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부터 어떻게 제 상황을 이야기 해야 할지 막막하지만
마음 가는대로 찬찬히 써보려구요.
제게는 스물하나 되는 딸이 하나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늘 씩씩하고 낙천적이고 건강한 아이였고, 제가 한가지 욕심을 낸다면
독립적인 아이로 자라 주길 바랐었어요.
그래서인지 나이에 비해 성숙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심 잘 커주는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초등 6학년이 되며 이사를 하게 되었어요.
성격 좋고 썩 잘하지는 않지만 공부도 그만하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별 걱정 없이 전학을 했는데
중학교에 가서 문제가 생기고 말았어요.
아이가 친하게 지내는 친구 그룹이 있었는데 그 친구중에서 한 아이(ㄱ 이라고 할게요)가 다른 친구들과
제 아이를 이간질 하는 일이 생겼어요.
반 아이들 전부가 제 딸아이에 대해 오해를 하는 상황이 된거죠.
제 딸이 좋아하는 남학생이 있었는데 그 아이를 마음에 두고 있다고 ㄱ 에게 말을 했었던 가봐요.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 인지 반대로
남학생이 제딸을 좋아해서 매일 전화하고 선물하고 한다는 이야길 ㄱ 이라는 아이가
매일매일 한가지씩 지어내어 퍼뜨린거에요.
그러니 그 남학생은 세상에 둘도없는 싸이코라고 반 아이들과 딸 등뒤에서 수근거렸던거죠.
말이 불어나고 커져서 딸아이 귀에 들어왔을 때는 말로 설명할 수도 없는 이야기가....
한마디로 반애들 모두가 아이 하나를 바보로 만든 일이었어요.
아이는 가장 친한 친구가 이런 일을 꾸며내서 자기를 이런상황에 빠뜨린것에 놀라 거의 공황상태였어요.
근 일년 가까이 반 친구들이 뭔가 설명할 수 없는 태도로 자신을 대하던 것에 대한
의구심이 다 설명 되는 상황이었던 거에요.
반 친구들이 자기를 나쁘게 대하지는 않지만 뭔가 이상하게 보는것 같다고 늘 힘들어 했었거든요.
정신과 상담으로 학교를 대신하면서 아이는 학교가길 거부했고 자퇴를 했습니다.
저도 일을 접고 아이에게 매달리지 않을 수 없었던 상황이었구요.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해외로 유학하고 싶다고 해서 그리 해 주었습니다.
미국에서 중 고등과정을 졸업하고 대학을 가는 6년의 시간동안
아이는 평온해 보였고 저도 안심하고 있었는데
대학을 들어가서 아이가 아프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대학생활이 고교때와는 전혀 다르니 당연히 힘들것이고 곧 적응하여
괜찮아 질거라 생각 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너무 아프다하여 제가 가서 보니 애는 뼈만 남다시피 말라있고 ....기침에...
그리 힘들었으면 진작 이야기 하지 어째 미련스럽게 이러고 있었냐고 붙들고 앉아 막 울었어요.
더 생각 할것도 없이 대충 짐을 싸들고 들어왔어요.
종합 검진에 별의 별 검사를 다 해도 뚜렷한 이유를 찾을 수 없으니 정신과로 전과시켜 주셔서
검사하니 심한 우울증.....이라고....
친구로부터 받은 상처, 부모 떠나 혼자 생활하며 겪었을 좌절감, 무엇이든 혼자 해결해야 했던
부담감과 어린 나이에 겪었을 책임감에 대한 부담 ...이 모든것들이 어느순간 한꺼번에 덮쳤던거지요.
일년 넘게 치료하고 지금은 볼에 발그레 하게 살도 올라 아주 이뻐요.
더 이상은 가족과 떨어져서 지내고 싶지 않다고, 엄마 밥 먹고 아빠하고 운동도 같이하고
하얗게 빨아진 티셔츠도 계속 입고 싶다고.... 이렇게 소박한 일상을 소원하고 있다고....
서울서 대학 다니고 싶다는 말을 하며 어떻게 하면 되는지 묻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아무말도 해줄수 가 없었어요.
아이 학비며 생활비에 용돈 벌어
보내느라 눈코뜰새 없이 지냈으니 다른것엔 신경쓸 겨를도 없었고 당연히 미국서
대학을 다닐거라 생각하고 한국 입시는 남의 일이었거든요.
병원 선생님께서는 괜찮다 하시지만
벌써 대학입시 재수를 시작하게 해도 될런지 걱정스러워 애를 내놓지 못하겠어요.
게다가 어디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막막하구요.
미대를 다녔던 터라 미대입시를 준비하게 해야 하는데 입시제도가 어떤지 알려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머릿속이 실타래 처럼 얽혀 뒤죽 박죽입니다.
제 부끄러운 글을 읽으신 82 어머님들께 도움을 구하고 싶어요.
치료가 끝나고 아이가 행복해져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고
건강해서 어떤 일이든지 하고싶은 일 맘껏 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고생만 많이 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