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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기가 너무 이뻐요.

엄마 조회수 : 2,479
작성일 : 2013-01-02 23:39:58

백일된 아기가 있어요.

회사 규정 아래 임신 기간 동안 루즈하게 회사 생활하면 행복하고 여유롭게 태교하면서 지냈어요.

그런데 분만 때 위험한 상황까지 갔었고, 아기 얼굴도 못본채 대학병원 집중치료실 4일 입원했었죠.

그 후 모든 검사상 이상 없음으로 판명나고, 아기는 무럭무럭 건강하게 잘 크고 있습니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기간 동안 제 마음은 지옥이었어요.

이렇게 예쁜 아가에게 만약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어쩌나.. 잘 크던 아기 나오는 순간 잘못되서 아가에게 이상이 생긴다면.. 아가에게 너무 미안하고.. 억울하고.. 정말 하루하루 상상하며 억장이 무너지는 시간을 보냈어요.

 

저를 지켜보던 가족들은 아무리봐도 이상이 없는 아가보며 괜한 걱정을 한다며, 저를 위로하기도 하고 나무라기도 하고 했었죠.

 

그런 지옥의 시간이 끝나고, 잘 자라는 아기를 보면 너무 행복하고.. 뭐랄까.. 절절한 느낌이랄까요.

너무 사랑스럽고, 너만은 행복하게 지켜줄께라는 생각이 불끈불끈 솟아오릅니다.

 

그런데 사랑과 걱정이 지나친건지.. 사건 사고.. 뉴스나.. 생활 안전사고 류의 기사나 방송을 접할 때마다 상황이 상상되고 자꾸 떠오르면서 너무 겁이 납니다.

이러다 아이를 과잉보호하게 될까 싶을 정도로 왜 이리 세상엔 무서운 것들이 많은건지...

하나하나 그냥 넘어가지지가 않아요.

육아 휴직 후 아기를 어린이집이든 남의 손이든 맡길 생각하면 엄두가 나지 않고...

그렇다고 현재 직장을 포기하기엔 그동안 해온 것도 아깝고... 아기에게 경제적으로 보다 풍요로운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양립하고...

세상은 너무너무 무섭고.. 아기는 절절히 사랑스럽고..

힘들다는 이시기가 저는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도 않아요...

아기가 잘 안자거나 울어도 짜증한번 나지 않구요.. 그냥 다 사랑스럽습니다.

물론 몸이 힘들 땐 남편에게 아기를 맡기기도 하고 그런 건 다 해요.

 

더불어 부드럽고 관대한 친정 분위기와는 다른 시댁의 거칠고 쎈 분위기 저는 참을 수 있지만..

우리 아이에게는 영향을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합니다.

정말 닮지 않았으면 하는 말투나 사람을 대하는 방식들..

 

꼬리를 무는 이 걱정걱정걱정들;;;

또래 아기를 가진 엄마들도 그렇다고는 하는데...

제가 지나친걸까.. 아니면 엄마가 되어가며 모두가 겪는 과정일까

좀 자제를 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엄마는 제가 꼭 어미닭이 병아리 품듯한다고 하는데, 정말 제가 출산 때의 트라우마로 유난스러워진걸까요?

아님 엄마가 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변한다는 게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까요? 

IP : 115.143.xxx.29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ㅎㅎ
    '13.1.2 11:52 PM (112.151.xxx.74)

    저랑비슷하시네요. 저희애기도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있다나와서... 그저 감사하고예쁘기만 하고 님이랑 거의 똑같은 마음 ㅋㅋ
    생각도 많아지고 이 험한세상 어떻게 살아갈까 미리부터 걱정되고 그러네요

  • 2. 병아리 품는 어미닭
    '13.1.2 11:53 PM (121.175.xxx.222)

    생각만 해도 훈훈하네요....

    좋은 엄마이신것 같아요....

  • 3. 원글
    '13.1.2 11:59 PM (115.143.xxx.29)

    ㅎㅎ..님
    동병상련이라고 너무 반가워요.
    잘 극복하고 이런 댓글을 만나니 왜 이리 기분이 좋죠.

    몇번 병원 오가면서, 세상에 정말 아픈 아이들이 많구나...
    출산이란게 그냥 겪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산모와 아가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일이구나..
    위급 상황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의사 또 책임 회피를 하려는 의사들을 보면서.. 너무너무 원망스럽고 미우면서도.. 산부인과 의사들을 참 힘들겠구나..
    여러 생각들이 오갔던 경험이었어요.

    ㅎㅎ 님 아기 건강하고 예쁘게 잘 자라길 기도할게요 ^^

  • 4. ...
    '13.1.3 12:12 AM (14.63.xxx.87)

    저도 아이를 낳고 나니 세상 어두움에서 널 지켜주마... 하는 맘에 울컥울컥 하더군요.
    꼬리를 무는 사건 사고 소식에 가슴이 답답하고
    좋은것만 주고 싶은 마음...
    모든 어머니들의 마음이죠.
    중딩 되고 고딩 되니 이쁜건 여전한데
    방학마다 더 가슴이 조여와요.
    공부도 좀 하지...
    유재석 연예대상 타는거랑 너랑 뭔 상관 이라냐ㅜㅜ

  • 5. 과정이예요..
    '13.1.3 1:19 AM (180.230.xxx.31)

    저도 그시절엔 안힘들다 하며 아기만 보며 지냈지요...

    그러면서 마음은 약해져 온갖 무서운 상상 다하며 그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를 끙끙거리며 고민하고 그랬

    답니다...



    19개월 된 지금 그 때를 되돌아 보면 정말 힘.들.었.다 입니다.....ㅎㅎ

    너무 힘들어서 (심적인부담 + 육체적인 고통) 힘든것도 모른 것 있죠...ㅋㅋ

    저는 또 나름 노산이라~~

    더 그럴수도 있구...하여튼 아기 정말 이쁘죠...그 때 많이 안아주세요...

    전 하루종일 안아준 거 같은데...그래서 지금 더 안아줄 걸 하는 후회는 없어요..^^

  • 6. ^^
    '13.1.3 8:39 AM (87.77.xxx.31)

    아기 예쁘죠. 저의 첫째는 열흘간 집중치료실 있었어요. 퇴원 전날 처음 만져봤죠.
    그 애가 지금 9살인데 뒤돌아보면 집중치료실 경험도 있고 첫째 아이기도 하고
    작게 태어난 애라서 제가 필요 이상으로 걱정을 많이 하고 조바심 내며 기른 것 같아서 후회될 때가 있어요.

    엄마의 이런 감정이 아이한테 전달이 다 되는데 그게 아이에게 불안감도 함께 전해줄 수 있거든요.
    아이들은 부모의 태도를 통해서 세상이 안전하고 믿을 만한 곳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그 세상 안에서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하며 살아갈 힘을 얻는대요.

    원글님의 감정은 첫 아이를 낳은 엄마로서 당연한 과정이지만
    기본적으로 엄마는 불안과 걱정이 있어도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 훈련이 정말 필요한 듯해요.
    그러니 아이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하시되
    내가 어쩔 수 없는 위험 가능성이나 미래를 걱정하느라 힘 쓰지는 마시길...그럼 홧팅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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