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세 할머니가 90세 할아버지랑 사시면서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일,이학년 손녀같은 학생들과 나란히
앉아서 수업받는 모습이 참 귀엽고 짠하네요.
아무리 배워도 한글 받침이 자꾸 틀리고 9세된 반어린 친구가 채점해주고
당신 아들같은 담임샘하고 토닥거리며 재밌게 공부하시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어요.
가정적으로도 참 다복하시고 화려하지 않아도 어려서 아주 깊은 산골에 살아
결혼할때 그 산을 넘어왔다하니 공부,학교는 커녕 한글 깨치기도 어려워 이제사
같은동네에 사는 맏며느리의 권유로 인생이 허망하고 억울해서 공부를 시작하셨다 합니다.
얼굴도 참 고우시고 4남1녀 자손들과 손자며느리까지 추석 제사 지내는 모습보니 할아버지도
평생 책을 끼고 사시고 부부간에 존대말 쓰시고 며느리가 해준건 뭐든 다 맛있다 하시며
며느리도 할머니반 학생들한테 농사 진 사과 박스 날라주고 학교행사에 지원도 아끼지 않네요.
오늘은 추석이 되어 다 모인 가족들한테 틀린 맞춤법에 띄어쓰기도 미숙하나 며칠동안 연습한 편지도
건네주고 (담임샘이 수정해주고 필사)공부한거 고등학생 손자한테 보여주니 손자가
저보다 잘 쓰시네요.라고하고 편지를 읽으면서 손녀가 눈물을 훔치네요.
어른들이 점잖고 경우 바르시고 부지런하시니 (창호지 문짝 바르는것도 당신들 스스로 하시네요)
자손들도 며느리들도 다 교양있고 훌륭한거 같아 흐뭇하게 봤습니다.
62세된 맏아들 내외가 근처에 살면서 수시로 돌봐드리니 건강하시고 정서적으로 참 안정돼 보이네요.
자손들도 참 효자고 며느리들도 사이가 돈독해 보이고 ...할머니가 셋째 아들한테 쓴 간략하나 어눌한 문장으로
편지에 추석이 다가오니 너희들은 모르겠지만, 큰형이 제일 신경쓰고 바쁘니라 하는 내용에
셋째아들이 귀한 편지 고이 간직하겠다며 내년엔 더 길게 써주세요 ..하네요.
깔끔하고 단정한 시골집 안마당도 친정집이 생각나 한참을 바라봤어요.
마당 한귀퉁이에 알록달록 핀 꽃들도 소박하고 아름답고...
할아버지께서 중학교 과정까지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니 ,
대학까지 갈까 싶은데요..하시는 모습에 눈물이 나네요.청춘이, 당신의 인생이 서럽고
허무하다시는데, 최근 8순 노모를 하늘 나라로 보낸 전 두분이서 대복을 타고 나신거 같아요.
두분이서 제 부모님이랑 동갑이시고 자녀들도 5남매에 다 고만고만한 연령대라 감정이입이 돼서 봤는데,
너무 부러웠습니다.스산한 가을 바람에 자꾸 옛생각이 나고 쓸쓸한데,며칠동안 봐온 그 노부부 가족들이
연상되면서 부모님 생각이 더 간절해지네요.늙어서 복이 따로 없는거 같아요. 이런게 참 행복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