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는 우리 세대와 같은 생각을 한다면 좋겠습니다.
정치적 신념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고, 다르더라도 그 다름을 존중해줄 수 있는
세대차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산업화 속에서 먹고 살기 위해서, 또는 결과를 위해서는 과정의
정당성을 담보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습니다.
자신들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물질적 풍요를 이뤘고, 자식들 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공부시키고 입히면서 살아왔지만, 정작 그 자식세대들이 원했던 것은, 물질적 풍요위에
더 많은 공감과 교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렇게 물질적 풍요의 혜택을 받으며 자라온
우리 세대는 오히려 성인이 되어서까지 부모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캥거루족’ 이
되어버렸습니다.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님 곁에서 맴도는 부족한 자식이 되어가도 그들에게 물고기 잡는
법과 사회에 홀로 서는 가르치기 보다는 그저 품에 안고 보호하기 바빴던 우리 부모님 세대.
하지만 부모님들은 정작 내 돈으로 가르친 자식들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한다는 사실에
절망합니다. 80년대 학생운동이 왕성할 때, 부모님들이 돈벌어 대학 보내놨더니, 데모만
하더라.. 어찌하면 말릴 수 있겠는가가 그 당시의 화두였죠. 내 자식이 무슨 뜻과 어떤
각오로 독재자에 맞섰는지 마음으로 이해해주는 부모님들은 극히 적었다고 확신합니다.
‘먹고사는게 더 급해. 너희들이 밥 굶던 세상을 알아?’
저희 어머니는 가난은 개인의 탓이다. 라고 하십니다.
네, 부모님 세대는 열심히 노력만 했다면, 얼마든지 성취한 대로 얻을 수 있는 사회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노력해도 내게 주어진 계층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88만원 세대가 아무리 돈을 벌어봤자, 평생을 모아도 순순히 내 돈으로 집을 산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고, 은행에 대출을 끼고 사게 되면, 내가 번 돈은 고스란히 은행의 이자를
감내할 뿐이지요.
아버지하고도 한바탕 싸운 일이 있었습니다.
아들 이재용에게 불법적 상속을 위해 위법도 서슴지 않았던 이건희 회장의 편을 드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절망했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있어야 나라 경제가 산다. 니들이 뭘 알아? 그런 사람들이 돈을 풀어야
우리 같은 사람들도 덕 보며 사는 거야. 알지도 못하고 욕하지 마라’
‘아버지는 이건희 회장보다 일을 덜하나? 오히려 12시간 택시 운전하며 밤새워 운전해도
회사 사납금 내기 바쁜 아버지가 오히려 나라에서 내라는 세금 꼬박꼬박 잘 내고 있다.
나는 아버지가 내게 물려줄 재산이 없어도 부끄럽지 않고, 원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에게 당신의 노예근성을 물려주지 마라.’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의 부모님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일 이고
마음 아픈 일입니다. 다른 때는 너무나 좋은데, 정치 이야기가 나올 때만 그보다 더
냉랭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싸움을 피하는 요령도 알게 되고, 암묵적으로 모른척 넘어가지만,
가장 많이 공감을 하고 싶은 가족과 벽이 생긴다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와 화해하는 것은 요원한 일일까요?
그렇게 목표만을 바라보고 경쟁에만 몰두하고 낙오자에 대한 배려없이 달려온 대한민국은
어느 새, 병이 들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봅니다. 세상의 묻지마 범죄, 수치심을 잃어버린
아동 성범죄, 금융사기 등등 흉측하기 그지없는 사회의 불안은 언제든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상이 되어갑니다. 방향을 잃어버린 불특정 다수에 대한 분노는
언제든지 우리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사회에 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이번 대선을 치르면서 제 안에는 부자나 가난한 자나 함께 살 수 있는 ‘사회안전망’ 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단어가 ‘빨갱이’를 뜻한다면, 정말 비통합니다.
-내가 북한을 얼마나 싫어하는데요. 다만 망나니 동생을 둔 원죄로 언젠가는 정신차리겠지.
라며 평생 혹을 안고 사는 큰 누나의 맘이라고 할까요? 버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ㅠ.ㅠ
나 혼자 노력해서 나 하나 잘 먹고 잘 사는 것 보다, 더 나아가 공동체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가능한 마지막 대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 앞선자는 뒤돌아 보고, 부족한
자를 기다려주고, 그가 힘을 낼때까지 보호해주는 것. 그래서 그들이 분노하지 않고, 공동체
안에서 치유 받음으로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하기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이렇습니다.
많은 분들이 말합니다. 이제는 ‘내가 알아서 혼자 살아야지’
‘세상를 바꾼다’ 는 헛된 꿈은 버려야지....
지금도다 더 삭막한 세상이 펼쳐질까 두렵습니다.
60년의 산업화와 민주화.
우리는 2마리 토끼를 쫓으며 오늘도 살아갑니다.
빈곤과 풍요를 모두 경험한 세대와 풍요와 참살이를 모두 원하는 세대는 오늘도 대립합니다.
이렇듯 너무나 빠른 대한민국의 변화는 정작 가장 가까워야 하는 부모 세대와 우리를
분리시킨 것입니다. 하지만 화해하고 싶습니다. 진정으로요....
이제는 우리 세대와 자식세대를 바라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식들의 세대와 벌어지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자식들에게 존경할 수 있는 부모님의 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들의 경험이 자식들에게 귀감이 되었으면 합니다.
합리적인 선택과 결정으로 올바른 사회를 이끌어가는 멋진 기성세대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 노력합시다.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고 과정과 결과 모두 공정해야 한다고 가르칩시다.
대한민국을 포기하지 말고, 다시 건강하게 세워서 우리 자식들에게 물려줍시다.
우리 앞의 역사가 그렇지 못했다면, 우리가 변화시켜 좋은 대한민국을 물려줍시다.
대선으로 멘붕 되었던 분들....
흙탕물도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습니다. 그러고 나면, 우리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차근히 생각해 봅시다. 우리가 포기하면, 우리 자식들도 포기하는 겁니다.
힘내십시다. 파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