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시 2편 올려봐요. 너무 우울할래나요?

우울한 삶 조회수 : 656
작성일 : 2013-03-06 11:08:11

마종기 시  - 익숙지 않다 -

 

그렇다.  나는 아직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익숙지 않다.

강물은 여전히 우리를 위해

눈빛을 열고 매일 밝힌다지만

시들어가는 날은 고개 숙인 채

길 잃고 헤매기만 하느니,

가난한 마음이란 어떤 쌂인지,

따뜻한 삶이란 무슨 뜻인지,

나는 모두 익숙지 않다.

죽어가는 친구의 울음도

전혀 익숙지 않다

친구의 재 가루를 뿌리는 침몰하는 내 육신의 아픔도,

눈물도, 외진 곳의 이명도

익숙지 않다.

어느 빈 땅에 벗고 나서야

세상의 만사가 환히 보이고

웃고 포기하는 일이 편안해질까.

 

 

다음은 다들 잘 아시는 문태준 님의 유명한 시 "가재미"예요.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복사해왔더니 글씨체가 달라졌네요.

 

나이가 들어가니 사는 일이 왜 이리 캄캄해지는 걸까요?

한치 앞을 알지 못하고 헤매는 느낌입니다.

 

이런 시들을 읽고 있으면 가만히 눈물이 나요.

 

IP : 211.51.xxx.98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3.3.6 11:11 AM (211.51.xxx.98)

    오타가 있네요.

    '가난한 마음이란 어떤 '삶'인지' (쌂이 아니고 '삶'이예요.)

  • 2. 세상사
    '13.3.6 11:25 AM (203.226.xxx.158)

    익숙하지않아 살아야될 이유도있고
    내일을 알수없기에 막연한 꿈도
    꿀수있는것같아요
    사는것 별거 아니라며 훌훌 털어버리고
    그릇에 가득 채워진 욕심도 비워내며
    사는것이 그립네요

  • 3. ..
    '13.3.6 11:39 AM (210.180.xxx.2)

    감사합니다.
    마음의 위안이 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25670 90년대 일드 보는데 재미있네요 6 ;;;;;;.. 2013/03/06 1,807
225669 신랑이 밥이 지겹데요 당췌 뭘해줘야할지 조언부탁드려요 18 뚱띵이맘 2013/03/06 2,933
225668 every food, all food, some food 이 중.. 1 문법 2013/03/06 1,753
225667 요즘 낮에 집에서 난방 하나요? 5 @@ 2013/03/06 1,688
225666 7살 아이 유치원 안보내기 괜찮을까요 2 7살 2013/03/06 5,283
225665 제 몸에 있던 것들이 피지낭종이었군요..털썩; 8 ㅠㅠ 2013/03/06 43,024
225664 도배장판후 입주청소 직접하는거 힘들까요? 2 업체소개좀... 2013/03/06 7,131
225663 우리 아들 임원선거 나갔다가 0표 받고 왔어요 15 위로 2013/03/06 4,351
225662 컴퓨터 조립과 메이커 구입 고민 입니다. 7 새학기 2013/03/06 579
225661 주말에 어떤간식을 해먹을지...고민이됩니다... 5 프렌치카페2.. 2013/03/06 918
225660 결혼기념일에 뭘하면 좋을까요? 5 결혼기념일 2013/03/06 1,065
225659 98년 뉴연금플랜 자유적립보험에 아시는 분... .. 2013/03/06 435
225658 나와 여기 여성과의 차이점 10 변태마왕 2013/03/06 1,722
225657 진짜 대학 보낸분들께 여ㅉ뿝니다. 12 대학보낸분 2013/03/06 3,132
225656 식기세척기 <지멘스 95만원 VS 동양매직 80만원>.. 7 .. 2013/03/06 1,633
225655 어제 스타벅스에서 아이엄마 ㅠㅠ 10 panini.. 2013/03/06 2,718
225654 박원순이 내년 선거에서 떨어지면 퇴임하는날 꼭 12 ... 2013/03/06 2,062
225653 안경오래 쓰면... 7 둥이엄마 2013/03/06 2,197
225652 보험문의 5 고민 2013/03/06 369
225651 밀린 청소 끝냈어요!!! 3 ᆞᆞ 2013/03/06 843
225650 박원순 재선에대한 일베충들의 생각(펌) 3 헤인즈 2013/03/06 659
225649 경제에 대해 잘아시는분(대출금리) 2 이율 2013/03/06 472
225648 은행보관방법.. 1 껍질있는 2013/03/06 10,091
225647 선물추천좀요..꼭요~그냥지나치지 마시고 부탁드려요 2 , 2013/03/06 294
225646 광주광역시 중학교인데....가정방문이 있어요.ㅠ.ㅠ 7 뭐...이런.. 2013/03/06 1,5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