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상 치르고 며칠이 흘렀어요.
저희 시어머니는 며느리들 마음을 편하게 해주셨고, 싫은 소리 별로 안하시고, 경제적으로도 전혀 부담주지 않으셨던, 여기 82기준으로 보면 참 좋으신 분이셨어요.
결혼한지 10년이 되었는데, 초반에는 어머니의 몇가지 점들(적기는 그런데, 좀 비상식적인 부분들이 있었어요)때문에 남편과도 싸우고, 어머니께서 저희와 같이 사시고 싶어하셔서 무지 부담스러워하고 그랬어요. (저희는 막내)
저도 성격이 꽤 독립적인편이라, 친정부모님과도 같이 사는걸 힘들어 할 스타일이었거든요.
여튼 어머니께서 함께사시고 싶다는 속내를, 제가 신혼여행 다녀와서 인사드리러 갔더니 비추셨어요.
차라리 안그러셨으면 몰랐을까, 제 마음속에는 어머니께서 언제 같이 사시려 하실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100해드릴 거 70만 해드리고...그랬답니다.
저도 엄마가 되고보니 이해되지않던 어머님의 행동이, 여전히 이해는 안되지만 그냥 받아들일 수 있겠더군요.
결혼 초반에는, 똑같이 힘들게 서울서 내려왔는데 저더러 방닦으라고 하고 아들더러 쉬라고 하는거가지고도 뾰루퉁 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철딱서니없죠. 그 아들은 운전하고 왔는데요.
또 나름 페미니스트였던 저앞에서(맞벌이였으며 제가 수입이 더 나은 상황), 여자가 남자보다 앞서면 안된다는 식으로 말씀하셔서 요새 그런게 어딨냐고 볼멘소리도 했었고요.
같이 외식하러 간 자리에서, 자꾸 저더러 더 먹으라고 강권(!)하시길래 제가 못먹겠다고 계속 뺴다가(실제로 제가 양이 좀 작아요.) 어머니 서운하게 한 일.
새벽여섯시안되서 한참 자고있는데 전화와서, 뜬금없이 기침하는 아들에게 무슨 한약재 달여먹이라고 하신 걸로 전화끊고 짜증내다 남편과 싸웠던 일...
이런 사소한 일들이, 지금에 와서 너무나 후회되요.
여기 다 적긴 그런데 어머니께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행동을 하신 것도 좀 있어요. 여기다 적으면 백이면 백 기함할 일도 있고요. (그거때문에 남편이 어머니께 크게 항의를 했었어요)
그렇긴해도 그게, 어머니가 악의가 있어서 그런게 아니라는 걸 아는데...
여기서 가끔 며느리들의 시댁 성토 글을 보면,
물론 리얼막장시댁도 있지만, 저의 결혼초반 모습을 보는듯한 글들도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 자식낳고 나이먹으면 그냥 스무스하게 넘어갈 수있는 여러가지 일들인데 당시에는 뾰족하게 대응하는 그런 일들이요.
어머니꼐서 병원에 입원하신 이후로 저는 밤마다 아이옆에서 눈시울을 적셨어요.
이제 좀 철들어서 잘해드리려고 맘먹었는데(정말이에요), 그런데 어머니께서 쓰러지시고...
옛말 틀린거 하나없네요.
만시지탄이에요.
말이 좀 두서가 없죠.
그냥 제가 하고픈 말은요... 나이든 분들.. 어쩌면 나이들었다는 그 자체가 슬픈거같아요.
자식기저귀는 부모가 웃으며 갈아도 그 반대는 힘들어하잖아요.
부모가 와병중일때, 그 자식이 100% 부모 병구완하기 힘들잖아요. 여러 상황때문에요.
그러니까..어찌보면 나이든 분들이 약자일 수가 있거든요
(여기까지 적고보니, 물론 막장 어르신들도 많다는 그런 댓글 있을거 같은데...그런 분들은 뺄께요)
나중에 후회할 일 만들지 않도록,
망할 인터넷의 '시'짜 알레르기에 미리부터 감염되지 않았으면 해요.
결정적으로 나쁜 분들이 아니라면, 세부적인 것들은 그냥저냥 넘기구요..
저는 아직도...
병실에 누워서 쓸쓸히 계셨을 어머니 생각을 하면 가슴이 미어지네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