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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린 길냥이와 태비길냥이..

gevalia 조회수 : 913
작성일 : 2013-01-03 09:47:28

슬픈 소식만 연속이네요.

죠오지를 보러 문을 열고 나서는데, 꼬리가 반 만 남은 태비길냥이가 또 좋다고 다가오기에 케이지에 넣고 병원에 데려갔습니다. 류키미아에 걸린 새끼 길냥이와 같이자고 먹이도 같이 먹어서 혹시나하고 피검사를 해 볼 생각에요.

동료 에이미는 이 녀석 이름을 Kisa라고 지어줬어요. 이 녀석은 제가 몇번 물 휴지로 닦아줬는데도 아직 온 몸에서 말할 수 없는 냄새가 납니다. 의사가 이를 체크하는데 잇 몸이 빨갛게 부어올랐고 벌써 이도 몇개빠졌어요. 입에서도 냄새가 심하게 났고요. 하긴 먹는게 다른 길냥이 같지 않고 좀 힘들어보였어요. 캔 먹을 땐 괜찮아 보이다 건사료를 좀 이상하게 먹더군요. 이가 안 좋은가 생각은 했습니다.

피 검사 결과 이 녀석도 류키미아예요. 의사도 저도 이 녀석에게 최선은 안락사라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오늘 당장 안락사를 못 시키겠더군요. 필요한 이런 저런 치료를 해 달라고 했어요. 하루만이라도 따듯한 곳에서 지내보고, 치료라도 좀 받아보게 해 주고 싶더군요. 다시 앞마당에 풀어 놓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고양이들에게 전염을 생각 안할 수도 없고요 나중에 다시 안락사 시키자고 차마 데려올 수 없을 거 같았습니다.

얼마 오래 버티지 못할거란 의사말에 차라리 보내주는 게 나을듯도 싶어요. 목 주위에 만져보니 동글동글 한 것들이 뭐가 잔뜩 잡혀요.  안 울어야지 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의사가 뭐라고 뭐라고 위로를 했는데 하나도 생각이 안 납니다. 이 녀석은 병원에 가서도 길냥이 같지 않고 얌전했어요. 품에 안아주니 팔에 꾹꾹이도 하고 그릉댑니다. 평소에도 꾹꾹이 하길 좋아했는데, 날카로운 발톱으로 그렇게 하면 아프더군요..그래서 이 녀석아 아줌마 아파 하지말아..그러면 또 알아듣고 그러는건지 안 했거든요..하라고 그냥 둘 껄 그랬나봐요.

내일이고 언제고 병원에 찾아가서 안락사에 싸인을 하기 너무 힘들거 같아 미리 싸인은 해 뒀어요. 전화통화로도 할 수 있게요. 재 작년 노란고양이 안락사 처음 싸인할때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요. 이젠 좀 나아졌을까 했는데 마찬가지예요. 

병원에 있는 새끼 고양이는 먹이를 전혀 먹지 않아 간호사들이 주사기로 강제로 급여하고 있어요. 이번 주 금요일까지 더 치료해달라고 했어요. 그 때 까지 먹기만 좀 해 준다면 다시 데려와 제가 먹이는 줄 수 있으니까요.  오늘 보니 눈물과 재채기는 더 심해진 듯 싶어요.

밖에 둔 물그릇과 밥그릇은 일단 거둬들여 소독을 하고 다른 그릇을 내 놔야겠어요. 

적절한 말이 잘 생각이 안 나네요..품에 안고 의사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이 녀석을 내려다 보면서 생각들이 스칩니다. 이 녀석은 오로지 목숨이 제게 달린거니까요. 그냥 제가 좋아서 쫒아왔을 텐데요..살자고 제게 온 길냥이 들을 이런저런 이유로 안락사 시키는게 잘하는 건지 정말 판단이 안 서네요.

 

IP : 172.1.xxx.46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운명
    '13.1.3 9:58 AM (175.215.xxx.227)

    그 냥이의 운명은 그기 까지 입니다.
    참으로 다행스런 것은 그 냥이가 죽을 복은 타고 났네요.

    몇 년전 절에서 주일 마다 공부, 명상 할 때 입니다.
    덥고, 후줄근 하게 비 내리는 날.... 평상 밑에 생전 보지 못한 큰 냥이 한마리가 찾아 들더군요.
    마지막 가픈 숨을 내 쉬다가.... 한 시간 수업 끝나고 어찌 되었는지 살펴 보고....
    그러길 두 시간 지난 후엔 아주 숨은 끊어 졌더라구요.
    어쩌겠습니까? 자기의 운명이니....
    절 바깥, 산에 묻을까?
    이 놈은 그래도 죽은 복은 타고 났기에 저를 찾아 왔고, 절 안에서 숨이 넘어 갔으니....
    절 구석 모퉁이에 제 손으로 묻었습니다.
    비록, 부처님에게 올리는 떡 상자, 종이 상자에 넣어서....
    나무 지장보살....

  • 2. 글쎄요
    '13.1.3 10:12 AM (71.197.xxx.123)

    그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
    아픈 동물들을 안락사 시키는게 잘하는 건지 판단하는건 영원히 불가능할 듯해요.
    어차피 죽을 거라도 그 생명들의 권리를 인간이 행사한다는 것도 무섭게 느껴지구요.
    주관적이고 한심한 생각이지만 말을 못하니 (인간의 말을 못하니) 더 애처롭게 생각되기도 하고....
    님 글을 읽을 때 울지 않았던 적이 거의 없었던 듯..
    울지 않으려 해도 얽히지 않으려 해도 삶의 무게와 쓸쓸함이 힘겨워요
    이런 것들을 모른채 살았으면 어땠을까 가끔 생각하구요
    겨울이 빨리 갔으면 좋겠네요
    고맙습니다

  • 3. ㅠ ㅠ
    '13.1.3 10:13 AM (113.59.xxx.77)

    안타깝네요.
    그래도 가는길 살펴봐주고 슬퍼하는 님이 옆에 있어서 다행이지않을까요?

