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경상도에서 한나라당을 무조껀 지지하는가? 그게 저도 궁금했는데, 언젠가 제가 지인으로부터 이 이야기를 들어보고는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우리나라 지역정당 구조에서 지역정당을 지지할 이유는 일단 지역개발비를 예결산심의때 더많이 가져온다든지, 지역의 관심사나 민원처리를 더 잘해준다던지. 그런 것이 있죠. 즉, 지역개발이 잘될 것 같다는 거... 이게 큽니다. 그런데 그런 정도는 다른 지역의 국회의원들도 하는 거거든요. 어차피 국회의원들은 재선을 위해서 뛰기 때문에 그런 지역의 요구를 따라줄수밖에 없어요. 다들 지역민들이 자기 지역 출신 정치인을 뽑잖아요. 충청도의 한나라당 의원도 충청도 사람이고, 강원도의 민주당 시의원도 강원도 출신이고... 어차피 크게 다를 건 없죠. 그런데 그런 지역은 당을 바꿔가면서 투표하죠. 무조껀 특정 정당을 지지할 이유는 없잖아요. 굳이 한나라당을 뽑지 않아도...
그럼 다른 지역과 좀 더 다른 면모를 보이는 경상도의 한나라당 정서는?
연줄을 댈 수 있다는 겁니다. 경상도에서는 우리나라 인맥 문화에서 몇 십년 동안 정권을 잡아왔기 때문에 정관계에 정말 많은 TK, PK인맥들이 실세로 있습니다. 물론 이 인맥들은 약간의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정관계의 힘을 동원하려고 하면, 이런 인맥들을 동원해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기가 쉽다는 겁니다. 경상도에서는 (경북고, 부산고, 경남고 같은 명문) 고등학교 동창의 친구, 사돈의 팔촌, 어렸을적 동네친구의 친구. 이런 식으로 인맥을 통하자면 반드시 뭔가 하나 연줄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게 사시-행시 패쓰한 사람이든, 국회의원 보좌관이든 뭐라도 하나 걸린답니다.
보통 평균적인 일반적인 사람들도 몇 다리만 건너면 무슨 교수하는 형님친구, 어떤 5급공무원하는 고교동문, 어떤 중앙부처에서 일하는 친척, 혹은 어떤 당 당직자, 지역정치인과 알고지내는 사이의 지역 유지 사업가나 그런 사람들을 알 수도 있잖습니까? 그런 케이스가 경상도에선 훨씬 더 많고, 좀 더 핵심적인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더더많이 걸린답니다. "어렸을적부터 같이 큰 불X 친구이고 고등학교 동창이 있는데, 걔 사촌이 뭘 좀 하고 있는데, 너 좀 힘들면 내가 알아봐주랴?" 그런게 잘통하는 거죠. 예를 들어 노태우 이전에 중앙부처의 고위공무원의 반절 이상이 TK인맥이었습니다. 김영삼 때는 PK인맥이 그걸 일부 갈아치웠었죠. 그리고 그런 인맥들을 통해 서로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것이 다른 지역보다 월등하다고 합니다. 지금은 좀 엷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무시할 수만은 없는 큰 인맥이고, 특히 나이를 먹고 지위가 잡힌 사람들일수록 '한나라당=우리당' 이런 공식이 머리에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한나라당이 무슨 개X랄을 하건말건 김형태가 제수씨 성폭행을 하려했건 말건, 그건 상관할바가 없죠. 그건 가족에 대한 사랑입니다. 가족이 아무리 미운 짓을 해도 쉽게 미워하고 인연끊을수 있겠습니까? 어떤 놈이 아무리 천인공노할 나쁜 짓을 해도 적어도 가족은 그를 변호해주고 형을 감형해주려고 갖은 수를 쓰지않습니까? 그건 인연으로 엮어진 사랑의 관계이자 상호부양자의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약간 사고치고 다녀서 자랑하긴 뭣하지만, 가족대소사에 돈도 많이 내면서 인심도 잘쓰는 잘나가는 가족과 같은 겁니다. 이리저리 사고칠 땐 좀 멋쩍죠. 하지만 막상 그놈이 누군가 싸우려고하면? 우리가 남이가?
(물론 이야기만이 정답은 아니고 여러 다른 이유도 있겠죠.)
(뱀다리 1. 근데 아둥바둥 살아가는 경상도 서민층은 한나라당을 백날찍어줘봤자 이런 이야기랑 별로 상관없다는 거...)
(뱀다리 2. 근데 전라도 상류층, 중산층은 민주당 찍는다는 거... 왜냐구요? 실제론 민주당은 진보정당이 아니고 보수정당이라서 굳이 있지도 않는 한나라당을 찍으려 애쓸 필요없이 지역민주당에게 로비하는게 더 낫다는거.)
(뱀다리 3. 강남사는 전라도출신 상류층, 중산층들은 한나라당 찍는다는 거. 왜냐면 더 맘에드는 대안이 있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