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 관심없는데,
내면이 꽉 찼으니 이대로 살아도 괜찮을까 하는 글을 읽었습니다. (그 글 쓰신 원글님 이야기 아닙니다. 아래 댓글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유독 패션에만 이러한 논리를 적용하는 이유가 뭔지요?
전부터 꼭 한 번 쓰고 싶었던 글입니다.
내면이 비어 있고 패션에만 신경쓰는 사람도 물론 있으나
이 사람들은 패션에 신경쓰는 사람 중 일부일 뿐이고
두 문제는 별개 아닐까요?
저 내면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아래 내용 더 자세히 썼다가 교만한 원글이라는 비난을 받는 부작용이 나타나 수정했습니다.^^)
공부 길게 했고,
책 많이 읽고,
하루종일 음악 열심히 듣고,
이번 선거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패션도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의 집에 방문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서가를 둘러봤는데, 책이 너무 빈약해서 없거나
책의 구색이 어이없어서 그 사람의 지적 수준이 의심될 때 느껴지는 바로 그 기분.
청소는 되어 있지만
가구가 구색이 전혀 안 맞아
너무 싸거나 스타일이 다른 가구들이 마구 섞여 있는 것을 볼 때의 바로 그 안타까움.
그릇 좋아하고 요리에 조예있는 사람이
짝이 안 맞는 그릇과 신경쓰지 않은 차림새의 식탁을 보면 일순간 느끼는
저렇게 세팅하지 않으면 더 좋을 텐데, 이 집은 전혀 차림새에 신경을 안 쓰는구나 하는 바로 그 마음.
그런 마음과 100% 동일한 마음이 패션에 신경쓰지 않는 사람을 볼 때 느껴집니다.
패션에 신경쓰지 않는 분 중 일부가
유독 패션에 신경쓰지 않는 것을 은근히 자랑스럽게 여기고
패션에 신경쓰는 사람보다 자신이 지적이라고 느끼는 듯한 뉘앙스를 감지할 때가 많습니다.
지적이고 단정한 스타일은 그렇게 계산되어 연출된 지적인 스타일인 것이고,
패션 감각이 없어서 촌스럽거나 아이템을 잘못 매칭하는 것은
패션을 보는 눈이 있는 사람에게는 딱해 보일 뿐입니다.
패션도 그릇 취향처럼, 독서 취향처럼 취향이고,
취향이 없는 것은 단순히 그쪽으로 무지한 것이어서
그 분야를 잘 아는 사람이 볼 때 딱해 보이는 선택을 할 위험이 있는 상태일 뿐입니다.
패션에 신경을 쓰는 것은
다른 사람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패션감각이 없는 상태를 참지 못해 저절로 되는 것이고,
패션에 신경 안 쓰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내면에 자신감이 있으니 괜찮다고 정당화될 수는 없는 상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