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부부 중 남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갑자기 회사가 멀리 이전해서 이사를 가야 겠다고 정중하게 얘기하더군요.
이사 온 지 몇 달 안 됐거든요.
조금 귀찮은 마음이 들었지만, 제가 출퇴근 멀리 해 본 경험이 있어 그냥 좋은 마음으로 한 번 알아보자고 했습니다.
대신 만기가 남아도 너무 많이 남았으니, 그 쪽에서 부동산 수수료는 부담해야 겠다...하니, 당연합니다...그러더군요.
그런데, 내가 요즘 좀 바빠 그러니, 그 쪽에서 집앞 부동산에 좀 내 놓으라...나도 바쁜 일 좀 정리되면 내 선에서도 알아보겠다...그랬습니다.
그리고 며칠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던 중...
두어번 부재중 전화를 놓치고 못 받았었나 봅니다.
그랬더니 대뜸 문자가 오길...
"나원참, 살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네요. 집 내 놨는데 보러 오지도 않고, 집주인이란 사람은 전화도 안 받고, 어이가 없네요. 아무튼 우리는 *월*일까지(보름후) 꼭 이사 나가야 하니, 빨리 집 빼 주세요!"
이렇게 보낸 겁니다.
상당히 불쾌했죠.
집 내 놓은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집 안 빠진다고 난리 부리는 것도 희한했고, 다짜고짜 보름 안에 집을 빼라니...
게다가 자기네들 사정에 따라 발생한 일에 이렇게 당당할 수 있나? 만기도 일년반이나 남은 시점에서?...참 경우없구나...싶었죠.
그 무엇보다도 그 세입자 남자분을 여러 번 만나고 대화해 봤지만, 아주 선하고 좋은 인상을 받았었는데, 내가 사람을 잘못 봤나 싶어 너무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불쾌한 마음에 당장 근처 부동산에 다 전화를 돌려 집을 내놨고, 내놓자마자 그 날 바로 계약이 됐습니다.
알고 보니, 현 세입자들은 한군데에만 내 놨더군요.
어찌 됐든 아무리 요즘 전세가 없어도 그렇게 급하게 세입자 구하기도 쉽지만은 않은 일인데, 잘 됐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또 문자가 왔더군요.
자기네는 계약날짜에 못 나간다고, 날짜를 2주 정도 미뤄 달라는 겁니다.
알고 보니, 우리를 닥달만 했지, 자기네는 정작 집을 적극적으로 안 구하고 있었나 보더군요.
그래서, 이미 계약을 해 버렸으니, 어쩔 수 없다 답하니, 자기네는 기한이 있으니 더 살 수 있지 않느냐먄서 말도 안 되는 생떼성 문자가 온 겁니다.
이거 안 되겠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싫은 소리 안 했는데, 가만히 두면 안 될 사람들이구나 싶어 전화를 했습니다.
그 남자분이 예의 그 선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인사를 하길래 갑자기 화가 나더군요. 이 무슨 두 얼굴이냐 싶어서요.
그래서, 평소의 저답지 않게 다짜고따 다다다...이야기를 해버렸습니다.
그랬더니, 남자가 너무 당황해 하는 겁니다.
그 문자내용도 처음 듣는 듯 했어요.
잘못 온 거 아니냐, 자기는 그런 문자를 보낸 적이 없다...그러는 겁니다.
문자마다 세입자입니다...이렇게 왔는데, 내가 헛개비와 문자를 주고 받았느냐 했더니, 아...이러더니, 잠시 후 다시 전화하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잠시 후 전화를 해 와서는 자기 부인이 문자 몇 번 보냈다고 하더라면서 이유불문하고 정말 사과드린다...말씀하신 내용이 사실이라면 무례했고, 정말 죄송할 뿐이다...백배사죄하는 겁니다.
너무 고개 조아리길래 저도 무안해져서 그렇다면 남편분께 사과를 받을 부분이 아닌 듯 싶다면서 아무튼 계약이 끝났으니, 빨리 집을 구해보라면서 오히려 제가 미안하다면서 통화를 마쳤네요.
통화 이후에도 따로 장문의 사과 문자를 보냈고요.
전화 끊고, 그 남자 참 불쌍하다 싶더군요.
제가 이 세입자 들일 때 그 남자분 어머니와 몇 번 접촉할 일이 있었는데,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많이 하시던지, 처음 그 아들인 세입자 남자 분 봤을 땐 어머니와 전혀 매치가 안 되더군요.
보통 세입자와 만날 일이 별로 없잖아요.
계약날 만나고, 입주날 만나고 그 정도인데, 전 입주 전에 그 어머니 되시는 분들과 전화 통화를 몇 번이나 했고, 그 세입자 아드님을 여러번 봐야 했다면 말 다 했죠뭐.
아니나 다를까...
그 세입자들 이사가는 날 그 어머니와 그 부인때문에 이사업체와도, 부동산사무실과도, 들어올 세입자와도 대판 다툼이 나고, 완전히 사단이 났습니다.
그 가족 중에 유일한 상식을 가진 그 남자 분은 어거지 백단 어머니와 부인이 말 안 되는 소리 빵빵 날릴 때마다 화들짝 놀라며 말리고 설득하느라 진땀 빼느라 생고생했고요.
평소 결혼이 누구 손해가 어디 있느냐...다 끼리끼리 만나 사는 거라 생각했는데요.
그 남자분만큼은 참 안 됐다 싶고...어머니복 없는 사람은 처 복도 없나 싶고...남의 집 일이지만, 참 걱정이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