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입원한지 25일 가까이 되었습니다.
연애 7년, 결혼해서 20년 가까이 살았는데, 이때까지 아내의 먹는 것에 대해서 걱정해 본 적이 없습니다. 아무 것이나 잘 먹고, 잘 자고, 살 많이 쪘으니까요.
그런데 병원 생활 하면서 입맛이 없어 잘 먹지도 않고, 먹고 싶은 것도 없다하고, 변비까지 생겨서 힘든 모양입니다. 이런 아내를 보니 안쓰럽고, 그 동안 제가 아내에게 많이 먹는다고 내가 눈치를 준 것은 아닐까? 그 때문에 아내가 살 뺀다고 안 먹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 동안 아내가 살 뺀다고 했을 때, 살 뺀다고 하면서 한 끼나 두 끼만 먹는다고 했을 때, 그러한 아내의 살빼기에 대해서는 반대했거든요. 안 막으면서 살 빼는 것은 성공할 수 없고, 안 먹으면서 하는 살빼기 시도는 더욱더 살찌는 결과를 낳고, 남는 것은 건강을 해치는 것이라고.....
결혼을 해야 하는 아가씨도 아니고, 50가까이 된 아줌마의 살빼기는 미용보다는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닌가요? 그렇다면 먹을 것 먹어가면서 살빼기를 해야 하는 것이 올바른 살빼기 아니겠습니까?
아내가 끼니마다 먹는 양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끊임없이 먹는다는 것이죠. 하루 커피 5덧 잔은 기본이요, 주전부리가 앞에 놓여 있으면 가릴 것 없이 먹어댑니다. 그러니 살이 찔 수밖에.
그래서 제가 하는 말은 <밥과 김치, 나물, 채소 많이 먹어라>. 살 되도록 안찌는 음식 많이 먹으면 배가 부르니까 주전부리에 손이 안가 살 안 찐다. <밥과 김치, 채소 많이 먹고 운동 좀 하면 비만은 되지 않는다>라고 하거든요.
사실 뭐, 생각대로 다 된다면 사람에게 뭔 걱정이 있겠습니까.
아내라고 모를 리 있겠습니까?
누구든 마찬가지겠죠. 알면서도 안 되니까, 살도 찌는 것이고, 건강도 해치는 것이고, 돈 문제, 직장 문제, 사람과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잘 안 되니까....
사람에 따라서 먹는 것, 입는 것 천양지차 일 텐데, 어쩌면 나의 방식을 아내에게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내가 병원에 입원하여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니까 다시 한 번 제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됩니다.
전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만일 아내가 고기가 건강에 좋은 것이니까, 고기 많이 먹어라 하면서 고기를 많이 해준다면 저에게는 고역이 아닐까요?
마찬가지로 제가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살 안 찐다고 해서 그것이 아내에게 행복한 섭 성이 될까? 하는, 제 자신에 대해 회의를 해봅니다.
그동안 우리 딸들에게는 아빠가 해 줄 수 있는 한에서 애정과 정성을 다해서 해준다고 했는데, 비록 라면을 끓여주더라도.
그런데 아내에게는 애들만큼 못해준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고, 반성이 됩니다.
아내에게 소고기 장조림을 해줄까 합니다. 아내가 안 먹으면 애들 먹이면 되니까.
(밭에는 아직도 노지 배추가 널려 있습니다.
내년 한살림과 계약 재배를 하기 위해서 올해 무농약으로 배추를 재배했습니다. 그랬더니 배추 포기가 작아서 팔아먹기가 힘들더군요. 팔다 남은 노지 배추가 남았는데(부칙포로 배추를 덮어줘서 완전히 얼지 않았습니다. 겉은 얼었는데 속은 그런대로 먹을 만하더군요. 무농약, 무화학비료, 무관수(인공물주기 안하기)로 키웠더니 배추가 정말 맛있고, 고소합니다. 필요하신 분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한 사람에게 많은 양은 보내 줄 수 없고, 택배비는 본인 부담. 전화 010-2850-2099)
사설이 길었습니다.
아내에게 소고기 장조림과 배추를 싸먹을 양념장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엊그제 애들에게 해주느라 갈치조림을 했는데, 인테넷 검색을 통해 해봤더니 너무 달더라고요.
그리고 남자들은 <감>을 모릅니다. 한 컵이라고 하면 그 컵의 크기를 어떤 것으로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는 것이죠. 작은 큰 술, 큰 큰 술이라고 하면 작은 것이 어느 정도 크기인지, 큰 큰 술은 어느 정도 크기인지 잘 모른다는 점입니다.
개량하는 방법에 대해 좀 구체적으로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