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소개팅을 했어요.
이 나이에 소개팅이 들어온다는 것만으로 감지덕지 나갔지요.
엊그제 꽤 추웠는데...소개팅남이 만나자고 한 레스토랑은 2년전 폐업 후 발마사지 샵으로 업종변경.
어쩐지 xx동 ***(레스토랑)에서 몇시에 만나자고 해서 인터넷에서 그 식당을 찾아보는데 후기가 2010년이후엔 없더라구요.
설마 설마했는데!!!
그 전 날 xx동에서 몇시에 만나자고만 연락이 된 상태에서 정확한 장소는 그쪽에서 정하고 저녁에 연락준다고 해서 기다렸었는데...계속 연락이 안오다가 만나기로 한 한시간 반 전에 문자 왔어요. "***에서 만납시다"
저희집 바로 앞에서 만나는 것도 아닌데...사실 여자는 준비시간이 좀 걸리잖아요.
일면식도 없는 상태에서 우리 만나는 거 맞냐고 제가 먼저 연락하는 것도 내키지 않고 혹시 나 까인거냐..82쿡에 조언을 구하려 열심히 핸드폰으로 글 작성하고 오타없나 확인중에 저렇게 문자가 온거였어요.
살짝 짜증스런 마음으로 초스피드로 준비를 하고 나갔더니...그 분은 주차땜에 늦으신다 하고 더더군다나 만나기로 한 곳은 없어지고..
마침 같은 건물에 피자.파스타 파는 곳이 있길래 거기서 기다리겠다고 전화 넣고 기다렸죠.
약속시간으로부터 30분여 기다리니 나타나시데요. 저보다 3살 위. 딱 그 정도 나이로 보이는 분이 오시더라구요.
어색하게 이런 저런 얘기를 이어가다가 제가 지금 회사를 그만 두고 쉬고 있거든요.
근데 왜 그만 두었냐 물어보길래 다이렉트 상사가 사장이었는데 비위를 더 이상 맞추기가 힘들어 그만 뒀다. 사실대로 말했어요. (저 그 회사 8년 다녔구요) 저를 되게 한심한 듯 참으면 되지 그만두냐는 식으로 말을 이끌어 가길래 말리고 말았어요. 네..그런가봐요 하고 넘어갈 걸 변명 비스무리하게 억울하고 힘든 상황을 얘기하게 되었어요.
(그렇다고 제가 평소 말이 많거나 흥분을 잘하거나 목소리가 커진다거나 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구요)왜 힘들었는지에 대해 살짝만 그것도 계속 대화 형식..그냥 끝나도 될 걸 그 분이 질문으로 이어나가는 형태.그래서 제가 얘기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물론 즐거운 화제는 아니었지만..정말 얘기하는 도중에
"그 얘긴 그만 하시죠"
응? 내가 잘못 들었나?? 그 얘긴 그만 하시죠?
보통 듣기 싫은 얘기라면 자연스럽게 아님 어색하게라도 다른 화제로 돌린다거나 아니면 듣기 싫은 표정이라도 하지 않나요? 진짜 처음 보는 상대에게 그것도 문장이 끝난것도 아닌데 저렇게 극단적인 화제전환을 할 수가 있지? 싶어서 속된 말로 멘붕상태.
정말 불쾌했는데 순간 그 상황이 판단이 안되고 어떻게 그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겠어요.
그 이후로도 영혼없는 대화는 지속됐어요. 주로 그 분이 요즘 취미로 꽂히신 스포츠 얘기, 즐겨보는 스포츠, 얘기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말씀하시더라구요.
헤어지고 소개시켜 준 친구한테 전화로 막 하소연했는데 이 친구 말로는 그 쪽에서 내가 너무 맘에 들어서 잘해보고 싶다고 했대요. 그러면서 성격이 원래 그런면이 있지만 너 좋다는데 내치지는 말라고요.
저는 저런 상황을 맞았었는데도 정말 더 이상 내 인생에 남자 없을까봐 두려운지 일단 오는 연락은 받을까 하는 상태예요.
사랑해본지 오래됐고 진심없는 만남은 몇 번 했어요.
제가 스토커처럼 무서운 남자를 만나봤어서 남자랑 깊게 진행되는게 두려운 것도 있구요.
남자들은 소개팅하면 대번에 기다, 아니다 어떻게 알죠? 대부분 그러는거 같아요.
여자들은 대부분 몇번 만나볼까 하잖아요..
잘 모르겠어요.
어제, 오늘 전화왔는데 바쁜 척하며 받진 않고 온 문자에 대답만 했어요.
그런데 이 글 쓰기 직전에 주말에 시간 괜찮으면 영화 보지 않을래냐고 문자가 온거있죠.
한번 더 만나보고 맘을 정해야 하는건지 뭔지 모르겠어요. 괜히 이 남자가 착각이라도 할까봐(나도 같이 맘에 들었다고)두렵기도 하고 그래요.
점점 글이 두서가 없어지네요.
이런 방면에 능통하신 분들, 소개받은 남자가 맘에 드는지 안드는지 잘 모를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