는 대응은 님이 잘못 키운게 아니고, 아이의 성향인거고요.
    같이 때리라고 하지는 마시고 ㅠ '안 돼 ! 하지마 !'라고 하고 그 자리에서 벗어나라고 하세요.
    오늘인가 어젠가 배려심 많은 초등 아이 얘기 봤는데,
    이번 글과 지난 글 링크도 한번 보세요. 댓글들도요.

  • 2. 수수엄마
    '13.3.20 12:03 PM (125.186.xxx.165)

    사랑과 별도로 그런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치심이 맞지않을까요?

    저도 아이에게 안돼,하지마 크게 소리치고 그자리를 피해 옮기고...
    어른(선생님 또는 부모)에게 도와달라고 해라...합니다

  • 3. 아마도
    '13.3.20 12:05 PM (164.124.xxx.147)

    대부분의 순하게 사랑받고 자란 아이들은 커가면서 다들 겪는 문제일꺼예요.
    제 아이도 누굴 때린다거나 친구들과 갈등이 있다거나 하는거 생각 못했을텐데 유치원에 가고 학교에 가고 친구들이 생기고 갈등도 생기고 그렇게 커가더라구요.
    아직 2학년이라 지금도 겪어내는 중이지만 그 때 그 때 보듬어주고 타이르고 대처법을 가르쳐주고 하면서 아이가 저절로 알아가게 할 수 밖에 없을 듯 해요.
    저도 어리버리한 상태로 초등학교 입학해서 이미 약을대로 약아진 친구들에게 당했던 기억 있구요.
    다 성장과정이라고 생각하세요.

  • 4. 헉,
    '13.3.20 2:02 PM (121.190.xxx.242)

    4살인데 펀치백에 종이칼을 놀이용으로라면 몰라도...
    엄마때문에 아이가 스트레스 받을거 같아요.
    그리고 말로 사랑한다가 보다는 진심 믿어주고 포용해주는게
    아이에겐 힘이되고 정서적 지지가 되는거죠.
    사랑하고 별개로 극복할수 있는 조그만 문제를 주고
    해결해 가면서 성취감을 느끼게 해서 단계를 밟아야 하는거고
    사람마다 타고난 성향도 달라요.
    강하고 쎈 사람도 성공하는 분야가 있겠지만
    부드럽고 소통 잘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비율이 높을겁니다.

  • 5. 허걱...
    '13.3.20 2:37 PM (58.143.xxx.195)

    아직은 아기고 외동이었잖아요 대처방법모르는게 당연해요 원래 타고난 순둥이라면 더 그렇구요
    저도 또래아기 키우고 있어서 그 맘 알겠는데 ..

    사실 제가 좀 엄하고 신경질적이예요 물론 항상 그렇진 않지만요

    그렇다고 울애가 밖에서 안당하고 다니냐? 또 그건 아니거든요

    친구가 괴롭힐때 하지말라는 액선 갈켜주는건 좋은데 싸우는 연습이라니요

    막상 진짜 때리고 다닌다면 또다른 고민거리가 될거예요

    지금처럼 많이사랑해주시고 위로해주시고 하지만 자기것은 지킬수있는 아이로 자라도록 지도하는게 맞는거같아요

  • 6. 흰둥이
    '13.3.20 3:17 PM (203.234.xxx.81)

    저도 좀 혼란스러웠는데 어느 육아서에서ㅡ.ㅡ 그런 내용을 봤어요. 엄마란 아이에게 당연히 절대적인 신뢰와 사랑을 주어야하지만 잘못했을 땐 엄하게도 하고, 정당하게 화를 내기도 하고,, 하는 게 필요하다구요.
    그래서 그런 갈등을 풀어가면서 아이가 기본적으로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지만 내가 잘못하면 내가 그걸 풀며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런 걸 배워야 한다구요.
    그 뒤로는 저도 아이에게 아낌 없이 사랑을 주는 한편 인간적인 갈등도 경험하게 해줍니다(라고 쓰고 화 날때는 성질도 좀 내준다,,라고 읽어야겠죠?) 처음엔 아이가 좀 당황했지만 기본 신뢰가 있으니 잘 적응해 배우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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