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후면 저희 아버지 돌아가신지 만 10년이네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안 잊혀져요,
마음의 정리.. 전 그런 거 없이 걍 남은 세월 저와 가족들과 함께 살아간다 생각하고 삽니다.
저도 곧 반백이라 더 그럴런지도 모르구요.
제 아버지도 소화기암에서 폐암으로 전이되고 최종사인은 심근경색이셨는데, 돌아가실 때 체중이 37,8 정도셨어요.
의사한테도170넘는 성인남자로선 40이하 체중으론 생존자체가 위협받는다는 말도 들었구요,
주사기로 여기저기 다 대어봐도 혈액채취가 힘들 지경에 이르러고서야 그 고통에서 벗어나셨거든요.
지금도 전 그 18개월동안 지옥에 갔다왔다고 느낍니다.
서서히 생명의 빛을 잃어가는 게 어떤건지 매일매일 옆에서 보며 견딘거라.....
마지막 6개월은 전 집에 와서도 항상 소파에서 핸드폰 손에 쥐고 잠을 청했답니다, 언제 전화가 올지몰라서요.
언니나 동생들은 다 정신이 없어 안챙겼다지만, 전 아버지가 마지막까지 입으셨던 잠옷, 한복, 양복, 벨트 구두까지 다 한벌씩 가져와 다른 집에선 귀중품챙겨둘만한 장소에 모셔두고 가끔씩 꺼내봅니다.
제 사진찍는 걸 좋아하지 않아 집엔 제대로 된 가족사진도 없지만, 제가 쓰는 책상엔 제 아버지 사진은 늘 두고 본답니다.
힘들땐 이야기도 나누고, 기쁜 일이 있을 땐 자랑도 해보고...
울적하거나 답답하면 가족들없이 혼자 아버지 산소에도 자주 가구요. 차로 1시간 넘어 걸리긴 하지만, 좋아하시던 하늘하늘한 꽃들 사들고 혼자가서 한참 있고 오기도 하구요.
살아 생전 즐겨 피우시던 담배도 항상 한갑은 사둡니다, 혹시나 싶어 제습제넣어 보관한답니다. 명절에 가족들이랑 가면 담배올리고 할 여유도 없을 때도 많으니까요.
저도 한동안은 손주들 데리고 외출하시는 어르신들만 봐도 울컥할 정도로 힘들기도 했지만, 이젠 우리 아버지영혼을 위해 항상 기도한답니다.
성질이 급해 환생도 빨리 했을 것같은 우리 아버지, 그 생에선 열심히 공부하고 일만 하지 말고, 무조건 많이 웃고 엄청 행복하라고..
신의 가호는 더이상 믿지 않지만, 세상에서 저랑 젤 많이 싸우고, 그러나 절 젤 많이 이해해주던 존재가 있었다는 게 큰 행운이었다고 감사하게 되는 시간도 오네요.
글쓰신 님, 힘내시고 서둘러 뭔가를 정리하려고는 하지 마세요.
시간이 필요한 일이고, 또 시간이 최선의 치유책이고....
울고 싶으면 울고, 원망하실 일이 있음 원망도 하고... 그러면서 서서히 편안해지는 순간이 오시길...
글읽다 울컥해서 저도 긴 글 쓰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