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 장애를 가진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현재는 친정어머니가 봐주시고 저와 남편은 맞벌이 중입니다.
아이가 5살로 내년되면 몸무게가 늘어나 더 이상은 친정어머니가 봐주실 수 없어
제가 육아 휴직 후 퇴사하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육아 휴직이 남자도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고
남편이 육아휴직 1년 하고 그 후 제가 하는걸로 계획을 잡고 있습니다.
남편은 은행을 다니고 있는데 일 정말 엄청 시킵니다.
평일에 야근,술자리로 10시 11시 12시가 예사입니다. 특히 이번달은 9시에 딱 한번 들어오고 얼굴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일하니 주말에는 좀비입니다.
그나마 전 칼퇴근인데 왕복 4시간 거리라서 6시에 퇴근하면 8시에 도착합니다.
친정어머니가 식사까지 준비해주셔서 밥 먹고 아이 씻기도 놀아주다보면 10시만 넘어서면 곯아떨어지기 일 수 입니다.
남편을 육아휴직 시키고자 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남편 건강입니다.
남편은 B형 간염 보균자인데 지방간이 있습니다.
키가 176에 몸무게가 82kg고 배가 장난 아니게 나와 있습니다.
2년전 부서가 바뀌면서 너무 힘들어하고 피곤해합니다.
성실한 편이고 일도 잘해서 남편한테 일이 몰립니다. 일을 잘하니 일이 또 일을 부르는 악순환인거죠.
술도 먹지 말아야하는데 매일 술입니다. 관리하는 업체가 많다보니 매일 이사람 저사람 만나고
술을 많이 먹는것도 아닌데 넘 약해서 소주 1~3잔만 마셔도 너무 힘들어합니다.
휴직하면서 건강을 챙겼음 합니다.
2번째로는 아이와 애착관계 형성입니다.
올 4월에 합치기 전까지 남편과 주말부부로 살았습니다.
주말에만 만나서 지냈지요. 그러다 보니 아이에 대한 이쁜 마음이나 애착이 별로 없는 듯 합니다.
본인 입으로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일상을 공유해야 애착도 생기는데 주말에 애와 산책 한번 나갔다오는게 다입니다.
그마저도 스스로는 안합니다. 5살 아이에게 어른 대하듯 합니다.
제가 보기엔 아이의 욕구,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것 같아요.
장애가 있어도 아이는 아이인데... 무조건 다칠까 못하게 합니다.
3번째로는 친정엄마와 제가 육아를 전담하다보니 남편은 매일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다합니다.
제가 어쩌다 회식 있는 날이면 일찍 와서 아이를 데려가면 좋으렸만 항상 회사에 일이 생기거나 회식이거나 그렇습니다. 자기 욕구에만 충실한거죠. 맨날 말로만 미안하다고 하지 자기 욕구를 희생하려하지 않습니다.
제가 화병에 걸릴 지경입니다.
즉 육아 휴직을 함으로써 가정에 애착을 가지게 되고
또한 앞으로 10여년은 족히 뼈빠지게 일할텐데 인생의 휴식이 되었으면 하는 맘이 큰거죠.
남편도 위 말에 설득되어 드디어 상사에게 육아휴직하겠다고 애기했다고 합니다.
근데 상사들 반응이 와이프가 휴직해야지 왜 니가하느냐, 와이프 회사가 휴직이 가능하면 남자 직원은 휴직이 허용안된다. 그리고 혹시라도 받게될 혹은 나중에 괜히 꼬리표처럼 따라다닐까봐 걱정된다는 식으로 애길 한다고 하네요.
남편도 상사들이 그렇게 애기하니 흔들리나봐요.
근데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어차피 대기업은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습니다. 부속품으로 보죠.
즉 내 몸, 내 가정까지 희생해가면서 충성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준 돈만큼 열심히 일하되 쓸 수 있는 권리는 써야 한다고 봅니다.
인사상의 불이익... 따라다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은행권이다보니 그냥 자르진 못할것 같아요.
또 저나 남편이나 승진에 목 매지 않습니다. 가늘고 길게가 저희 모토에요.
남편이 고민하니 저도 고민됩니다... 전 진짜 왠만하면 휴직시키고 싶은데...
아직 우리나라에서 남자가 휴직하는 길은 요원한가 봅니다 ㅠ.ㅠ
추석 기간동안 전부치면서 열심히 고민해봐야죠...