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봐도 설레네요! 한편의 성장소설을 본 느낌이 듭니다.
제주도 출신과 피아노를 부정하고 싶던 서연이 제주도에 정착해서 피아노를 긍정하는 삶으로 돌아온 것도 좋았고, 쑥맥 이기만 했던 승민이 능청스러운 생활인이 된 모습도 너무 좋았구요.
첫사랑의 상처와 어긋남이 10여년 후에 다시 봉합되지만, 끈적꺼리지 않고, 수다스럽지 않게,
여전히 여백을 유지한 채로 마무리되는 방식도 너무 좋았습니다.
흡사 영화는 여백의 미를 통해 의미를 구성하는 동양식 건축물과 닮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김동률의 <기억의 습작>이 없었다면 이 영화의 울림이 이렇게 컸을까요?
그러나 이용주 감독이 처음 염두해 두었던 노래는 아바의 노래라고 하네요...ㅎ
원래 93학번 시기로 쓰려다가 제작이 밀리면서 96학번으로 설정되고,다시 찾은 음악이, 기억의 습작이었다는 글을 씨네 21 감독 인터뷰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기억의 습작>이 영화의 상황과 너무 딱 들어맞아서 도식적이게 비춰지지 않을까 염려했다는 내용도 기억나지만, <기억의 습작>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의 감동은 줄어 들었을 꺼라고 생각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