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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전라도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전라도 사람으로서...

흔들리는구름 조회수 : 3,165
작성일 : 2012-12-20 04:26:01
이번에 전북에서 새누리당이 13%를 얻고, 전남에선 10%를 얻었더군요. 마의 두자릿수를 깨뜨린 거죠. 선거기간중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도 두자릿수는 넘길 것 같았어요. 울 동네 아줌마 중에서도 박근혜가 좋다는 사람을 몇 명 봤으니까요. 옛날같으면 이 지역에선 감히 그런 말을 꺼내지도 못했죠. 지금은 쉽게 이야기나오더군요. (심지어 작년 총선에선 기막힌 삼자구도하에서 30%대의 득표율로 한나라당 의원이 당선될 뻔했다는...)

여기는 민주당이 집권여당입니다. 지자체를 석권하고 있고, 민주당을 통하지 않으면 일이 풀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지역 토호 사업가들은 민주당 당적의 지자체장과 어떻게든 연관관계를 맺으려 노력하고요. 솔직히 말해서 지자체 수준에선 여기 지역 민주당은 다른 지역 한나라당과 비교해서 50보 100보라고 생각합니다. (한나라당보다는 쬐끔 나은 것 같긴 함...) 부패의 고리가 꽤나 있거든요. 중앙당 차원에서 제기되는 무상급식같은 지자체 정치이슈들은 지역민주당도 따라가긴 하지만, 그외의 부분은 타지역의 새누리당, 자민련과 다름 없습니다.

전라도 사람들이 무조껀 개혁적이냐? 아닙니다. 일반적인 전라도 사람과 다른 지역 사람과는 그다지 큰 차이가 나지 않죠. 그냥 관성적으로 지지하거나 혹은 차별받는 지역당이기 때문에 무조껀 지지하는 사람도 많죠. 그래도 전라도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라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한나라당이 나쁜 당이고 독재의 후예란 것은 알거든요. 그래서 타 지역출신인 노무현을, 문재인을 민주주의의 이름하에 대선후보로 민주당 후보로 선출하기도 했고, 안철수에 대한 지지를 퍼붓기도 했고, 친환경급식을 선도적으로 했고, 진보교육감을 광주와 전남북에서 빠짐없이 당선시키기도 했죠.

한나라당이 뿌리를 내리기 절대적으로 척박한 곳이죠. 그런데 여기 지역의 민주당이 먹고 살아가는 방식은 다른 보수 정당들이 보였던 행태와 정도의 차이가 있지 맥을 같이하거든요. 여기서도 그들은 어두운 곳의 정치자금이 필요하다는 거. 

하나 예를 들어볼까요? 여기 전주에선 버스노조가 있습니다. 제대로 노동조건을 쟁취하겠다고 지급되지 않은 임금을 받겠다고 싸움을 시작한지 2년. 몇 개월씩 파업을 세 번했고 엄청나게 많은 집회를 했죠. 도로를 가로막고 시민들은 출근시간에 버스가 안오는 불편을 몇 달씩 겪고... 하지만 지자체와 사업주, 지역 경찰은 탄압만 하고 책임전가만 하고 법대로 하라고 콧방귀도 안뀌고 있죠. 이런 사례.. 부지기수입니다.

지역의 개혁적인 젊은 시민들은 민주당이 싫긴 하지만, 달리 대안이 없고 새누리당이 훨씬 더 나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민주당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지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보통의 사람들은 다른 대안이 없을 경우, 차악을 선택한다는 거... 그런 불만이 누적된게 지난 대선에서도 정동영 낙선으로 이어졌고, 지금은 문재인 낙선으로 이어진 거고, 이번 호남에서 새누리당이 두자릿수 득표를 얻은 결과라고 봅니다.

