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인 미경이, 영옥이, 명희 셋은 단짝이었다. 어느 날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셋이 가장 늦게 귀가하게 되었는데, 교문을 나서다가 미경이가 문득 걸음을 멈췄다.
"어머,집에 가서 공부할 책을 놓고 왔어."
친구들이 그냥 가자고 했으나 미경이는 한사코 책을 가져와야 한다고 떼를 썼다. 때가 때인지라 친구들도 어쩔 수
없이 그러라고 했다.
"잠깐만 기다려."
미경이는 학교로 뛰어 들어갔다.
복도에 들어서서 보니까 미경이네 교실엔 아직도 불이켜져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영옥이와 명희가 책상위를 뛰어 다니며 놀고 있는게 아닌가.
'얘들이 언제 들어왔지?'
교실로 들어서려다가 미경이는 하얗게 질렸다. 책상 위를 뛰어다니며 노는 친구들의 발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귀신이다!'
도망치는 미경이는 너무 무서워 제정신이 아니었다. 누가 뒤에서 잡아당기는 것만 같았다. 평소보다 더 길어져
버린 복도를 막 벗어나려는데 수위 아저씨와 마주쳤다.
"아저씨! 아저씨! 저 안에요, 발 없는 귀신들이 놀고 있어요"
수위 아저씨가 앞장서서 쓰윽 걸어 나가며 말했다.
"나처럼 말이니?"
미경이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