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출구조사 발표때부터 멍해 있다가, 이제 현실을 받아들여야지 생각하며 문득 든 생각입니다.
거의 모든 대형 커뮤니티에서 절대 다수가 문재인을 지지했는데 실제로는 이렇게 높은 투표율에, 과반이 넘는 박근혜 지지율이라면 인정을 안 할수가 없는 거더라고요. 보수,혹은 진보를 찍지않는 이들이 다수라는 사실이요. 당연히 인터넷에서도 굉장히 많은 보수층이 있었는데, 아예 그들의 입을 알바라고 하며 틀어막은 거잖아요.
사실 진짜 알바라고 해도 알바라고 내쫓고, 우리랑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일베충이라 내쫓아서 우리가 얻은 게 무엇일까요? 그렇다고 해서 진보가 더 단결할 것도 아니고, 중도층을 끌어안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보수층을 분열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무시하면 되었을 것을 인터넷 공간에 다른 의견은 조금도 못 듣겠다는 편협함만 보여준 것 같아요. 중도층은 떠나가고, 보수층은 단결하고, 지지자마저 정떨어지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저도 문재인님이 되길 간절히 원하지만, 더이상 빈정거림은 보고싶지 않아요. 82를 우리들만의 공간이라고 찍고 졌다고 우리끼리만 슬퍼하고 5년간 두고보자 우리끼리만 분해하고 싶지도 않고요.
82쿡은 조금 달랐던 것 같지만, 예를 들어 선거 전날 각종 커뮤니티에 "문재인 대통령"으로 도배하다 시피 한것도 조금은 싫었어요. 다른 글은 올리지도 말라는 과시와 협박처럼 느껴졌거든요. 여기는 우리가 점령했다 싶은. 생각해보면 그런게 중요한 때가 아니라, 진지한 태도와 설득이 더 필요한 시점이었는데요.
정의라는 말을 우리 편의 것으로 독점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제 알바라면 그냥 무시하고, 다른 생각이라면 진지하고 성의있게 대화하고 논의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오히려 알바라고 내몰길 원하면서 감정적으로 자극하는 게 알바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조금씩 올라오는 글에 여전히 비아냥거림과 복수와 분노의 댓글만 가득 찬걸 보니, 그냥 우리끼리 위로하고 분노하고 그러면서 절망을 더 키우기만 할까 걱정이 됩니다.
물론 오늘만큼은 멘붕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