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서 조금만 지루하면 바로 잠이 드는 저는,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심지어 아바타도 거의 자느라 못봤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오늘 레미제라블 영화를 봤는데, 정말 1초도 안자고 너무 몰입해서 봤네요. 팜핀이 힘들게 죽어가는 모습보면서 폭풍 눈물, 계란으로 바위치듯 어설픈 힘으로 목숨 버리는 젊은이들, 그 순수하지만 허망한 죽음, 더러운 빈민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미한 눈빛들.. 보는 내내 너무 눈물이 나왔네요.
이런 저런 생각도 많이 들더라구요. 어릴 때는 혁명이니, 가난이니, 그런 것들이 정말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는데, 세상 무서운 거 아는 어른이 되어서인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저렇게 살았고, 아직도 세상에는 그 지독한 가난과, 지독한 혁명,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당장 나에게는 잠깐 운좋게 비켜가고 있는 거다라는.. 하지만, 누구든 항상 운이 좋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운이 나쁜 사람들은 저항하거나 체념하고, 운이 좋은 사람들은 외면하고... 역사와 사회 속에서 개개은 연약하고 어리석고.. 그렇게 또 역사가 반복되며 사람들은 살아가고..
이게 아이들을 키우면서 더 절실하게 생각되는 것도 같아요. (공포마케팅 영향을 받아서 걱정이 많아진 것도 좀 있는듯요), 드라마(서영이 같은)를 봐도 부모가 잠깐 정신줄 놓으면 아이들 인생이 참 서러워지는 것도 그렇고, 팜핀은 딸내미를 그런 곳에 맡기고 정말 심정이 어땠을까.......참.. 여러 잡생각까지 꼬리를 물면서 슬프게 봤네요.
오페라를 안 봤어서, 수잔보일이 씩씩하게 불렀던 그 노래(i dreamed a dream 인가..)를 앤 헤서웨이가 부를 때 아 저런 노래였구나 했네요.. 아, 앤헤서웨이는 정말.. 갑입니다.. 앤헤서웨이의 더럽고 너무 안 예쁜 모습이 눈물나게 아름다웠다는 것이 제가 느낀 이 영화의 주된 이미지인 것 같아요. 끝날 때, 와.. 이러면서 박수가 저절로 나왔는데, 아무도 안 쳐서 뻘줌했네요. 느낌이 다 같진 않았나 봐요. ^^;;
집에 오니 김연아의 또 다른 레미제라블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지난 번 경기때는 실수도 많이 하고, 음악도 잘 몰랐어서 별 감흥이 없었는데, 오늘은 많이 달랐네요. on my own과 one day more 같은데, 영화장면도 생각나고, 김연아 선수 연기도 너무 아름답고..이건 뭐랄까 세속적인 성공을 떠나 어떤 경지의 아름다움 같은 거요.. 해설하시는 분도 울먹이고, 관중들도 눈물을 글썽이네요. 일등한다고 올림픽같은 대단한 영애가 있는 경기도 아니지만, 참 아름다워서 왠지 맘이 짠한게 슬픔과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름다움과 슬픔의 느낌은 깊은 곳에서는 서로 비슷한 지점에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오늘의 감상평 요약은, 영화 레미제라블은 너무 슬퍼서 아름다왔고, 스케이팅의 레미제라블은 너무 아름다와서 왠지 슬펐다.인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