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도 올렸던 글이에요.
글 말미에도 적었듯이 많은 의견들 듣고 싶어서
조회를 더 많이들 하시는 저녁시간에 한번 더 올려봅니다.
낮에 댓글 다정하게 남겨주신 분들께도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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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이어리를 하나 선물 받았어요.
저는 서른 여섯 아이 둘 키우는 전업이고
선물해 준 친구는 전문직으로 아직 미혼이에요.
큰 아이 출산 전까지 친구와 비슷한 직종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출산 - 육아 - 둘째 임신 - 출산 - 아이 둘 육아.. 이 코스로 전업이 된거에요.
고등학생 때 부터 저를 자주 봐 왔고 비슷한 일을 해서 제 성격이나 일에 있어서 제 능력 정도를
객관적으로 잘 알고 있는 친구라 늘 저에게 언제 다시 일 할거니, 계속 주부로 남을거니, 조심스레 묻곤 해요.
그러던 차에 연말 안에는 바빠서 새해에나 봐야겠다고 지난 주말에 저희 집에 잠깐 놀러오면서
저희 애들 소소한 장난감 두어개랑 저를 위해 샀다며 3년 다이어리 라는걸 전해 주네요.
3년 뒤의 목표를 정해놓고 꾸준히 매일 노력하면 정말 이뤄진다는 뭐 그런 의미의 다이어리에요.
이게 3년짜리 5년짜리 이렇게 있는데 내년에 저희 나이가 서른 일곱, 삼년 후면 마흔이 되니
마흔살에는 뭔가 이뤄도 이루자고 그런 뜻으로 제 생각하면서 골랐대요.
워낙 바쁜 친구라 이번에도 간단히 차만 금방 마시고 일어나면서
저를 보고 하는 말이... 나는 니가 참 아까워, 뭐라도 했으면 좋겠어, 너도 좀 챙겨. 그러네요.
그렇다고 이 친구가 전업주부인 제 위치를 낮게 보거나 하찮게 생각하는건 아닌데요.
언제나 제가 좀 긴장을 잃을 때 쯤이면 늘 옆에서 저렇게 저를 일깨워 줘요.
제 아이들은 네살, 두살이에요. 큰애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고
작은애는 적어도 세돌은 채워서 어린이집 보내려고 생각 중이에요.
그래서 잠정적으로 제 마음에 앞으로도 거의 2년 정도는 이렇게 살림 육아에 매진하려고 해요.
그런데 3년 후를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지면서 답답해지더군요.
친구 말마따나 뭐라도 그 동안 해 보려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노력을 해 보려고
밤새도록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저는 당장 다음달의 일들만 생각날 뿐
3년 후, 저의 모습을 그릴 수가 없더라구요. 그냥 지금과 비슷한 나, 더 늙고 더 나이먹은 마흔살의 나만 그려져요.
제 계획을 세우려고 하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것도 참 우습지만
지난 3년, 거의 4년이 다 되어가도록 살림하고 큰애 작은애 하루하루 커가는 것만 신경쓰고 살아서 그런지
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고 제가 진짜 바라는게 뭔지, 뭘해야 잘 할지 모르겠는거에요.
직장다니며 하던 일은 영어교육 관련 일이었고 어학쪽으로 재능이 있는 편이었고
자잘한 손재주가 있고 책 읽는거 좋아하고 지금도 짬을 내서 한달에 두어권 정도는 책을 읽는데.
그렇다면 그 기반으로 이전에 하던 일을 다시 시작할 계획으로 집에 있는 동안
영어 공부도 더 해 놓고, 책도 다양하게 읽으며 시간에 뒤쳐지지 말고, 돌쟁이 작은 애 좀 컸으니 운동도 좀 하고.
그러면 되겠지만, 저는 그게 참 지루한 느낌이에요. 결국 또 같은 시간으로 돌아가는건가.
비슷한 일 하면서 비슷한 목표 세우면서 그렇게 사는건가, 그냥 그렇게 살면서 나이드는건가..
게다가 남편이 학원을 운영하니 주변 사람들은 열이면 열, 모두 애 좀 키우고 남편 일 도우면 되겠네. 합니다.
아마 내심 제 마음속으로는 그 의견들에 대한 반발심이 있어서 더 그러는 것도 같아요.
왜? 내 부모님이 애써서 공부시켜주고 내가 애써서 쌓은 내 경력을 남편 '도와주는데' 써야 하는거야? 하는 그런 마음요.
대학 4학년 때 어학연수를 갔다가 운도 잘 따라주어 현지에서 직장 생활도 좀 하고
그렇게 한 3년 정도를 외국에서 자유롭게 살다가 한국에 와서 다시 한국식 생활을 하고
평범한 결혼을 하고 여느 전업 주부들과 같은 일상을 보내고.. 그렇게 사는데도
제 마음은 여전히 꿈이 헤매고 있는지 내 3년 후? 내 10년 후?
여행도 다니고 사람도 많이 만나고 살거야.. 그런 생각만 들어요.
현실적인 감각이 무뎌지기도 했고 현실을 직시할만큼 마음이 급하지도 않고 그런 모양이지요.
어떤게 현실이고 어떤게 제 꿈일까요,
3년의 시간이 주어지고 그 3년 후에 뭔가 이룰 계획을 세우라면 어떤 꿈을 꾸실건가요.
제 나이 마흔에, 그때는 여덟살 여섯살이 되어있을 아이들의 엄마,
그리고 그때는 마흔 중반에 들어서 있을 남편의 아내, 그 모습 외에는 딱히 꿈을 그릴 수가 없는
어떻게 보면 지극히 평온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조금은 서글픈 그런 날이네요.
저.. 몇 분이나 제 글에 소소하게 의견을 나누실지는 모르겠지만
주로 저녁시간에 많은 분들이 읽으시곤 하시니까 이따 저녁에도 같은 글을 올려보고 싶어요.
다들 무슨 꿈을 꾸며 사시는지.. 그 꿈들을 엿보며 제가 꿀 수 있는 꿈도 한번 그려보고 싶어서요..
이제 곧 2013년, 3년 후면 2016년.. 그때 다들 어디에서 뭘 하면서 있고 싶으신지요...?
(음.. 그때 대통령은 누구일지 그게 제일 궁금하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