문재인이 박근혜한테 지난 5년간 뭐했냐고 통쾌하게 비판을 가하면, 박근혜가 어떻게 피해가던가요? 그것다 민주당 시절에도 마찬가지였고 민주당이 경쟁의 논리하에 각종 법안의 초석(한미FTA, 강정마을, 각종 기업 민영화 등....)을 깔아둔 것이고, 한나라당은 단순히 그것을 완성했을뿐이다. 그런 식으로 비껴나가서 민주당 원천 책임론으로 비껴나가지 않습니까? 그 프레임에 된통 당한거죠. 즉, 민주당은 과거의 민주당과 싸우는 형국인 거죠. 문재인 후보가 뼈저리게 반성한다고 여러번 이야기했고, 물론 그 진정성에 대해서는 저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너무나도 인간적으로 훌륭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어떤 국민들에겐 그런 말이 한낱 변명으로 들렸겠죠. 잊지마세요. 차악이라 생각한 것을 선택했는데도 대책이 없을 경우, 사람들은 앗싸리 최악을 선택해버리고 만다는 거... 최악의 악질들은 차라리 뭔가 당당하고 여유있는 이미지를 주거든요.

민주당이 과거의 유산, 구태와 제대로 결별하지 않는한, 국민의 신뢰를 얻기가 힘들다는 거... 과거 민주당 집권 10년의 기억. 정치적 민주주의와 남북화해의 문제는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었지만, 실제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에선 역주행을 걸었던 그 10년의 후과가 반성을 하고서도 오랜 잔영을 남겼다는 거...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문재인의 당선을 원했던 사람으로서 무척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한나라당과 다름없는 이 지역의 민주당이 완전히 뿌리부터 새로이 거듭나길 바랍니다. 전 이런 잘못된 선택을 했던 국민들에게보단, 민주당에게 더 깊은 성찰을 묻고 싶습니다. 
IP : 211.237.xxx.58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패랭이꽃
    '12.12.20 4:30 AM (190.224.xxx.77)

    원글님 지적도 일리 있다고 생각해요.
    전라도 지역에서의 민주당은 또 다른 새누리당이고 비민주적인 집단이고 권력집단일 수 있다고 봅니다.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진보가 좀 더 강해지기를 바랄 뿐이예요.

  • 2. ..
    '12.12.20 4:35 AM (123.100.xxx.61)

    저도 전라도 사람으로서 원글님의 말씀이 무슨의미인지 압니다.

    하지만, 그동안 아시다시피, 부산사람 노무현, 문재인을 대선주자로 내보낼만큼

    그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있는 중입니다.

    전 이것이 새누리당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민주통합당 집권 10년동안

    실제 먹고사는 문제에서 역주행을 걸었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우리사회의 많은 복지부분이 그 시절, 많은 발전을 해왔습니다.

    진실이 호도될 뿐이지요.

  • 3. 시어머니
    '12.12.20 4:35 AM (50.76.xxx.162)

    광주에서 초등학교까지 아들 셋을 키우신 시어머니에게
    민주당은 무능력한 당이에요.
    광주 민주 항쟁의 기억이 너무 끔찍해서 한나라당을 지지해오셨데요. 다시는 그런 피해 입고 싶지 않으셔서.
    아버님께서 당시 공무원이셔서 더욱 심하신것 같아요.

    참 현명하고 아들 셋 모두 국내외 최고 학부/대학원으로 키우신 분인데
    정치관은 정말 피해의식이 많고 기득권을 향한 동경이 강하세요.

    저는 어머니가 원했던 강남며느리인데 친정이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하니 충격을 받으시더라구요.
    저보도 데모해봤냐 물어보시구요.

    나쁜 독재자가 선량한 시민들을 어떻게 바보로 만드는지
    옆에서 지켜보는 저는 참 가슴이 아퍼요.

    그래서 광주 분들 현명해지시고 당당해지셨으면 좋겠어요.
    다시는 탱크의 악몽에 시달리지 않으시게.

  • 4. ㅂㅂ
    '12.12.20 4:38 AM (115.161.xxx.28)

    시어머니/광주민주항쟁이 끔찍해서 한나라당을 지지해오셨다고요? 민주당을 지지하셔야 되는거아닌가? 한나라당이 광주항쟁 주범인데

  • 5. 패랭이꽃
    '12.12.20 4:39 AM (190.224.xxx.77)

    윗님, 그러니까 기득권에 붙어서 자기는 피해를 안보겠다는 결정일 듯 하네요.

  • 6. ...
    '12.12.20 4:41 AM (218.234.xxx.92)

    윗님, 저런 경우는 종종 보는 사례입니다.

