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전에 아기수면훈련에 관해 조언부탁 드렸던 아기엄마인데요...
조언주신 분들 정말정말 감사드려요.
수면훈련에 대해 반대하시는 분들도 계셨으나 제 상황상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하기로 했어요.
여기 미국이라 급할 때 뛰어갈 친정,시댁도 없거니와...남편출장도 잦고...
허리도 약한데다...
그리고 저번 글에서는 좀 민망해서 말씀 못 드렸는데^^;; 열두살짜리 아들이 있어서 아기한테만 올인할 수 없는 입장이거든요.
참고로 위에 아들은 무조건 끼고 모유수유 17개월하며 정말 갖은 고생 다하며 길렀어요.
그 땐 미국에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저도 육아에 무지해서 정말 생짜로 고생했어요.
산후우울증도 약간 있었고 불면증까지 왔는데 바보같이 베이비시터 한번도 안쓰고 길렀으니 흑흑...
아들녀석은 밤새도록 젖을 물고 자고, 입에서 젖이빠지면 울고..
참, 나름 철학을 갖고... 공갈젖꼭지도 안주고... 손가락도 안빨던 아이를...
아기가 좀 예민했는지
옆에 누가 있는지 없는지 귀신같이 알고 없으면 울고...
안고 자다 내려 놓으면 앙앙~
조금만 소음이 나도 앙앙~
손님들 오는 것도 되게 힘들어해서 밤새도록 울고;;
낮잠이든 밤잠이든 자다 깨면 달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울었어요.
자고 있는 아기의 천사같은 모습을 보면 이녀석이 또 언제 깨서 울까 싶어 두려울 정도로...
다섯 살 때까지 밤에 자주 깨고 낮잠만 저도 울고는 했어요.
프리스쿨 다니면서부터 쭉 자더라고요.
참고로 아직까지 저희부부랑 자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봐요.
솔직히 둘째는 너무 힘들어서 엄두도 못내다가
이제서야 잊혀질만하니 아기가 생기고 너무 기뻤는데
아무래도 저번처럼은 못할 것 같았거든요.
조언해 주신 분들의 말씀을 총정리하면...
육아노트로 아기의 일과를 기록하라.
백색소음사용
잠자기 전 루틴만들기
울면 안아주다 다시 눕혀서 다독다독
그리고 책들을 읽으면서 수면훈련은 일단 소아과의사가 오케이 할때까지 기다려야 하며..
한가지 정답이 있는것이 아니니 여러가지 방법 (아예 안하는 것 포함) 중에 한가지를 신중히 정해서
일관성있고 인내심있게 밀고 나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의견이 공통의견이었어요.
훈련하다가 안하다가하면 아기에게 혼동만주니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결론.
일단 의사한테 여쭤봤더니 삼사개월까지는 아기가 자주자주 배고프고 밤낮구별도 안되고
저도 이세상이 낯설고 하니,
무조건 curdling, curdling하라고 말씀해주셔서 백일이 될때까지 무조건 안아주고 업어주며 기다리기로 했어요.
그리곤 책을 여러권 권해주셔서 그동안 틈틈이 읽었고요.
(제일 좋게 읽은 책은 " 건강한 수면습관, 행복한 아이 healthy sleep habits, happy child"였어요)
전 보스턴에 사는데 미국친구들은 거의 삼개월에 즈음에 수면훈련을 시키라고들 했어요.
저희 소아과의사쌤, 연세도 있으시고 제겐 엄마같은 분인데, 엄마가 잠을 자야 젖도 더 좋은 젖으로 잘 나오고
엄마가 해피해야 아기도 해피하게 큰다며,
출산하자마자부터 무조건 다섯시간은 방해없이 자야만 엄마가 버틸 수 있다며 남편과 제게 "다섯시간 연달아 자기"를 숙제로 내 주셨어요.
그리고 아기가 울면,
배가 고픈지, 기저귀가 젖었는지, 어디가 아프거나 불편한지 보고
모든게 오케이면 조금 울려보라고 하셨어요.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어쨌건
조언대로 아기의 하루일과를 기록하는 것 큰 도움이 됐어요.
아기가 언제 피곤해지는 지 알고 미리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고요,
저녁에 목욕시키고 백색소음 들으면서 아기가 이제는 자야 될 때라는거 알려줬어요.
정말 어렵게 결정한 것이... 아기를 일정시간 울리도록 해보자는 것이었어요.
안무섭게 나이트라이트 켜놓고, 모니터도 켜놓고,
문 살짝 닿고 나왔어요.
처음에 십오분 울리고 그 후 안고 달래서 재우고,
점점 시간을 늘여서 한 삼사십분 울게 했어요.
아기가 우니 당장이라도 달려가 안아주고 싶었는데.. 정말 괴로왔어요.
그래도 실패한 분들의 조언이 하나같이 "일관성부족"이 원인이어서
정말 참았어요.
그런데...
아기가 백일값을 하는지....
울리기 시작한지 한 일주일도 안가서
우는 시간이 사십분에서 점점 줄어들더니
이젠 안울고 약간 징징대는 듯하다가 혼자 잠들어요.
낮잠도 그렇게 같이 쉬워졌어요.
오늘, 딱 백일하고 열흘지났는데
아싸~
일곱시간을 자고 잠깐 깨서 젖먹고 바로 자네요.
요즘 젖먹을 때 잠깐 일어나는 거 제외하곤 열두시간을 쭈욱 자네요.
아기도 밤에 잘자서 그런지 낮에도 훨씬 더 잘 놀고 방긋방긋 해피한 것 같아요.
무엇보다...좀 이기적으로 들리실지 모르겠으나... 제가 충분한 수면을 취하니까 짜증도 안나고, 에너지도 충전되어서 애들한테 더 잘해줄 수 있어서 살것 같아요.
상쾌한 아침.
너무 좋아요.
조언 주신 분들 손이라도 잡고 감사인사드리고 싶어요.
물론 큰아이도 이렇게 똑같이 했다고 똑같은 결과가 있었을지는 의문입니다만,
건강한 수면훈련이 행복한 아기와 엄마를 만드는 것 맞는거 같아요.
정말 수면훈련하기 전에는 잘 때까지 남편이랑 번갈라가며 업고,
그것도 잠깐,
또 업고 걸으라하고
결국 업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해고서야 안울던 아이가,
이렇게 혼자의 힘으로 쌕쌕 깊은 잠을 자는 걸 보니 너무 신통방통해서
지금 새벽에 일어나 감사인사 몇자 적는다는 것이 이렇게 구구절절 긴 글이 되어 버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