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가 돌아가셨어요.
기차표를 끊다 보니 옛날 기억이 떠오르네요.
저 둘째 낳고, 한 달 좀 지나서였던가 남편의 외사촌이 결혼을 했습니다.
남편이, 애 낳고 얼마 안되었으니 너는 안간다 내가 말할게 - 하기에,
제가 어머니 성격에 그런 말 하면 분명 뭐라 하실 거라 했더니
자기 엄마는 그런 사람 아니랍니다.
(네.. 그 우리 엄마는 아니야.. 란 말을 몇 년은 들었던 거 같습니다.
한 번도 남편 말이 맞은 적 없고, 이제는 더 이상 남편도 우리 엄마는 그런 사람 아니란 말 안합니다.)
저 애들 데리고 친정에 있었는데 친정으로 전화하셔서 소리 지르시더군요.
너 결혼식 안갈 거냐? 사람이 기본 도리는 해야지.
그래서 둘째는 친정에 맡기고, 첫째 안고 결혼식에 갔죠.
그 결혼식 참석한 직후, 제 큰 아버지께서 사고로 급작스럽게 돌아가셨습니다.
도리와 예의를 그리도 찾던 시어머니신데, 멀다고 남편에게 가지 말라 하더군요.
전 애들 돌보고, 남편은 평소대로 출근했죠. 친정 부모님도 안계시니 애들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남편이 시어머니를 집으로 불렀습니다.
하루 종일 TV 보고 인터넷 하시고, 끼니 되면 밥 차려달라 하시다 아들 오면 너무 힘들다 울먹 울먹 하시더군요.
그리고 이틀 되니 제게 말씀하십니다.
"야, 니네 부모는 후딱 갔다 와서 애들 좀 봐주셔야지 왜 이렇게 안오시냐?"
그 말 한 게, 큰 아버지 발인일 전이었죠.
사돈의 형제가 죽었는데 하신다는 말이, 애 봐야 하는데 발인 전에 왜 안오냡니다...
그 일과 그 후의 여러 가지 일 (아주 다양한 상처주는 말씀을 하시고 여러 가지 사고를 치셨죠) 이후로
시어머니와 마주하면, 불쌍한 노친네 이상으로는 안 보여요.
같이 사니, 내일 어디를 가는지 이야기를 해야 할텐데 제발, 이번에는 그런 상처주는 말은 안하셨으면 하네요.
사실 이제 상처같은 건 입지도 않아요. 원래 저런 사람인 거 아니까.
다만 불쌍한 노친네 정도의 감정이라도 유지하고 싶어서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