  • 4. ...
    '13.1.3 10:22 AM (121.178.xxx.196)

    님...얼마나 마음이 아프실런지요...
    읽는 저도 마음이 이렇게나 아픈데요.
    제가 그 고양이들 입장이라면 어떠했을까요?
    힘겹고 아프고 벅찬 생명을 유지 하는 것을 더 원할까...를 생각 해 봅니다.
    고단하고 힘겨운 육체를 훨훨 벗어 버리고 싶을것 같아요.

  • 5. 겨울밤
    '13.1.3 10:25 AM (180.65.xxx.234)

    따뜻한 마음이 정말 고맙습니다

  • 6. ..
    '13.1.3 11:24 AM (118.33.xxx.104)

    감사합니다. 항상 댓글에 감사하다고 남기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저런 생각 많이 드실텐데.. 따뜻한 위로 보냅니다.
    어떤 결정을 하시던, 응원 하고 있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해는 더 슬픈 소식이 없기를 바래봅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 7. gevalia
    '13.1.3 11:37 AM (172.1.xxx.46)

    이럴땐 절 귀찮게 하는 '라'와 '시' 그리고 보미와 나비가 위로가 됩니다. 재작년 처음 노란길냥이를 안락사 시킨 후엔 정말 마음이 안정이 안되고 나비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어요. 오죽하면 이 집에서 이사갈까 생각했었죠. 늘 뒷마당에 찾아오던 그 녀석이 눈에 어른거려서요.

    사실 지금 이 태비는 그 노란야옹이보다 더 합니다. 어떻게나 들어오겠다고 보채는지 제 인기척 후엔 15분은 기본으로 울거든요. 문여는소리에 부지런히 자다말고 나옵니다. 차 타는거 보면 멀리 가는 지 알고 그냥기다리고 뒷마당이나 이웃집에가면 쫒아왔죠.

    아직 많은 길냥이 경험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제 생각엔 길냥이가 누굴 믿기 시작하면 필사적으로 의지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예요. 보미가 길냥이 시절 그렇게 절 쫒아다녔어요. 먹이주고 들어오려고 뒷 뜰을 가로지르면 거짓말 처럼 제 발 등을 자기 발로 누릅니다. 못 걷게 하는거죠. 울음소리도 유난히 컸어요. 절 보면 저 멀리서 크게 울면서 뛰어왔거든요. 그러더니 집 안에 들인 후로는 크게 울지 않고 작은소리로 냥냥댑니다.

    지금 이 태비녀석을 보면 예전 보미가 하던행동 그대로 해요. 그러니 더 안스럽죠.
    병만 없었으면 어떻게든 주인을 만나게 해주려고 마음먹었던 길냥이예요. 한 번 발톱도 안 세우고 너무 순했거든요. 그리고 의사말이 뒷 발 두개가 길이가 다르다고 하네요. 꼬리도 선척적인거 같대요.

    종교는 없지만, 모든 동물은 죽으면 천당간다는 말 정말 믿고싶어지네요. 고쳐서 나아질 수 있는거면 어떻게 해 보겠는데, 악화될 뿐이니니 방법이 없는 듯 해요. 의사는 이 상태보고 이 상태로는 먹는 것도 힘들어보인다고 했거든요.

    레오주던 캔을 아침 저녁 주고, 오다가다 치킨과 간 소고기를 익혀서 줬는데 요 며칠 캔 먹는 속도가 예전 만 하지 못했죠. 전 너무 많이 이제 먹어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마 이와 잇몸 때문이었나봅니다.

    참..죠오지는 이제 스스로 먹고 일도 혼자 봐요. 오늘 찾아가니 그젠 누워있었는데 일어나 앉습니다. 지니에게 보내주려고 찍은 사진을 올려볼께요.

    그리고 토요일 입양간 '레'의 사진을 보니타가 보내왔어요. 이것도 올려보겠습니다.

  • 8. 에고.. ㅜㅜ
    '13.1.3 4:11 PM (222.111.xxx.155)

    제가 글은 봐도 로그인은 잘 안하는데, 원글님글에 이틀 연속 답글달러 일부러 들어왔습니다..

    너무 가슴아픈 얘기라.. 참.. 진짜 눈물납니다. 길냥이들의 삶은 여기나 타국이나 다 비슷하군요.. ㅜㅜ
    정말 길에서 사는 아이들의 삶은 왜 이리 고단한건지.. 누구 탓인지 모르겠습니다.

    위에서 길에서 사는 아이들이 오히려 누군가에게 의지하게 되면 필사적이 되는 것 같다고 하셨는데, 저도 그말에 너무 공감합니다.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요, 그 아이를 다시 못보게 된 후 길냥이들한테 밥을 주면서도 정을 붙이지 않으려고 몰래주고 멀찍이서 밥 먹는 것만 확인하고 돌아섭니다. 가까이가지 않아요, 집에도 이미 네마리라 더 들일 수 는 없는데, 괜히 사람 정을 알게했다가 더 이상 능력도 안되는데 너무 가슴만 아프게 될까봐요.. ㅜㅜ

    그런 면에서 원글님, 진짜 존경하고 감사합니다. 매번 그렇네요, 진짜로 꼭 다음에 또 서울 한번 나오시면 따뜻한 밥 한번 대접하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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