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에이미가 장문의 이멜을 제게 보내왔어요.
원래는 오늘 태비냥이를 안락사 시키려 했던 날이예요.
에이미는 추운날 자기 차고로 못 들인걸 마음 아파했어요. 비록 그렇게 한다 한 들 태비냥이가 병이 나아진다거나 하지는 않았겠지만요. 그러면서, 제가 안락사를 볼 용기가 안 난다고 했더니, 자기가 떠나는 날 옆에 있어주고 싶대요. 그런데 이 번주는 시간이 안되고, 금요일 아침에 갈 수 있지만 오후에 프로젝트 미팅이 있어서 그런일을 치루고 자기가 일 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해서, 다음 주 월요일 오후에 에미미가 병원에 가기로 했어요.
어젯밤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 녀석 떠나는 걸 위로해 줄 까 생각했다면서 화장해주는게 작은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세월이 지나면 같이 섞는, 재를 담는 용기에 다년생으로 꽃이피는 나무를 심는게 어떻겠냐고 물어요. 아직 어디에 심을지 어떤 나무일지 정하지는 못했습니다.
이 친구는 미국인 이면서도 몰랐는데 동양사상에 관심이 많아요. 윤회에 대해 생각한다면서, 자긴 태비냥이 영혼이 육체에서 빠져나온 후 다음엔 세렝게티의 사자로..아니면 사랑 듬뿍 받는 집에 다시 태어났으면 하고 바란답니다.
오후에 캔을 여러종류 사서 장난감 몇가지와 함께 병원에 갔어요. 새끼냥이와 태비냥이가 마주보고 케이지에 있었는데요 한 쪽에 웅크리고 앉아 쳐다봅니다. 제가 목소리를 들려줘도 그냥 앉아있어요. 건사료와 캔 사료가 있었는데도 먹지 않고있어요. 제가 문을 열고, 우리집 냥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치킨으로 된 캔을 덜어서 줬는데도 그냥 앉아있더군요.
손을 깊이 뻗어 만져주면서 아줌마 왔어..왜 안먹니..이런저런 말을 하니까 그제서야 일어나 먹기시작합니다. 야옹거리면서. 이걸 보니 또 마음이 쓰리더군요.. 제가 마음이 아파서 안 와 보려고 했는데 매일 가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제 목소리를 들으면 그 낫선 환경에서 그나마 위안이 될 테고 반복해서 제가 가면 가더라도 또 다시 내가 온다는 걸 알테니까요. 내일 병원에가서 물어보려고 해요. 주말에도 방문할 수 있겠냐고..
가지고 간 큰 캔의 반을 먹었어요. 혹시 비싸다고 좋아하는 건 아니니 싼 캔도 여러개 사고 뭐든 좋아하는 걸로 먹이려고 이것저것 사 갔습니다. 그동안 아침 저녁 캔을 두개씩 주긴 했지만, 우리집 냥이들이 먹는 그런 좋은 건 줄 수 없었어서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새끼냥이는 갈수록 안 좋아져서 재채기 할 때 마다 코로 피가 나오고 이리저리 막 튀어요. 한 쪽 눈은 뜨지도 못하고 그렇게 있더군요. 근데 제가 이걸 처음 봤으면 너무 놀랐을텐데요, 작년에 동물보호소에 냥이들 도와주러 다녔을때보니 집단으로 냥이들이 상부호흡기에 감염이 됐었는데 정말 무섭더군요. 그 당시 보호소에 있던 냥이 20마리 정도가 다 감염되었었는데요 특히 5-6마리 새끼냥이들이 증세가 특히 심했는데 어느날 가니 바닦에 피가 여기저기 있고 코로 다들 피가 나왔어요. 너무 놀랐었죠..이런 증상이 한 열흘 지나니 그제서야 나아지더군요..
아마 제가 이녀석을 막 병원에 데려갔을때가 그러니까 막 시초단계였고 지금 한창 아플때인것 같습니다. 이녀석도 아무것도 안 먹고 있다가 제가가니 사료를 먹기시작해요. 물도 많이 마셨어요. 간호사들이 신기하다고 합니다. 이 녀석에게도 같은 캔을 주니 너무 잘 먹어요. 그래서 병원에서 주는거 말고 제가 사간 여러종류의 캔을 주기로 했어요. 일단 잘 먹어야 나을테니까요.
내일은 에이미도 가 보기로 했어요. 왜냐하면 월요일 안락사시에 에이미가 갈 텐데 에이미도 보고 따르긴 했지만 일주일 제가 없는 사이였고, 아무래도 한 번 다시 익혀두면 월요일, 이녀석이 조금 마음놓을 거 같아서요. 그리고 저도 내일 오후에 들릴 거고요. 아..정말 가슴아픕니다. 제가 떠나는 길, 품에 안고 마취를 시켜주는게 사실 제일 좋은데요. 그걸 지켜보기가 쉽지 않을거같아요. 한 30분 있었는데 올 때가 되니 많이 마음이 놓였는지 움직이고 기지개도 피고 뒹굽니다. 내일 다시 오겠다고 말해줬어요. 장난감은 이것저것 넣어줬는데 가지고 놀지 않아요.
길냥이들은 장난감으로 노는데 시간이 걸리는 듯 해요. 우리 보미도 새끼들과 함께 집 안에 들여놓으니 처음엔 장난감을 무서워하고 가지고 놀지 않았어요. 오히려 새끼들이 정신없이 가지고 놀았죠. 그러더니 어느날 부터 슬 슬 새끼들이 놀고있는 장난감까지 뺐어와 가지고 놀더군요. 어떻게 놀 줄 몰랐던 보미를 바라보면서 안 되 했었는데 이젠 장난감으로 혼자서도 얼마나 잘 노는지 몰라요. 길냥이들은 먹이를 구하고 몸을 피하기도 바빠 놀 생각을 못하는 듯 해요.
장난감은 이녀석 가는길에 같이 넣어줄 생각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