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경조사가 생기면 집에서 그 모든 경조사를 치르고
음식들도 다 집에서 장만해서 손님들을 맞이하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서른 여섯.
전 산골마을에 가난한 집에서 나고 자랐어요.
찢어지게 가난하고 쌀 한톨 보기 힘들 정도로 가난했던 때는
엄마가 시집오던 때였고
저는 그정도로 가난한 생활을 하진 않았지만
과자 한 번 제대로 사먹어 보지 못했고
소풍때나 어쩌나 엄마가 읍에 나가 장을 보러 다녀오실때나
그럴때나 먹을 수 있었어요.
어쩌면 시골애들이 대부분 비슷했을 수도 있겠지만
용돈이란 것도 따로 없었고요.
그러니 뭔가 맛있는 음식이나 간식에 항상 목말라있던 시기였을 거에요.
어쩌다 부모님이 잔치집을 가시게 되면
목이 빠져라 기다리게 되는 것도 돌아오시는 길 손에 들려 올
잔치 음식을 기대하기 때문이었어요.
언제였드라
살짝 추웠던 계절 같아요.
잔치집에 가신 아버지를 기다리다 이불속에서 설잠을 잤는데
늦게 집에 돌아오신 아버지가 잔치집에서 싸준
(옛날엔 손님들 손에 잔치 음식들 싸서 들려보내는게 또 예의였잖아요)
잔치 음식을 가져오셨는데
노란 종이에 전이며 떡이며 이것거것 함께 싸진 잔치음식이
종이냄새가 배여서 맛이 좀 요상하게 되어 버리기도 했는데
그렇게 종이 냄새가 배여서 니맛도 내 맛도 아닌 맛이어도
너무 맛있던.
아니 너무 맛나던 노란 봉투에 담긴 잔치 음식이 문득 생각 나네요.
날도 춥고.
옛 생각도 나고
아버지도 그립기도 해서 그런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