    한 예로, 일본이 혼혈을 매우 왕따스럽게 여기죠. 커서는 몰라도 학창시절에 혼혈은 왕따 대상자로 잘 지목됩니다. 그런 혼혈이 나중에 성인이 되면 더더욱 일본의 가치관, 일본 순수 혈통을 강조하고 일본 국수주의를 추종한다고 해요.

    비주류가 주류에 섞이길 바라면서, 자신의 갖고 있는 비주류적 요인을 감추기 위해 외부의 비주류를 더욱 강하게 공격하는 것이죠.

  • 7. 시어머니
    '12.12.20 4:42 AM (50.76.xxx.162)

    피해의식이 잘못 흐른 경우죠.
    기득권이 되면 그들을 닮으면 그런 일이 없겠지.

    결혼할 때 친정 주소로 남편 본적을 옮기고 싶어하셨어요.
    근데 전 시골 할아버지댁이 본적이거든요. 돌아가시고 안계셔서 가보지도 않는.

    그래서 한바탕 난리였어요. 저와 친정에선 그걸 허영이라고 생각했고.
    그런데 알고보니 그게 다 피해의식이셨어요.
    울 아들 어떻게해서든 전라도 딱지 떼어보고 싶으시던.

    전 어머니 참 좋아하는데 정치관은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래도 이번에는 2번 뽑으셨어요. 외국에서 챙피해하는 대통령은 뽑지 말아달라고 부탁드렸거든요.

    아 전 미국거주 투표자에요.

  • 8. 00
    '12.12.20 4:50 AM (83.84.xxx.84)

    진보는 너무 답답해요.
    새누리는 진짜 온갖 비리와 부정 드러운 짓 다 해도 묻지마 찍어주는데
    그 정도까진 아니어도 왜 이리들 결백증에 걸렸는지
    뭐 쬐그만것만 나오면 난리가 나고 뒤집어지고..
    조금만 아니다 싶으면 바로 잡아야 된다고 거품을 물죠...
    보고 있으면 참 답답합니다...
    특히 상대가 새누리니까요 ㅠㅠㅠㅠㅠㅠ
    새누리만 없어져도 정말 저 행복지수 만땅 올라갈거 같아요..

  • 9. 봉덕이
    '12.12.20 4:51 AM (175.223.xxx.113)

    저도 전라도민으로 원글님의 말씀 이해합니다?
    토호세력으로 쓸데없는 힘자랑하는 시골의 민주당원들 반성해야합니다.
    앞으로 5년동안 와신상담하며 다시 태어나길 바랍니다.

  • 10. 맞아요
    '12.12.20 4:52 AM (211.108.xxx.38)

    저쪽은 제수씨를 성추행해도 당연히 국회의원~두둥~!!
    이쪽은 그나마 갖고 있는 기득권도 내려놓으라고 난리난리...
    다들 천사인가봐요.

  • 11. ,,,
    '12.12.20 4:54 AM (119.71.xxx.179)

    그러게요 ㅎㅎㅎ 새누리당은 좋겠어요.. 묻지마로 미친듯 지지해주는 사람들있어서~

  • 12. 00님 동감...
    '12.12.20 4:56 AM (211.219.xxx.103)

    된장 싫어, 고추장 싫어 하다 똥 퍼먹게 되는 ..ㅜ.ㅠ

  • 13. 쓸개코
    '12.12.20 4:56 AM (122.36.xxx.111)

    아주 틀린말씀은 아니지만 너무 자학적이라고도 생각되어요.

  • 14. 뿌웅뿡
    '12.12.20 5:47 AM (175.201.xxx.248)

    근데 이건 박근혜 효과입니다. 저희 엄마도 박근혜 괜찮은 것 같다고 하셨지만 선거당일 멀리 계셔서 설득은 안했어요; ㅋㅋ
    많은 아줌마들이 박근혜 부모가 비명횡사했으니 불쌍하다 같은 여잔데 잘할것이다 자식이 없으니 비리도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뽑은거에요.
    광주와 전남은 성지에요 하하 다른 새누리후보가 나오면 절대 두자릿수 못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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